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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 故 정재수 군 모친 김일순 여사 인터뷰

인고의 세월 견뎠지만 제대로 추모 안 돼 '먹먹'

  • 웹출고시간2023.01.17 17:54:39
  • 최종수정2023.01.18 13:26:31

효자 고(故) 정재수 군의 모친 김일순 여사.

ⓒ 김기준기자
[충북일보] 인고의 세월이었다. 한날한시에 잃어버린 남편과 아들을 땅에 묻고, 가슴에 묻고, 하늘에 묻고 50여 년을 견뎠다. 혼절하고 깨어나 다시 혼절하기를 반복하다 아예 미친 사람이 돼가고 있었다. 그러나 남은 자식들을 위해 살아야만 했다. 1974년 1월 22일 폭설과 한파 속에서 웃옷을 벗어 아버지를 덮어준 채 함께 숨진 효자 아들 고(故) 정재수 군. 내년은 그가 떠난 지 50년, 살아 있으면 환갑을 맞는 해다. 아직 생존해 있는 모친 김일순(83) 여사를 어렵게 만났다.

◇사고 당시를 말씀해 주실 수 있겠는가.

설날 아침 쇠죽을 쑤기 위해 방문을 열고 나오는데, 하얀 학 한 마리가 큰 울음을 내며 마당 위를 휙 날아갔다. 그리곤 겨울 아침인데 신기하게도 무지개가 서 있었다. 이상하게 밤새 잠을 못 잔 터라 왠지 불안감이 들었다. 낮에 시동생들이 찾아왔다. 처음엔 형이 좀 다쳤다며 함께 가보자고 했다. 현장(보은군 마로면 마루목재)에 도착해서야 남편이 죽은 걸 알았다. 재수는 어딨느냐고 정신없이 울부짖었다. 나중에 불에 탄 재수의 장화 한쪽을 보고(죽은 걸 직감하고) 그 자리서 실신하고 말았다.
ⓒ 김기준기자
◇전날 남편과 재수 군은 어떻게 집을 떠났나.

남편이 재수에게 설빔으로 웃옷을 사줬다. 재수는 너무 좋아하며 그 옷을 입고 아버지를 따라나섰다. 남편은 차례상에 올릴 닭 한 마리를 시장에서 사 왔다. 그걸 메고 재수와 함께 상주시 화남면 소곡리 집에서 큰 집이 있는 옥천군 청산면 법화리로 떠났는데,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날씨가 푹해 엄청난 폭설이 쌓이고, 기온이 크게 떨어질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이틀 밤을 자고 온다고 했다. 그렇게 들뜬 마음으로 집을 떠난 재수와 남편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49년이 지났다. 그동안 어떻게 사셨는가.

한 1년은 몸도 마음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주위에선 미친 거 같다고 했다. 보다 못한 시어머니는 담배를 피워보라고 권하기까지 했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싶다. 그러다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아있는 재수의 남동생과 여동생(3명)을 끌어안고 밤마다 울어야 했다. 정신을 좀 차렸다. 상주시로 이사해서 슈퍼도 하고, 공사장 식당 일도 하고, 닥치는 대로 일했다. 다행히 4남매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었다. 잘 자라주고 재수처럼 효심 깊은 자식으로 커 줘 감사하다.

◇요즘은 어떻게 사시고, 건강은 괜찮으신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여기저기 아프다. 노령연금 30만 원과 노인 일자리 사업에 나가 받는 28만 원을 아껴 쓴다. 자식들도 매달 용돈을 보내준다. 하지만 설날이 다가오거나 눈이 조금만 내려도 가슴이 벌렁거려 힘들다. 아마도 죽을 때까지 이 병은 고치지 못할 거고…그래도 효심 깊은 아들과 딸들이 있으니, 그 낙에 살고 있다.

◇내년이면 재수 군이 사망한 지 50년이 된다. 심정은 어떠신가.

재수가 죽고 난 뒤 곳곳에 동상이 세워지고,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효의 본보기'로 실렸다. 하지만 다녔던 학교(사산초)가 폐교되고, 어느 때부턴가 교과서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차츰 재수의 효행이 사람들에게서 잊혔다. 그나마 '정재수 기념관'이 생겨 기뻤지만, 이것도 세월이 흐르면서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마음이 아프다. 묘지는 자매들이 관리한다. 죽은 날을 단정할 수 없어 집을 떠난 날(음력 12월 28일)에 제사를 지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재수 군을 위해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바랄 것이 뭐 있겠는가. 재수의 효행이 끝까지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현재는 추모제도 없다. 묘지를 관리해 주는 단체나 기관도 없다. 주변에서 재수의 효행에 관심을 두고, 내가 죽더라도 효행을 잘 기려주길 소망한다. 어미로서 다하지 못한 사랑은 하늘나라에서 만나면 몇 배로 해주고 싶다, 재수도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을 거로 생각한다. 보은 / 김기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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