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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불안은 기분으로 자신을 포함한 우리가 한곳에 자리 잡고 편히 살아가는 일상 세계를 낯설게 만든다. 낯섦을 견디지 못할 때 불안은 절망이 되며 분열로 나타난다. 자아가 분열되면 유토피아를 쫓는 의미 없는 행동을 하게 된다.

시인은 이를 말로 상상한다. 상상력을 확실하게 나타내는 방법은 기호 사용이다. 상상은 인간 기호로 능산적 자연인 물질적 상상력에 대한 형식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이상, 「거울」은 분열을 통해 본디부터 갖고 있는 모습에 대한 동일성을 회복하려는 기호로 작동된다. 거울은 형식적 상상력에 풍요함을 줄 수 있는 충실한 사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살아있는 기를 불어넣어 꽃피게 하는 본질과 관념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한계를 지닌다.

'거울 속 나'와 '거울 밖 나'로 분리된 자아는 누구를 위해 비쳐 보이는가? 아름다움을 알 수 있는가? 내면에 있는 힘을 의식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를 알아내려면 우주 신기루인 공기와 빛이 만들어내는 변하지 않고 일정하게 지속하면서 근원을 이루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인식해야 한다.

세상에는 등에 거울을 지고

다니는 사람도 있단다

경 없이 가는 길,

그것이 문자의 운명인데도

너희, 거북이 아저씨 알지?

자신의 등을 구워

문자를 만드는 사람,

우리 동네 시인

같은 사람 말이다

그런 거울 백 개를

모을 수 있다면

산경을 두루 비출 수 있다 했단다

― 송찬호, 「山經을 비추어 말하다」 전문

위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물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한다. 거울은 문명 도구로 겉으로 드러난 성질과 모습을 정확하게 나타내는 도구이지만, 물은 자연스런 깊이를 유지하며, 흐르면서 반사하여 비치는 그림자가 암시하는 꿈에 대해 무한성을 준다.

유리와 금속이나 플라스틱으로 된 거울테두리는 꿈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가두는 벽이 된다. 또한 거울 주위를 돌아봐도 깊이를 발견할 수 있는 어느 것도 없다.

거울은 거울 속에 찢어져 갈라짐으로부터 도망치는 세계를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가둔다. 자신을 볼 수 있지만 결코 붙잡을 수 없다. 뛰어넘을 수 없는 그림자 거리일 뿐이다.

거울 속에 있는 세계는 자신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세계이다. 그러나 물은 열려있는 길이다. 반영되어 비춰지는 물거울은 열려진 상상력을 무한하게 흐르게 한다.

따라서 "자신의 등을 구워/ 문자를 만드는 사람,/ 우리 동네 시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거울 백 개를/ 모을 수 있다면" 어슴푸레하고 창백한 반영을 관념화해 형식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에 대한 이미지가 비쳐지는 물에 대한 상상력은 "산경을 두루 비출 수 있"을 때 의미를 획득한다. 그래야 의식 저편을 건널 수 있으며 아름다움을 지속시킬 수 있다.

분열이 지속 되면 동일성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는 미뤄지면서 완성되지 못한다. 때문에 "세상에는 등에 거울을 지고/ 다니는 사람", "문자를 만드는 사람,/ 우리 동네 시인"은 이를 완성시켜야한다.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응시하는 눈이 필요하다. 응시는 정신영역인 명상으로 나타난다. 인간은 보기를 원한다. 본다는 것은 직접성에 관한 호기심으로 정신을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만든다.

이렇게 작동되는 응시하는 눈을 의심하는 사건이 세간에 화재가 되고 있다. 위세 있는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후보가 토론회에서 손바닥에 임금 王을 써가지고 나왔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21세기에 왕조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냐?", "역술인 대통령을 뽑는 것이냐?", "얼마나 토론에 자신이 없으면" 등등 말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응시해 마음속에 들어온 모든 것들을 상상하여 능산(能産)으로 생산하는 근원이 사라진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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