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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2.07 16:08:56
  • 최종수정2021.02.07 16:08:56

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일 년이 지나가고 있다. 그때는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코로나19 무게가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민족 명절인 설이 돌아오면 가족들과 함께 하는 오붓한 시간을 떠올리며, 고향을 찾았던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현실을 바라보니 더욱 그렇다. 인류는 단순한 구조를 가진 바이러스 앞에 맥없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바이러스 위력 앞에 22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경제는 무너져 내렸다. AI와 최첨단 생명과학을 내세워 신 영역에 도전하던 인간 이성의 공허함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성을 앞세운 기세등등 했던 물신주의 기세가 꺾이는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

허망함과 허무와 좌절이 슬며시 자리를 차고 들어와 겸손해야 하며, 갈등을 접고 화해해야 하며, 상생하라고 일러주고 있다. 이럴 때 간절히 찾는 것은 절대자일 것이다.

이성과 과학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시대, 모든 것이 규격화되어 유통되는 세련되고 편리한 세계가 뒤집어지고 허물어져 가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사태는 불안에 떠는 왜소한 인간 본래 보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불안함은 불안하다는 위기의식을 실제로 경험함을 말한다. 불안은 무시무시함, 스산함, 안절부절, 두려움과 떨림에서 출발한다. 생존에 대한 위협을 느끼면 불안은 증폭된다. 불안함은 찰나도 쉬지 않고 스산함, 안절부절, 두려움과 떨림으로 삶을 압박하곤 한다.

바이러스에 의한 불안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불안에 대한 위협이 지속되면 위안에 대한 손길이 간절해진다. 불안에 대한 위협에 증가하면 거꾸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내면세계로, 가장 가까운 사람 속으로 로 귀순하게 된다.

이성에 의한 앎은 중요한 진리를 깨닫지 못하게 훼방한다. 구체적이고 주관적인 나만이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가치를 만들어 생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쉬잇, 지금은 고양이 철학 시간이에요 앞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앉아 모서리 구멍을 응시하고 있네요/ 아마 지금은 사라져버린 사냥 시대를 생각하고 있겠지요/ 우리는 모두 어둠과 추위로부터 쫓겨온 무리랍니다// 한때는 방 안을 뒹굴던 털실 몽상가와 잘도 놀았답니다/ 현기증 나는 속도의 바퀴와 아찔한 연애도 해봤구요/ 요즘은 부쩍 네발 달린 것에 믿음이 가는가 봐요/ 네발 달린 의자에 사뿐히 뛰어올라 털실이 떠나간/ 털실 바구니에 들어가 때때로 달콤한 오수를 즐기지요// 앗,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방 안 모서리, 손거울, 집 열쇠, 어항의 물고기가 사라지고 없어요/ 다그쳐 물어도 종알종알 털만 핥을 뿐 모른다 도리질만 하네요/ 쫑긋 귀 동그란 눈동자……, 그토록 짧은 혀로 그것들 모두 어디다 숨겼을까요

- 송찬호,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고양이」, 부문

"털실 바구니에 들어가 때때로 달콤한 오수를 즐기"는 고양이가 꿈속에서 "모서리 구멍을 응시하고 있"는 것은 야생에서 사냥하며 살았던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일 것이다. "방 안 모서리, 손거울, 집 열쇠, 어항의 물고기가 사라지고 없어"졌다.

인간이 만들어온 문명을 감싸고 있는 울타리와 울타리가 감싸고 있는 이기들이 몽땅 사라지고 대신 사냥 본능이 되살아남은 문명에 기대는 삶, 기계와 같은 삶으로 자연의 전체적인 복잡성 구조가 뒤틀린 모습에서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메시지이다.

삶과 진정성 있게 마주하려면, 지식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비우면서 자연과 어우러진 영역으로 다가가야 한다. 이성과 논리로 무장된 보편적 지식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코로나 19는 잘 보여주고 있다. 바벨탑을 건축하는 오만한 시도를 멈추고 인간성에 기대는 삶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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