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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2.02 15:19:25
  • 최종수정2020.02.02 15:19:25

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에서 위험이 중심으로 작용하는 사회를 '위험사회'라 정의했다. '위험사회'란 현재 사회가 위험하다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결정하기 위해 맨 먼저 점검해야 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벡은 위험사회 특징을 첫째, 위험 전염성. 둘째, 위험 발생 장소. 셋째, 위험 인식도. 넷째, 안전 가치. 다섯째, 안전은 소비재 등 5가지로 요약한다

또한 벡은 '생산된 불확실성' 혹은 '생산된 위험'이라는 개념도 제시한다. 신종 코로나에 대해 중국 연구팀이 1년 전 사스·메르스와 같은 새로운 바이러스가 박쥐를 통해 다시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으며, 또 중국 식습관 문화에 문제를 제기, 이 같은 식습관이 바이러스 전파를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벡이 『위험사회』에서 말한 '생산된 위험'이다.

'생산된 위험'에 노출되어있는 보통 사람들에게 삶 자체에 대한 본질을 꿰뚫어 보는 일은 이제 먼 추억이 되었다. 바이러스로 인해 사회가 불안과 공포에 빠지자 소외, 대중주의, 가짜뉴스, 위생 물품 사재기 등 사회문제가 민낯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순과 사회적인 문제는 바로 내 문제라 생각하는 것이 옳은 일이지만, 어찌 된 일인지 인종주의, 배타주의, 혐오와 두려움, 차이나 포비아(중국 공포증)에 의한 공포·불안심리 확산을 증폭시키면서 '나 자신'에 대한 문제는 반성하지 않고 있다.

지붕 없는 폐지 창고에서 굴곡진 눈동자로 색채의 악연을 만난다 검정 속의 노란 종이에 어린아이의 시체가 말려 있었다 구두 속에서 곰팡이가 자라기 시작하자 구두는 빛을 강하게 빨아들인다 거리에서 죽은 빗물이 너와 나 사이를 흐른다 보라 속의 하얀 종이 위에 망각된 광기 뒤의 눈물이 쌓여 있다 썩은 피가 섞인 술잔을 부딪친다 그 잔은 내 것이 아니었다 우리의 것이 아니었다

중략-

정재학, 「이중색채를 위한 아르페지오」 전문

"검정 속의 노란 종이"가 보여주는 이중색채는 심층이 아닌 표층의 조각나고 분열된 파편들에 대한 불안이다. 자연에 대한 낙관주의가 여지없이 깨져 버린 신종 코오나 역습, 그래서 "굴곡진 눈동자"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불안과 공포에 대한 눈동자는 사물을 정확하게 바라볼 수 없다.

바이러스에 의해 환유된 눈동자로 바라본 사태는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불안을 불러온다. 불안은 공포와 다른 의미이다. 우리는 '이러한' 또는 '저러한' 사건에 대해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이러한' 또는 '저러한' 사건을 두려워한다. 무엇에 대한 공포는 분명하게 보이는 어떤 사건이 있기 때문이다.

위 시에 등장하는 "검정 속의 노란", "보라 속의 하얀", "빨강 속의 검정", "초록 속의 주황" 색들은 색채 대비가 뚜렷한 색이다. 이들은 심한 불협화음을 이끌어 낸다. 아르페지오는 펼친화음으로 음들이 유기적으로 부드럽게 연결되어 물 흐르는 듯이 연주하는 연주법을 말한다. 화음은 협화음으로 협화음이 되지 못하는 삐걱거리는 만남은 충돌되어 조각나고 분열된 만남으로 대상이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는 불안이 된다.

또한 이들은 파편화되어 "폐지 창고"에 나뒹구는 "종이", "구두", "독사", "고양이", "술잔", "잎사귀", "플랑크톤", "전구"는 순서 없이 현실로 드러나 흐트러져 있다. 이는 확실하지 않음으로 인한 불안이 내포되어 있는 불안이다. 모든 아픔과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면, 불안과 공포에서 '생산된 불확실성' 혹은 '생산된 위험'을 이겨낼 수 없다.

규정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모든 사회문제는 봉합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서로에 대한 혐오보다는 이해를 위한 공감, 두려움보다는 신뢰와 응원으로 화합하여 2020년을 잘 이겨내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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