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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11.16 17:15:47
  • 최종수정2014.11.16 17:15:44

송보영

충북여성문인협회장

다리를 절뚝거리며 그가 들어선다.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하고 커다란 남성용 슬리퍼를 신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들리던 이가 며칠째 발걸음을 하지 않아 궁금했었는데 그사이에 변고가 생긴 모양이다. 이유인즉 마을 경로당 앞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노인을 일으켜 세우려다 노인을 안고 뒤로 넘어져 발이 접질리는 바람에 엄지발가락과 발등에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아직도 발은 통통 부어 있고 퍼렇게 멍이든 상태다.

그는 마을 경로당의 해결사다.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문제만 생기면 그를 찾는다. 경로당 안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 노인들의 신변을 둘러싸고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전화벨이 울리고 그럴 때면 ' 네 형님 바로 갈게요' 하며 달려간다. 그 뿐인가. 기동력이 없어 출타가 어려운 이들의 발이 되어주기 위해 그의 애마는 출동준비를 마친 채 대기 중이다. 닫힌 공간에서 답답해 아는 이들에게 콧바람이라도 쐬어주기 위해 철 따라 꽃놀이, 단풍놀이라도 시켜주랴 늘 분주하다.

그는 이제 막 고희를 넘겼고 현재 직업은 모 대학의 사감장이다. 경로당 출입을 하기엔 너무 젊어 보이고 나이에 걸맞지 않게 풋풋한 향기가 난다. 깊은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와의 대화 속에서 간간히 내비치는 품새로 보아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았고 젊은 시절 많은 것을 누리며 소위 상류층이라는 이들과 인연을 맺으며 호기롭게 보낸 사람임이라는 것을 안다. 그런 그에게 삶의 가치관이 바뀌는 전환점을 맞게 되는 계기가 있었다고 한다. 모 여성단체에서 주관한 동남아의 오지만을 택해 그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돌아보는 탐방에 참여하면서 나 아닌 다른 이들의 삶이 보이기 시작 했다고 한다. 그 곳을 돌아보면서 가진 것 없어도 초롱초롱 빛나는 눈을 가진 아이들을 만났고,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 이후로 이전의 삶이 나만을 위한 것이었다면, 지금의 삶은 이웃과 더블어함께 하는 삶이 얼마나 가치 있고 보람된 것인가를 알게 되었고 그리 살려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와 조우하며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이런저런 생각들에 사로잡힐 때가 많다. 가치 있는 삶의 본질은 무엇일까.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 보고 듣는 것을 통해 얼마나 변할 수 있는 것일까. 등등을 두고 고민한다. 무엇을 보느냐 무엇을 듣느냐에 따라 삶의 가치관이 달라지는 것은 분명 한 것 같다. 인간의 뇌 속에는 수많은 신경 세포들이 존재하고 그것들은 각각 보고 듣는 것에, 추구하고자 하는 것에 따라 반응한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같은 상황에서 같은 경험을 했다고 해서 동일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 많은 이들이 함께 오지를 탐방 했건만 유독 그만이 삶의 참된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게 되었고 생각에 그친 것이 아니라 변화된 삶을 살아가려 애쓰고 있는 것을 봐도 그렇다. 함께 했던 이들도 아마 생각이 거기에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은 그냥 생각에 그쳤을 뿐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그가 살아가는 모습에 감탄하면서도 한 발 내딛지 못하고 있다. 마음에서는 그래야 한다고 하는데 행동으로 옮겨지지가 않는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용기 있는 사람의 몫이 아닌가 싶다.

오늘도 그는 가을걷이로, 겨울준비로 분주해 미처 돌아보지 못하고 있는 매장안의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다육이 들의 떡잎도 제거해 주고 바닥에 비질을 하느라 분주하다. 더블어함께 가기를 즐겨하는 사람,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그 속에 온전히 녹아들어 가기를 소망하는 사람, 그는 용기 있는 사람이고 아름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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