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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8.30 15:22:12
  • 최종수정2020.08.30 15:22:12

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일반론은 아니지만 살다 보면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믿을 수 없는 사건은 영혼을 털어가기에 충분했다. 좀처럼 일어날 수 없는 이 털림은 가혹하리만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예부터 지금까지 애절한 이야기는 수없이 많이 있다. 남녀 사랑은 빠질 수 없는 테마로 많은 사람 가슴을 울려왔다. 때문에 필자도 한 줄 시를 그리면서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다.

확실한 것은 사건은 미끄러지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미끄러짐이 아니라 미끄러짐에 슬픔이 배어 있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분명 흔적은 지층을 만들어 가건만 왜 미끄러지면서 만들어 가는지.

다가오면 물러서면서 좋아한다 사랑한다 말 못하고, 상처가 나면 그 상처를 건드려 더 덧나게 하면서 잠 못 이루며 괴로워하고, 얼마나 많은 빨간 소독약을 발라야 상처가 아물까.

- 전략

식은 밥을 푸며 다른 생이 없다는 당신 말을 푹푹 눌러 담는다 생각해 보니 오늘이 생일이다 그렇다면 오늘도 이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 다른 생에서 걸어보고 싶었던 골목들이 희미하게 식어간다

-중략

다른 생은 없을 거라는 당신 말은 그래서 진실에 가깝다 고마웠다

- 이승희, 「화분 혹은 시인 케이」, 부문.

상처에 딱지가 앉고 사라지면서 남아있는 쓸쓸하고 외로운 주름들, 지층들을 꺼내 흐느끼면서 수없이 연주했던 「사랑의 로망스」, 현실적일 수밖에 없는 애인은 다음 생에 대해 물음을 던져오지만 돌아오는 답은 "다른 생은 없을 거라"는 대답뿐이다.

누군가를 간절히 그리워하고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숨도 쉬어지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라는 것을…… 힘들게 가슴 아픈 고백을 해왔던 사람이 있지만 갈 수 없는 길임을 알고 포기해야 하는 슬픔은 또 얼마나 큰 것인지.

살아낸다는 것은 체념하고 사는 일이며, 그것이 더 잘 사는 일이라는 것을, 씁쓸하게 돌아서야 하는 일이 더 많다는 것을, 그래서 그냥 잊고 사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희망 없는 삶을 꼬깃꼬깃 접어 주머니에 넣고 그냥 만지작거리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현실은 현실이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털려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오늘도 밤은 깊어갈 것이고 어김없이 새벽 두 시는 나를 깨우고 흘러갈 것이다.

삶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의미도 있겠다 싶어 새벽을 기다린다. 주변인으로 살기 싫어 마음을 든든하게 먹자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저 너머에 변하지 않는 진실 된 참이 있을 것이다. 간절한 마음을 이어간다는 것은 살아있음에 대한 기적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더 많이 아파해야 보일 것 같아 동해안 자전거라이딩을 다녀왔다. 더 많은 그림을 하늘에 그리기 위해 정동진을 경유 동해안을 달리면서 모래사장에 대상 없고 실체 없는 무의미한 이름 석 자를 써놓고 왔다.

아직 살아있다는 것이고, 아직 건강하다는 것이고, 아직 사랑할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더 많은 슬픔이 몰려온다. 많이 아프다. 다 털려서 이젠 더 털릴 기다림도 없다. 때문에 털어간 상대를 더 그리워하고 사랑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시를 쓰고, 일을 하고, 살아가야 할 이유를 "식은 밥을 푸며 다른 생이 없다는 당신 말을 푹푹 눌러 담"으면서 "생각해 보니 오늘이 생일이다"라는 노래에 눈길이 멈춘다.

유한한 생명을 품은 화분의 넉넉함, 유한한 삶을 살면서 무한한 그리움을 흘러가는 구름에 그림을 그려본다. 가혹한 현실은 진실에 가깝고, 때문에 이 가혹한 현실은 오히려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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