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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시인 이원은 전자사막을 떠도는 고독한 유목민사유를 가지고 '야후!의 강물'에 무려 '천 개'나 되는 '달'을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띄웠다. 달을 이미지화 하여 千江에서 하나인 자신을 들여다봤던 것이다.

꺼짐인 0과 켜지는 1로 이루어진 디지털 세계는 하나인 달이 千江에 뜨는 것이 아니라 천개의 달이 웹 브라우저인 야후강에 뜨게 하고 있다. 컴퓨터 키보드 조작과 클릭만으로 나에 대한 이미지를 "천 개" 쯤은 간단히 만들어내고 있는 모습이다.

몸 속에 웹 브라우저를 내장하게 되었어. 야금야금 제 속을 파먹어 들어가는 달. 신이 몸 속에 살게 되었어. 신은 이제 몸 속에서 키울 수 있는 존재야. 몸 속에는 사철나무. 산. 목이 잘린 불상. 금칠이 벗겨진 십자가. 당신이 보낸 천년에 한 번 우는 새. 당신이 내게 올 때 걸었던 최초의 오른발과 왼발. 기어이 제 살을 다 파먹은 달. 그물로 된 달. 그물에 걸린 신들의 꼼지락거리는 손가락들과 발가락들을 생각해봐. (……) 사막을 건너 아버지가 찾아와. 내 몸이 신전이니 죽은 아버지가 새벽마다 기도해. 몸 속은 무덤이 아니야. 방금 네가 날 검색했잖니? 서른 닢의 은전도 받지 않고. 새벽은 아직 멀었는데. 쉬지 않고 아버지를 부정해. 더 이상 신전은 몸 밖에는 없어. 이제 낮과 밤은 몸 속에서 만나고. 낮과 밤은 몸 속에서 헤어지고. 신들은 내 몸을 로터스 꽃처럼 먹고 꾸역꾸역 자라. 몸은 구멍투성이야. (……)

- 이원, 「몸이 열리고 닫힌다」 부문

'몸 속에 웹 브라우저를 내장'하고 잃어버리고 살았던 상상의 세계를 찾아 떠나는 것은 접속과 접촉에 대한 욕망이 작동되었기 때문이다.

헤겔이 '신들이 예적(고대)에는 인간세상에서 함께 살았네'라고 했듯 "신이 몸 속에 살게 되었어. 신은 이제 몸 속에서 키울 수 있는 존재야"하면서 접속을 통해 구석기 자연 상태인 주술시대로 원환(圓環)을 꿈꾸고 있다.

'몸 속에는 사철나무'가 있듯 대자연(숲)을 향해 올리던 제의는 몸속에 집을 지었다. 그러나 그 집은 역사시대가 시작되자 '목이 잘린 불상. 금칠이 벗겨진 십자가'가 되어 숲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그물로 된 달. 그물에 걸린 신들'은 찢어지고, 부서져 갔다. 루카치가 『소설의 이론』 첫머리에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했듯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 역병은 '별이 빛나는 창공'을 꿈꾸게 만들고 있다.

4차 대유행이라는 위기상황에서 '그물에 걸린 신들'과 접속을 욕망하며,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SNS에 접속을 시도하면서 간절하게 두 손 모아보는 봄날, 평화롭고, 행복한 유년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의지가 모여 예쁜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하지만 불안한 문자와 숫자, 그리고 내포된 코드 이미지들을 동원해 수많은 '구멍들'을 찾아 일상 속에 들어있는 공포들을 벗어나기 위한 접속을 시도해 보지만 접촉은 아직 어렵다.

접속된 '몸속은 무덤이 아니기 때문에' 천천히, 차분하게 '검색'하면서 혼란스런 상황을 빠져 나가기 위한 검색을 해야 한다. 검색이 돼야 근원인 주술세계로 되돌아가 접촉이라는 기적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몸과 몸이 접촉하여 되돌아가기 위해서는 '서른 닢의 은전'을 받아야 한다. 4차 대유행에 들어섰지만 은전을 가지고 올 몸이 도착하는 '새벽은 아직 멀리' 있다. 몸을 검색하는 '낮과 밤은 몸 속에서 만나고. 낮과 밤은 몸 속에서 헤어지는 접속'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병과 살아가는 우리에게 '놀고자 함, 사유하고자 함, 말하고자 함, 무언가 새로운 방식으로 하고자 함, 살고자 함 등등 모든 하고자 함'들이 접촉을 통해 잘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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