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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5.22 15:03:25
  • 최종수정2025.05.22 15:03:25

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사람은 태어나 부모에게 받은 이름을 목에 걸고, 거울에 비친 얼굴에 익숙해지고, 타인이 부여한 역할과 책임 속에서 '나'를 만들어간다. 그러나 이 모든 정의와 규정들은 얇은 껍질에 불과하다. 어느 골목 어귀에서, 우리는 문득 깨닫는다. 내가 알던 나는 내가 아니었으며, 내가 외면하던 것이야말로 내 진실이었다는 사실을.

오이디푸스는 도시를 구했고, 왕이 되었으며, 스핑크스 수수께끼를 풀었다. 사람들은 존경했고, 스스로 의롭다고 믿었다. 그러나 몰랐다. 자신에 대한 정체, 과거, 운명도. 인간 존재 깊은 곳을 가장 깊게 건넌 자. 그는 철저히 몰랐고, 너무나 절실히 알기를 원했으며, 마침내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자신을 부숴야만 했다.

오이디푸스 비극은 단순한 근친상간이나 살부 서사가 아니다. 그것은 정체성 붕괴, 자아 균열, 인간 존재 복수성에 대한 고통스런 증언이다. 그는 또 다른 인물로 끊임없이 분열되었다. 코린토스와 테베 왕자였으며, 이오카스테 남편이자 아들이었고, 아버지이자 형제였다. 그는 한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여럿이었다. 이와 같이 오이디푸스 비극은 아포리아에서 비롯된다.

철학자들은 오래도록 '자기 동일성'에 대해 고민해 왔다. 나는 지금 나와 같은 나인가· 어제 나와 오늘 나는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른가· 플라톤은 진리란 변치 않는 형상에 있다고 믿었지만, 오이디푸스는 그 형상을 가진 적이 없다. 오이디푸스는 찰나마다 붕괴했고, 자아는 순간마다 다른 얼굴을 가졌다. 하이데거는 인간을 '존재에 대해 물을 수 있는 존재'라 했다. 오이디푸스는 끊임없이 물었고, 그 물음은 칼날 되어 돌아왔다.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은 자아를 해체하는 과정이었고, 그는 마침내 진실이라는 정점에서 자신을 부정해야 했다.

그는 믿었다. 합리적 이성과 논리 사슬이 진실로 이끌어줄 것이라고. "범인이 여럿이었다면, 나는 아니다" 이 얼마나 이성적인 추론인가. 그러나 존재에 대한 진실은 수학처럼 깔끔하게 나누어지지 않는다. 오이디푸스는 결국 깨달았다. 존재는 단순하지 않으며, 정체성은 항상 겹겹 모순 속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질 들뢰즈는 주체를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되기'라는 흐름으로 보았다. 오이디푸스야말로 끊임없이 되어간 자였다. 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아버지를 죽이는 자가 되었고, 어머니 남편이 되었으며, 그 모든 사실을 아는 순간 스스로 파괴하는 자가 되었다. 그는 되어가는 끝에서 자아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결국 눈을 찌르고 만다. 어둠 속에서 진실을 보려는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세상과 시선을 끊고서야, 그는 자신을 비로소 직면하게 된다.

눈먼 오이디푸스 얼굴이 떠오른다. 그는 진실을 본 자였고, 동시에 진실을 본 대가를 온몸으로 치른 자였다. 그는 더 이상 왕도, 영웅도 아니었다. 다만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알게 된 자.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모순이며, 복잡하며, 쉽게 부서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고대 거울이다.

오늘날 우리는 오이디푸스보다 나은가· 과학과 정보, 생성형 Ai 등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진실을 더 정확히 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자아 경계에서 흔들린다. SNS 속 나는 현실에 있는 나와 얼마나 다른가.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얼굴을 쓰고 벗는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다. 자식이자 부모로, 동료이자 경쟁자로, 연인이자 타인으로. 우리는 하나로 환원될 수 없는 자아들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어쩌면 오이디푸스는 그 모든 자아를 단번에 마주해야 했던 가장 비극적인 현대인이었는지도 모른다.

오이디푸스 비극은 끝났지만, 질문은 남는다.나는 누구인가.그리고 나는 정말, 나를 알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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