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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3.29 14:39:40
  • 최종수정2020.03.29 14:39:40

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세월이 흐른 만큼 나이는 들어간다. 노화는 피해갈 수 없으며, 노화되어 간다는 것은 새로움보다 익숙해진 일상을 벗어나지 않아야 하는 압박감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칫 실수하면 그동안 쌓아온 것들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과 가족, 쌓아온 명예와 자산 등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시작해봤으나 발목과 무릎 통증으로 포기해야 했다. 그러던 중 찾아낸 운동은 자전거 라이딩이었다. 5년 전 처음 시작했을 땐 그럭저럭 자전거그룹에 뒤처지지 않고 잘 따라붙을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앞서가는 라이더를 따라잡기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앞서가는 라이더를 추월하는 재미가 엊그제 같은데 점점 더 어려워져감을 실감하고 있다. 지난 젊은 시절 펄펄 날던 때가 있었는데 서글픔이 앞선다.

몸이 마음 같이 움직여주지 않아 심한 쇼크에 빠져 있던 날 평소 친밀하게 지내던 사람으로부터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밀려오는 서글픔이 한이 없으며, 고요함을 유지해보려 애써 보지만 역부족이라 했다. 여러 취미가 있지만 평정심이 흔들린 상황에서는 그마저도 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헤어짐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첫 번째 원인은 취약한 경제적 여유일 것이다. 먹고 입고 쓰는데 바빴던 베이비부머 세대에겐 예고된 재앙이다. 필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예고 없는 이별, 이로부터 오는 당혹감, 외로움, 소외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나 혼자만 이런 상황에 빠져 있을까? 아닐 것이라 생각하며 자신을 돌아봤다.

매서운 강철같은 추위처럼 절망적인 서글픔이 몰려온다. 이럴 때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봄을 기다리는 설렘, 이 설렘은 몇 배 커질 것이다. 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새로운 생명력과 활력을 주는 계절 아닌가.

가벼운 교통 사고를 세 번 겪고 난 뒤 나는 겁쟁이가 되었습니다./ 시속 80 킬로미터만 가까워져도 앞 좌석의 등받이를 움켜쥐고 언제 팬티를 갈아 입었는지 어떤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재빨리 눈동자를 굴립니다.// 산 자도 아닌 죽은 자의 죽고 난 뒤의 부끄러움, 죽고 난 뒤에 팬티가 깨끗한지 아닌지에 왜 신경이 쓰이는지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신경이 쓰이는지 정말 우습기만 합니다./ 세상이 우스운 일로 가득하니 그것이라고 아니 우스울 이유가 없기는 하지만.

- 오규원, 「죽고 난 뒤의 팬티」 전문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이 때로는 "가벼운 교통 사고"처럼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별을 '세 번 겪고'난 사람은 '겁쟁이가'되어 다시 사랑을 시작할 마음의 여유가 없을 것이다.

안 좋은 일을 세 번 이상 겪고 나면 누구나 트라우마가 생긴다. "교통 사고"는 사고로 주관적이라면, 사건은 문제가 되거나 주목을 받을 만한 뜻밖의 일로 객관적이다. 이별은 분명 사건과 사고를 넘어 감당할 수 없는 커다란 사태가 된다.

운전대만 잡아도 겁이 나듯, 사랑을 실패하고 시작하는 이에게는 "시속 80 킬로미터만 가까워져도" 사랑이 과속하는 것 아닌가 놀라 "앞 좌석의 등받이를 움켜"쥐게 될 것이다. 달콤한 사랑보다는 "언제 팬티를 갈아 입었는지 어쩐지를 확인"하듯 이별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순원 『소나기』에서 소녀가 소년에게 하얀 조약돌을 던지며 "이 바보야!"했듯 "이 바보야!"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용기를 내 사랑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우스운 일로 가득"한 세상이라 할지라도, 죽고 난 뒤 세상을 걱정할 일도 없고 되돌아볼 이유도 없는 것이다.

삶은 진지하고 강렬한 가능성으로 채워져 있다. 사랑할 날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하루하루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아야 "이 바보야!" 소리를 듣지 않을 것이다. 내게 주어진 시간 안에서 의미 있는 것을 찾아낼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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