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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6.20 14:40:36
  • 최종수정2024.06.20 14:40:36

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현실을 인내하고 어려움을 참아 견디면서 산다는 것은, 직·간접 영향을 주는 자연조건이나 사회 환경을 이겨내고 익숙해져 어울리려는 노력이며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환경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을 우리는 루저(Loser)라 부른다. 루저는 '말, 행동, 외모, 능력이나 재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패배자'라는 뜻을 담고 있다. 환경에 어울리는 능력이 좋은 사람을 성공했다 하고,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을 낙오자라 부른다.

세계적인 기후 위기와 전쟁, 그로 인한 식량난, AI에 의한 일자리 위험과 극심한 물가고, 어려운 취업난 및 초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우리는 매우 어려운 시기에 살고 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구입한 빌라와 아파트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 전세 사기에 말려들어 전세금을 받지 못한 사람들 고통 또한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자칫 부적응자 무능력자로 낙인찍혀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빠져있다.

어쩌면 인간은 일에 대한 보람을 찾기 위해 살아간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인간이 움직이는 원인은 보람을 찾기 위한 의지에서 시작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살림에 대한 첫출발, 그리고 가장 기초가 되는 의지는 생명을 이어가려는 의지이다. 이는 생명이 지니고 있는 본질에 대한 의지이다. 하지만 심노숭 시에 나타나듯 태산같이 쌓여 있는 근심과 걱정을 훌훌 털어내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憂之不離, 視過於愛之難捨,(우지불리 시과어애지난사)

근심을 떨쳐 버리지 못하는 것이 애정을 거두기 어려운 것보다 훨씬 힘드니,

捨愛而施人, 熟若離憂而自施?(사애이시인 숙약이우이자시)

남에 대하여 애정을 거두는 것이 어찌 자신에게 있는 근심을 떨쳐 버리는 것만 하겠는가!

自施之中, 無過於未死, 盡天下之觀.(자시지중 무과어미사 진천하지관)

자신에게 베푸는 것으로는 죽기 전에 천하 대관(大觀)을 다 구경하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다.

- 심노숭 (沈魯崇 1762~1837), 「해악소기(海嶽小記)」, 『효전산고(孝田散稿)』

니체는 인간은 욕망 충족에서 오는 유쾌하고 즐거운 감정을 추구하기만 하고 유쾌하지 않고 즐겁지 않은 감정을 피하려고 하는 존재가 아니라고 말한다. 유쾌하지 않고 즐겁지 않은 감정은 애를 태우거나 불안해하는 마음이다.

인간이 원하는 것, 가장 작은 유기체가 원하는 것은, 남을 지배하여 복종시키는 힘이 더 많이 늘어나길 바란다. 이런 의지에 의해 인간을 앞으로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남을 지배하는 힘이 커질수록 저항을 통해 그 의지에 반대하는 무엇인가를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권력의지에 대한 방해물로 유쾌하지 않고, 즐겁지 않은 불쾌한 마음은 정상적인 일 아닐까. 불쾌한 마음을 피하지 않고 불쾌함을 지속적으로 가지는 것은 인간에게 필요한 내적 본질이기 때문에 이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고 니체는 권력의지에서 말하고 있다.

불쾌한 근심에 대한 저항은 극복에 대한 욕구이다. 권력의지에서는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저항에 대한 욕구가 필연적으로 내포해야 한다고 본다. 고통은 바로 그러한 저항에 대한 경험이기 때문에 권력을 욕구하는 자는 사실상 불쾌한 근심을 욕구하는 자이다.

권력의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불쾌한 근심과 불만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저항에 맞서 그것을 극복하겠다는 욕망에 대한 결과이다. 현실을 잘 이겨 내려면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무언가를 해내면서 이 어려움을 이겨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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