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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루카치 『소설의 이론』은 한국 문학사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책이다. 고대 그리스 신화시대 영광을 떠올리며 서문에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라고 말하고 있다.

시적인 이 문장에 대해 빠져들었던 것은 종교에서 한 발 물러나 냉담 상태에 있을 때, 실의와 좌절에 길을 잃었을 때, 길을 잃고 방황하면서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가야할 길이 어느 곳인지 알려주는 문장이었기 때문이다.

봄빛 좋은 날 불쑥 떠올라 시 몇 편을 꺼내 읽었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 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중략) 엄청난 고생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발췌

자신은 시인이 아니며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어떠한 방법으로 알 수 있는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 무엇을 신뢰하고, 희망은 있는 것인지, 느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찾는 슬픈 존재가 시인이다.

슬픔을 찾아 끝없는 몸 바꾸기를 시도하며,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존재, 물음을 던지는 존재가 시인이다. 즉, 시인은 자신이 발붙이고 살아가는 시대와 현실에 대한 직관, 살아가게 될 미래에 대한 기다림,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역사인식을 찾아 살아가는 변신하는 존재인 것이다.

나는 마우스 위에 오른손을 얹고 있다/ 내 몸의 일부는 적막에 묻혀 있고/ 내 몸의 일부는 바람에 붙어 있고/ 내 몸의 일부는 지워졌고/ 내 몸의 일부는 그가 떼어갔고/ 내 몸의 일부는 꺼진 모니터 속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마우스가 여자의 얼굴 속에 들어가 있어도/ 여자의 한쪽 눈과 콧구멍 하나는 얼굴 밖의 세계를 벌름거리고/ 내가 마우스 위에 온전한 손을 얹고 있어도/ 여자와 마우스는 따뜻해지지 않고/ 그러나 마우스는 피카소의 여자 속에/ 나는 마우스의 등 위에 손을 얹고 있다/ (김종삼의 묵화처럼, 소의 잔등처럼, 지금은 저물녘이다)

―이원, 「마우스와 손이 있는 정물」 발췌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 '마우스 위에 오른손을 얹고' 있다. '피카소의 여자'처럼 '김종삼의 묵화처럼' 무심한 마우스를 클릭하여 트위터에 들어가면, 'What are you doing?'이라는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단순하고 맹랑한 물음이다.

우리는 이 문장과 같이 SNS에 빠져들어 변신하고 있다. SNS 가상세계에서 시각을 통한 적극적인 형식으로 몸 고치기나 몸 바꾸기를 경험하고 있다.(수 년 내 메타버스(metaverse), 초월 'meta'와 세계, 우주 'universe' 합성어인 '가상 우주' 시대가 열려 한 단계 높은 변신 세계가 열린다 한다.)

그리스 신화에는 아폴론 재촉을 피해 달아나던 다프네가 월계수로 변한 일, 목욕하는 아르테미스를 몰래 훔쳐본 악타이온이 사슴으로 변한 일, 귀신에 들린 에리직톤이 끝없이 먹다가 먹을 것이 없자, 자신의 몸까지 뜯어먹어 파멸로 이끌고 가는 이야기들이 몸 바꾸기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몸 바꾸기에 대한 신화는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몸 바꾸기에 대한 변화 서사는 세계와 인간에 대한 사건들과, 관계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몸 바꾸기에 의한 반역은 문학을 바라보는 출발점이 된다. 신화는 태초부터 지금까지 변화하는 세계에 시간성, 운동성, 의미성을 부여하는 서사가 되어왔다.

이러한 변화를 노래하기 위해 시인들은 뮤즈(영감 靈感)를 불러내 신의 도움을 빌거나, 행복한 삶이 이뤄지기를 노래하며 하늘에 빌어보기도 하고, 기도를 통해 본질에 대한 근원을 노래해 왔다. 봄이 지나가고 있다. 시집을 꺼내 읽어보며 변신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 아닐까? 생각에 잠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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