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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3.28 15:52:35
  • 최종수정2021.03.28 15:52:35

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모방(mimesis)을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에서는 다음과 같이 뜻매김하고 있다. "모방은 어릴 때부터 타고난 것이다. 인간은 가장 모방을 잘 하는 동물이고, 이 모방을 통해 첫 지식을 획득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모방하면서 기쁨을 느낀다는 점에서, 다른 동물들과 차이가 있다."

모방은 인간 본능이며, 모방을 통해 학습과, 이 학습에 의해 쾌감을 느낀다. 또한 모방은 존재에 대한 본질, 탐함, 뜻이 통함 등 개인과 집단에 대한 상호작용을 포함 모든 문화를 아우르는 보편 원리로 작동한다.

이러한 모방을 mimesis라 하며, 모방에는 흉내인 mimicry와 그냥 따라하는 모방인 imitation이 있는가하면 표현인 representation이 있다.

흉내 내기인 mimicry는 의태(擬態)로 사람이 다른 사람, 또는 다른 무엇인가를 모방하는 것을 말한다. 대상을 그대로 복사하여 가능한 한 정확한 사본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imitation 모방은 어떤 사물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를 소거한 의미 없는 흉내 내기로 모조품을 말한다. 모조품(위조품)은 제품 외관을 모방해 소비자가 진품이라 착각하게 하는 제품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representation은 특정한 방식으로 묘사, 표현 또는 표상된 것을 말한다. 본래 지니고 있는 것과 같은 인상을 주는 이미지 또는 형상으로 정신에 대한 표상은 정신 안에서 비교적 일관되게 재생산되는 의미 있는 사물이나 대상에 대한 지각을 일컫는다.

어떤 그림이 대상을 표현할 때, 그 그림은 대상에 대한 기호가 되며, 기호는 그 대상을 대리하고 지시하면서 드러난다. 즉 재현은 기호화 유형 중 기술하고 도표화하는 것과 더불어 지시(denotation)라는 속성을 가진다.

이쯤에서 생각할 문제는 외로움에 빠져 있는 절박한 상대를 대상으로 imitation화 된 mind이다. 모조품(위조품)으로 접근하여 갖은 감언이설로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하여 마음과 정신 그리고, 물질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주고 진지성과 진정성 없이 떠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손자와 할머니로 보이는 두 사람이 덕수궁 문을 들어서며 제복 입은 안내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꾸벅 한다. 그 여인네의 옷에 안간힘을 쓰며 달려 있는 인조 카네이션 한 송이// 내 집처럼, 낯설게./ 짬뽕과 간짜장의 마음, 세월 같은 불빛 아래 내가 깨문 아이스케이크 한 개, 470원의 좌석버스, 장미원에 내려 걷는다. 개천의 물소리에 온몸이 쑤신다. 고장 난 대문, 고장난 물소리, 뻐끔히 대문이 열려 있다

- 이원, 「내 집처럼, 낯설게」

위 시에서 보이는 "인조 카네이션"은 imitation으로 짝퉁이다. 플라톤은 현실세계는 완벽한 이데아 세상이 왜곡된 복제품이라고 주장한다. "안간힘을 쓰며 달려 있는 인조 카네이션"은 모조품으로 "할머니" 삶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삶에 대한 어떤 아우라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슬픈 모조품 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미 복제된 삶을 다시 한 번 복제한 미메시스라 하기엔 어딘가 어색하다. 절박한 사람에게 사랑이라는 달콤함으로 다가오는 가짜 짝퉁에 대한 이야기를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들었다.

좋은 학교를 나왔으며, 유명인이며, 돈이 많으며, 좋은 차를 사주겠다, 집을 사주겠다 등 약속을 하면서 다가온 사람에 대한 이면을 들춰보니 모두 거짓이었다고 한다. 가짜와 짝퉁에 의해 절박한 한 사람이 겪어야하는 정신적 육체적 물질적 손해는 막대할 것이다.

아무리 진실과 참이 사라졌다 하지만 "인조 카네이션"을 달고 "덕수궁 문을 들어서" "제복 입은 안내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꾸벅"하고 있는 슬픈 현실, 이런 것이 인간 운명이라 하더라도, 더 완벽한 미메시스를 통해 표현된 참 세상으로 접근해볼 수 있는, 아우라 있는, 오리지널과 진짜가 많은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소망이 예쁜 봄날과 함께 스쳐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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