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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보영

충북여성문인협회장

187원으로 해 빚어진 이야기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혹한의 추위를 녹이고도 남을 만큼 가슴 한 자락이 따뜻해져온다. 더운 열기가 솟구쳐 오른다. 이런 아름다운 심성을 가진 이들이 있어 아직도 세상은 살만하다고 부르짖어도 좋을 성 싶다.

얼마 전 한통의 전화가 왔다. 낮선 중년 여인의 목소리였다. 남편의 제자라고 했다. 남편의 연락처를 수소문 하던 중에 내 연락처를 알게 되어 연락을 했다고 한다. 그 여인의 말인즉 '학교를 졸업하면서 선생님에게 진 빚이 있는데 그 빚을 갚고 싶다고 한다. 그 일로 인하여 항상 마음이 무거웠고 이제는 마음의 짐도 내려놓고 싶고 졸업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신 선생님에게 그 때의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서 일간 찾아뵈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남편을 통해 들은 이야기는 이렇다. 45 년 전에 있었던 일이란다. 기억에도 없는 일인데 그와 이야기를 들으면서 겨우 더듬어 낸 아주 작은 일이라고 했다. 졸업을 앞둔 한 학생이 학교에 내야 할 공납금이 밀려 있어 학교에도 나오지 않아 졸업을 하지 못할 처지에 있는 것이 안타까워 공납금을 내 주고 졸업을 할 수 있게 해 준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녀의 말을 빌리면 그 액수가면 187원이었다는 것이다. 며칠 후 187원이 106배가 되어 돌아왔다. 여기에 그녀의 아름다운 마음의 무게를 더한다면 숫자로는 환산 할 수 없는 가치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초등학교 졸업장도 받지 못했을 거라며 그 고마움을 한시도 잊을 수 없었고 또한 제 마음의 짐을 덜고 싶어서이니 받아 달라는 그녀의 간절한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남편은 그 것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 때의 어린 소녀가 육십 줄에 들어선 여인이 되어 노스승을 찾아와 회포를 푸는 모습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웠다. 아마도 그녀의 스승인 남편은 40여년의 교직 생활을 통해 때로는 버겁고 힘들었던 기억들이 보람으로 승화되는 아름다운 순간이었으리라.

매스컴을 통해 연일 보도 되는 이야기들이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가 하면 차마 볼 수 없어 채널을 돌리게 하기도 한다. 제자가 스승을 폭행하고 스승으로써 도저히 할 수 없는 인면수심의 일들을 저질러 스승들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게 하기도 한다. 이 시대에는 진정한 스승도 없고 제자도 없다며 개탄하는 소리가 가슴을 아리게 한다.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고 한탄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가르치는 일을 포기할 수 없고 배우는 일 또한 포기 할 수 없는 일이다. 교육은 백 년 대계를 꿈꾸며 행해야 하는 일이거늘 오늘의 현실이 어렵다고 가르치는 일과 배우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되지 싶다.

농부는 알곡이 아니 가라지가 날 것이 두려워 씨앗을 뿌리는 일을 포기 하지 않는다. 때로는 알곡보다 쭉정이가 많을지라도 이를 기꺼이 감내하며 뿌리고 가꾸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가라지 속에 묻혀 있는 한 알의 알곡을 위해 땀방울을 쏟아낸다. 적어도 진정한 스승이라면 때로는 가라지 같은 심성을 가진 이들이라 할지라도 그들을 알곡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기 위해 기꺼이 혼신을 불사를 수 있을 만큼의 정열과 인내를 감내하며 진물 같은 땀을 흘려야 하리라.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지 않으면 많은 열매를 거둘 수 없다"고 하지 않던가.

너무 빨리 변해가는 초고속 시대를 따라 잡으려 허둥대는 삶을 살아가느라 마음들이 팍팍해져서인지 옛일들은 쉬 잊게 마련이다. 그런데 자그마치 45년이라는 세월을 거슬러 오르지 않으면 안 되는 어린 날의 작은 기억하나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그녀의 진솔한 마음이 전해져 가슴이 따뜻하다. 가히 국보급이라고 찬사를 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은 한 여인이 있기에 세상의 모든 선생님들에게 교사의 직분을 택하길 잘 하셨다고, 이를 천직으로 알고 가르치는 일에 온 힘을 기울여도 좋으리라고 권면하고 싶다. 산마루에 걸려 있는 붉은 해가 더 할 수 없이 아름다워 보이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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