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4.08.24 14:33:31
  • 최종수정2014.08.24 14:33:25

송보영

충북여성문인협회장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한 발 내딛고 있는 모습이 금방이라도 앞을 향해 내 달릴 기세다. 세찬 바람이 휘몰아쳐도 아랑곳없다는 듯한 표정이다. 조각상의 제목 또한 예사롭지 않다.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 이다. 그의 당당한 모습에 매료되어 발길이 머문다. 모든 두려움을 떨쳐내고 앞만 보고 달려보겠다는 듯 결연한 의지로 빛나는 그를 바라보면서 작가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작가는 이 조각상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이는 아마도 좌절과 고통의 늪에서 신음하고 있는 이들에게, 특히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칠전팔기의 마음을 가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바라는 소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함이 아닐까 싶다.

아무 형체도 없는 한 덩어리의 커다란 화강암을 예리한 칼끝으로 쪼고 다듬어가며 간절한 염원을 불어 넣었으리라. 그리함으로 말미암아 애초에 생명이 없는 하나의 돌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영과 혼을 지닌 모습으로 다시 빚어져서 귀한 메시지를 들려주고 있는 것일 게다.

분주한 일상을 내려놓고 떠나온 나들이 길에서 그를 만났다. 동해8경중 제1경에 속한다는 추암 해수욕장이 있는 곳에서다. 새해 첫날이 되면 일출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모여드는 곳. 바닷가를 중심으로 우뚝 솟아있는 기암괴석들과 촛대바위의 모습이 경이로운 곳. 갈라진 바위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바닷바람과 파도소리를 숨 쉬며 무리지어 피어 있는 해국이며 들꽃들이 가슴을 뒤 흔들어 놓는 곳. 그곳 언덕 위에 그가 있다. 그와의 조우는 내게 선물이고 호사다. 역동적인 그의 모습 속에서 그가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를 유추해 볼 수 있음이기에 그렇다.

그는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단다. 이왕에 내딛은 발걸음이고 달려가야 할 길이라면 바람이 분다고 멈춰 설 수는 없다고 온 몸으로 말한다. 그가 말하는 바람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이는 아마도 삶의 길목마다 도사리고 있는 역경들을 일컬음이리라.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바람을 만날 수밖에 없다. 내 안에서 불어오는 잡다한 바람. 예기치 않은 곳에서 나를 향해 불어오는 모진 바람, 이런 바람에 나를 맞기고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때로는 견딜 수 없을 만큼 휘몰아치는 바람 때문에 자칫하면 땅위에 발을 딛고 설 수 없을 만큼 휘청대기도 한다.

마음의 갈피를 잡을 수 없게 흔들어대는 숱한 요인들 중에는 볼 수 없는 것들을 보려는 마음과, 들을 수 없는 것들을 들으려는 데서 오기도 한다. 잡히지 않는 것들을 잡으려는 발버둥으로 자칫하면 좌초 될 위기에 처할 때도 있다. 이런 것들에 마음을 빼앗겨 볼 수 있는 것과 들을 수 있는 것들을 놓쳐 버림으로 아주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린다.

내 삶의 주인은 나다. 누가 내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시련들이 내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고 다른 곳에 원인이 있다고 회피해서는 안 된다. 잠시 눈을 감고 내 안을 들여다보면 지금 직면하고 있는 이 결과 뒤에는 지난 삶의 흔적들이 녹아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내가 성장하고 세상이 빛난다.

그대와 나, 우리 모두에게는 아직 살아갈 날들이 남아있다. 남은 내 삶속으로 어떤 바람이 불어올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무는 바람이 불 때 뿌리를 돌아본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지난 삶에서 비롯된 흔적들을 돌아보며 마음을 고추 세울 때 든든히 설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모진 바람을 견뎌본 이들이라야 태풍의 눈 같은 광풍도 견뎌 낼 수 있음이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 밝은 빛을 향해 나아갈 열쇠도 내가 가지고 있고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갈 힘도 내게 있다.

온 몸으로 말하는 그와 조우하며 그가 들려준 진솔한 이야기를 가슴에 품는다. 남은 삶을 살아가는 동안 혹여 세찬 바람으로 휘청 댈 수밖에 없을 때가 온다면 다시 한 번 꺼내 볼 참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