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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4.12 15:13:49
  • 최종수정2020.04.12 15:13:49

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최근 필자는 수중에 돈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견딜 수 없는 수치심과 모욕감을 경험했다. 철저한 물신숭배는 이유를 불문하고 인간성을 파괴하고 정신에 대한 가치까지 훼손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물질만 있으면 모든 것을 다 이룰 수 있고, 행복하다는 생각은 한 사람을 고통 속으로 몰아가기에 충분했다

물질만능주의와 자본주의는 완벽하게 보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재편된 경제 질서는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인간과 생명에 대한 내적 성숙과 품위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된 것이다.

아직까지도 사람들은 존재 이유를 외부에서 찾고 있다. 감각적 쾌락=행복을 동일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아정체성이 강화됐다고 하면서 "나는 소유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주술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빠지면 돈이 없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도 미련 없이 헌신짝처럼 버리고 만다. 변덕스런 주관에 의한 욕망을 충족시켜 삶에 대한 의미나 행복을 구하기 위해 다른 사물과 인간을 수단으로 여긴 결과이다.

인간성 상실과 비인간화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물질만능주의는 인간을 부품이나 소모품으로 생각하여 인간사랑 생명사랑에 대한 실천을 멀어지게 만들고, 지위나 권력 그리고 금력 등이 주요한 삶의 목표가 되게 만들었다.

오토바이에 달린 개줄에 끌리어/ 개 한 마리/ 오토바이 따라 달려간다./ 두 바퀴와 네 다리가 조금이라도 엇갈리면/ 개줄은 가차없이 팽팽해지고/ 그때마다 개다리는 바퀴처럼 땅에 붙어서 간다./ 속도가 늘어나도 바퀴는 언제나 한 가지/ 둥근 모양인데/ 개다리는 네 개에서 여덟, 열여섯……/ 활짝 펼쳐지는 부챗살처럼 늘어난다./ 사정없이 목을 잡아당기는 개줄에 저항하면/네 다리는 갑자기 하나가 되어/ 스파크를 일으키며 아스팔트에 끌린다./아무리 달려도 서 있을 때처럼 조용한 바퀴 옆에서/ 심장과 허파를 다해 헐떡거리는 다리./ 오토바이 굉음소리에 빨려 들어가는 헐떡거림./ 아무리 있는 힘을 다해 종종거려도/ 도저히 둥글어지지 않는 네 개의 막대기./ 느슨해지자마자 팽팽해지는 개줄.

- 김기택, 「오토바이와 개」 전문

자본의 "바퀴는 언제나 한 가지/ 둥근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속도를 높이면서 자신을 비하하거나 파괴하는 난폭성을 보인다.

"개다리는 네 개에서 여덟, 열여섯……/ 활짝 펼쳐지는 부챗살처럼 늘어"가지만 저항할 방법이 없다. "사정없이 목을 잡아당기는" 폭력을 바지 주머니에 들어있는 동전 몇 닢 가지고 이겨낼 수 없다.

"스파크를 일으키며 아스팔트에 끌"려 가는 인간 존엄성과 가치는 여지없이 뭉개지고 찢어지고 있다.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심장과 허파"가 사력을 "다해 헐떡거리"며 필사적으로 탈출하려 하지만 탈출할 수 없는 현실이 버티고 있다.

"오토바이 굉음소리"를 내는 쪽이나 "아무리 있는 힘을 다"해 끌려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쪽이나 같은 처지에 놓여 있음에도 삶을 담보로 서로에게 비정한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심에서 갈등과 번민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몇 날 며칠을 뜬눈으로 지새우면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개성과 주체성, 정체성, 존엄성마저 사라지게 만드는 현실 속에서 한없는 비정함을 이겨내고 있다.

인간을 대하는 태도,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을 물적(物的)인 사용가치로만 따지는 삶은 정당한 삶이 아닐 것이다. 수단이나 사물이 아니라 존엄한 인격체로 인식할 수 없을까?

모든 존재는 성스러운 신성(神性)을 가지고 있다. 신성을 복원하고, 사랑도 복원하고,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존재도 신성이 있음을 인정하면서, 서로 아끼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공감대를 만들면서 같이 살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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