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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8.23 15:47:48
  • 최종수정2020.08.23 15:47:48

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코로나19가 면대면 만남을 사실상 중단시키고 "모든 관계 시작은 SNS으로"라는 사회에 살아가고 있다. SNS 소통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SNS 소통이 자연스런 현실에서 메시지를 보내도 며칠 만에 확인하거나 성의 없는 답신은 소통 부재를 만든다.

모든 생명체는 밥을 먹기 위해서 땅에 붙어 있어야 한다. 이를 현실이라 한다. 필자와 함께 코로나19가 만들어온 언택트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효율적인 경제활동을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해놓고 소통이 안 되는 사람을 몇몇 경험했다.

소통 부재 상황은 가장 귀한 상대에게 어떤 모습으로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들여다 봐야 함을 생각하게 만든다. 관심 단계에 들어가지 못한 소통 부재는 상대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현상으로 다른 현실이 지배하고 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 전략

바늘에 꼬여 두를까 보다. 꽃대님보다 아름다운 빛……

클레오파드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 고운 입술이다……스며라, 배암!

우리 순네는 스물난 색시, 고양이같이 고운 입술……스며라! 배암!

- 서정주, 화사(花蛇), 부분.

하지만 "스며라, 배암!"처럼 현실에 급급한, 땅에 붙어 있는 소통 부재는 앞으로 나아 갈 수 없는,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이 된다. 할 일이 많고 갈 길이 먼데 중심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만 서성거리고 있다. 생각이 많아지는 이유이다.

어느 지점에서 멈춰야 하는지 가늠해보는 머뭇거림은 소통 부재에서 시작된다. 자신을 치열하게 사랑하고 또 상대편에서 오는 신호가 시그널이 아닌 펄스라면 문제는 더욱 확대된다. 펄스 진폭이 얼마나 커다란 것인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한다면 동력은 상실되고 만다.

동력을 잃으면 지상으로 추락하게 되어있다. 좌표가 혼란스러우면 방향을 잃고 빙글빙글 돌아간다. 배터리 눈금도 30% 이하로 내려가고 있다면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럴 땐 정확한 판단으로 비행을 멈추고 착륙해야 한다.

동력을 얻기 위해 재충전이 필요하지만 단절된 접속은 재충전 속도를 느리게 만든다. 기다려보기로 하지만 더디게 오는 짧은 한마디는 지쳐있는 필자에게 별다른 위안이 안 되었다.

"밥은 잘 먹고 있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하는 일들은 막힘없이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물어본다면 좀 더 좋은 소통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좋아한다면 이런 관심은 반드시 따라와야 한다. 알지 못하는 상태, 이를 안개 속이라 한다. 안개 속에서는 멀리 바라볼 수 없다.

알 수 없는 소통 부재는 상대를 황폐한 사막으로 내몰 수 있다. 사막에 홀로 불시착하면서 내린 결론은 "관심 없음"이다. "관심 없음"은 "당신은 나에게 있어 우선순위가 아니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현실을 살아내려면 약아야 한다. 셈을 해야 하고, 따져보는 사랑법이 현실을 지배하고 있지만 지상에 있는 삶 속에서 약지 않은 셈 없는 따지지 않는 사랑법과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좋아한다. 그리워한다. 사랑한다" 말하며 살아야 한다. 하지만 땅에 붙어 먹이만 보고 달려가고 있는 현실은 답답하다. 45cm 친밀도 있는 거리로 들어가 손잡고 응원하며, "수고했다. 사랑한다. 밥은 잘 챙겨 먹고 있는가·" 말하며 살자.

안 된다는 것 알지만 해보도록 노력하며 서로 바라보자. 행복할 수 없고, 안부조차도 물을 수 없다면, 그 길을 가서는 안 된다. 인정하기 어렵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소통 부재는 이렇게 지상에서의 삶은 무기력하게 만든다.

아무렇게 살고 싶지 않다면 한 번 더 불씨를 던져 서로 따뜻하게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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