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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7.12 13:40:48
  • 최종수정2015.07.12 13:40:44

송보영

수필가

지인에게서 안부전화가 왔다. "다들 무고하시지유"라고. 투박한 어휘가 주는 여운이 길다. 가슴 한 자락이 따뜻해져 온다. 가쁜 숨을 몰아쉬던 분주함에서 놓여나 잠시 휴식에 든 느낌이다. 얼마 만에 들어보는 정겨운 인사말인가. 많은 수식어를 더하지 않았음에도 평안하기를 바라는 그의 간절한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나는듯하다. 그의 말 한 마디가 웬 지 알레그로, 알레그로를 외치면서 달려가야 하는 분주한 일상에서 안단테, 안단테의 느린 걸음으로 여유 있게 걸어도 좋을 성 싶은 편안함이 나를 감싸 안는듯하다.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은 넘쳐나는 언어의 홍수 속을 헤엄치듯 다니지 않으면 안 된다. 끝없이 생겨나는 신종 언어를 따라잡느라 숨이 차다. 여기에 줄임말이라는 것까지 생겨나 당황스러울 때가 부지기수다. 공영 매체인 방송도 이를 부추기는데 한 몫을 한다. 줄임말을 알아듣지 못하면 감각이 뒤 떨어지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 TV를 보다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당황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연예프로에선가 '행쇼'라는 말이 등장 했을 때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말이 '행복하십시오'의 줄임말이라고 해 헛웃음을 웃은 적이 있다. 나야 아둔해서 그렇다 치고 처음 그 말이 등장 했을 때 제재로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었을까하는 의구심이 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글자 수래야 불과 6자 밖에 안 되는데 이것을 발음하는데 얼마나 걸린다고 몸통 부분은 다 빼고 첫 글자와 끝에 글자만을 사용해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만들어 내는지 이해 할 수 없다. 하나의 어휘가 생겨나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낱말의 조합에 의해 이루어지고 각 낱말마다의 뜻이 합쳐져서 타생되는 것일 게다. 그런데 그것들을 도외시 하고 앞 낱말과 중간, 마지막 하나씩 만을 붙여서 발음한다면 본래의 어휘가 함유하고 있는 의미가 제대로 전달 될 수 있을까. 어떤 이유에서 그런 말을 만들어 내는지 알 수 없고 그 말을 이해하고 못하는 것이 개인의 몫이 되어버리는 것이 못내 안타깝다. 이는 어쩌면 빠르게, 좀 더 빠르게라 부르짖으며 속도감 넘치게 변화하는 작금의 삶의 행태가 빚어낸 부산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면서 아날로그시대의 감성에 취해 느림의 여유를 누리고 싶어 한다는 것은 모순일지 모른다. 그러나 숨이 턱에 차도록 옆도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달려가야만 하는 오늘의 현실이 빚어내는 불협화음이 우리의 심신을 얼마나 망가트리는가. 더러는 가슴 밑바닥에 무거운 납덩이가 되어 짓누르는 삶의 한 부분일랑 잠시 내려놓고 무심히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 보는 것도 좋으리라.

무엇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가. 무심하게 사방을 둘러보다보면 눈에 들어오는 들꽃무리가 마음의 소요를 잠재운다. 오래 된 찻집에서 들려오는 낡은 노래들이 잃어버린 낭만의 끝자락을 몰고 온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을 통해 안단테 안단테의 평안함이 지친 심신을 쉼으로 이끌어준다.

"다들 무고 하시지유" 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조금은 어눌해 보이고 촌티 나 보이지만 이 어휘 속에는 여유로움이 있고 나만이 아닌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넉넉함이 묻어난다. 내 안부만을 묻는 것이 아니라 나를 중심으로 한 내 이웃들의 안부까지 묻고 있는 것이다. 말에는 생명이 있다. 하여 '입으로 시인하는 대로 된다'는 말이 존재한다. 말은 마음의 표현이고 소통의 가교이다. 말은 그 사람의 품성을 드러낸다. 세치 혀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말들이 위로가 되기도 하고 상처가 되기도 한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을 수도 있듯이 생각 없이 던진 말 한마디가 상대방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오늘 나는 아날로그적 삶의 행태가 주를 이루었을 때나 쓰였음직한 "다들 무고하시지유"라며 안부를 묻는 말 한 마디로 해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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