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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그냥"은 무책임한 말이 아니다. 칸트는 무목적에 대한 목적을 말했다. 이는 사물에 대한 또는 인간에 대한 본질을 있는 그대로 보라는 뜻이다. A라는 사람에게 이름을 붙이는 순간 A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identity)이 사라진다고 보는 것이다. 이를 발터 벤야민은 '아담의 언어'라 했다.

'아담의 언어'는 근대 산업사회에서 파생된 근대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된다. 근대이데올로기는 모든 것이 자본에 대한 논리에 의해 계획되고 생산되고 유통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는 것을 말한다.

근대사회 언어는 폭력적이며, 기계적인 언어로 바뀌어 우리에게 치명적인 인간성 상실을 가져오게 했다. 주체와 객체로 나누어서 바라보는 관점에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을 적용시켜 자신이 경험하고, 축적한 생각 틀 밖으로 나오지 않으려 하며, 자신 이외 사물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문제가 있다.

우리에게 인식되어 들어오는 모든 사물은 고유한 가치를 가지고 있기에 두 가지를 서로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근대이데올로기는 오직 자본을 앞세운 생산력에 기준을 두고 평가하기 때문에 정신과 영혼까지도 교환 가치, 즉 자본으로 환원시켜 이 둘을 나눠버렸다.

사물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본질은 무시되고 획일화되어 갔으며, 지배자들은 규율을 내면화시키기 위해 훈육하여 진실과 본질을 정확하게 보지 못하게 방해했다. 합리적 가치가 비합리적 가치에 의해 감춰진 사회, 정상이 비정상에 의해 황폐해진 사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진실이 실종되고 본질이 흐려진 현실이다. 이미 자본 논리에 포획되어 스스로 빠져나올 노력을 안 하는 것이 문제라 생각해본다. 자본 논리에 포획된 위험한 상황과 현실은 우리를 향해 날카롭게 창끝을 겨누고 있다. 아직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으로, 획일화를 강요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제 나는 부자들에 대한 희망을 포기한다/ 이제 나는 안 나누어 주는 사람들에 대한 희망은 그 한 발 앞에 포기한다/ 이제 나는 많이 배운 사람들에 대한 희망 또한 포기하고/ 이제 나는 집이 더 좁아진 사람들에 대한 희망 역시 포기한다/ 이제 나는 이 지상(地上) 위에 있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하여 포기한다 원망하지도 저주 역시 포기한다

-후략-

-「심판」, 박남철

이름을 명명하고, 번호로 줄 세우며, 점수로 서열을 가리고, 경제력을 앞세워 갑질을 하는 등 획일화된 지표로 사람을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부자들에 대한 희망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포기"하는 것은 갑질에 대해 묵시적으로 인정하고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사회에 살아가고 있고, 우리가 설치한 덫에 우리 스스로 포획당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발터 벤야민은 언어 이전으로 돌아가라는 것, 이름이 붙기 전, 이름으로 불리기 전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물의 본질을 보는 것, 사물과 인간이 서로 동등한 위치에 소통하는 것, 이를 필자는 '그냥'이라고 표현한다.

하늘 너머, 너머// 하늘 너머/ 그 너머// 역사라는 무덥고 후덥지근한/ 공간성을 떨쳐버리고/ 초시간적 시간 속으로/ 사라져가는……// 수억의 추억의 시간은/ 그토록 짧다// 하늘 너머/ 그 너머

- 「하늘너머」, 최승자

"하늘 너머/ 그 너머"에 있는 사물 자체를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 "수억의 추억의 시간은/ 그토록 짧기 때문에" '그냥' 바라보고 살자. "아끼고, 존중하고, 사랑" 하는 이유는 그냥 좋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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