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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6.14 14:46:39
  • 최종수정2015.06.14 14:46:38

송보영

수필가

스멀스멀 기어드는 햇살이 정겨워 잠시 눈을 붙이려는데 인기척이 난다. 화들짝 놀라 눈을 떠보니 어미 고양이가 꽤 커다란 무엇인가를 입에 물고 숨을 헐떡이며 걸어오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아기 고양이었다. 얼마 전에 낳은 그의 새끼중 하나인 모양이다. 언제부터 저들을 데려오기 시작했는지 장작더미 틈새로 들락날락하는 놈들이 네다섯 마리쯤 돼 보인다. 아기 고양이들은 어미의 모습을 보자마자 모두 달려 나와 어미의 품으로 달려든다. 제 새끼들을 본 어미는 입에 물고 있던 놈을 내려놓고 벌렁 드러눕는다. 새끼들을 보듬기 위해서다. 어미의 품으로 달려든 아기 고양이들은 어미의 젖을 빠느라 여념이 없다. 참으로 기가 찰 일이다. 어떻게 저들을 이곳까지 데리고 올 수 있었을까. 길 건너 한참을 올라가야하는 빈집에서 이곳까지 오려면 개울도 건너야하고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그것도 총 여섯 마리나 되니 새끼를 입에 문채 그 길을 여섯 번이나 오고 갔을 게 아닌가.

바람이라도 났는가. 집을 나가 오랫동안 보이지 않던 어미 고양이가 무거운 배를 하고 돌아 온지 한 달 여쯤 지났을 때였다. 산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였는지 여러 날을 두고 축 늘어진 배를 땅에 대고 누워있기만 하던 어미 고양이의 배가 홀쭉한 것으로 보아 어디엔가 새끼를 낳아 놓은 것이 확실했다. 새끼를 낳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싶어 부지런히 먹을거리를 챙겨주고 아가들이 있음직한 곳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농원 주변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새끼들이 보이질 않는다. 이곳저곳을 살펴보다 어미가 있던 곳으로 돌아와 보니 그마져 어디론가 가고 없었다. 며칠 후에야 알 수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해산을 하지 않고 다른 곳에서 새끼를 낳은 후 밥을 먹으러만 온다는 것을. 허기를 채우고 나면 어김없이 개울건너 외진 곳에 있는 빈집으로 가는 것이었다.

어미 고양이는 왜 그 먼 곳까지 가서 새끼를 낳았을까.

그건 아마도 막상 해산을 하려고 친정인 옛집으로 돌아와 보니 이목이 번다한 것이 아무래도 제 피붙이들을 안전하게 지킬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던 것 같다. 후에 안 일이지만 고양이는 사람의 눈에 띠는 곳에서는 새끼를 낳지도 않고 기르지도 않는다고 한다. 제 새끼들이 제법 모양새를 갖추고 뛰어 놀 때쯤 돼야 비로소 세상 밖으로 어린 것들을 데리고 나온다고 하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나무판자위에 벌렁 드러누워 젖을 물리고 있는 어미 고양이의 모습이 참으로 당당해 보인다. 여봐란 듯이 새끼들을 보듬고 있는 그에게서는 큰일을 해 낸 자의 여유로움이 넘쳐난다. 그것도 나의 쉼터로 들어가는 비좁은 현관 옆에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는 비키라고 호통을 쳐보지만 미동도 하지 않는다. 나를 쳐다보는 그의 눈빛은 그동안 제가 해 낸 일과 제 새끼들에 대한 자랑스러움으로 가득 해 보인다.

여기저기서 간간히 들려오는 듣고 싶지도 보고 싶지도 않은 소식에 가슴이 저리고 아플 때가 많다. 갓 태어난 어린 생명이 외지고 어두운 곳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숨을 거두었다는 이야기, 자식들로부터 외면당해 홀로 숨을 거두는 노인들의 이야기는 또 어찌 그리 많은지 이런 일들로 해 아프다. 새끼들을 보듬고 있는 어미 고양이의 당당한 모습 앞에서 어미의 가슴에 한번 안겨보지도 못하고 버려지는 우리네 어린 것들로 해 목이 멘다. 가족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이들로 해 가슴 속에서 시린 바람소리가 난다. 때로는 사람이라고 하는 사실이 부끄럽다. 미물도 제 새끼를 끔찍이 여길 줄 알거늘 하물며 사람이랴. 가정이라고 하는 둥지를 버리고 떠나 돌아오지 않는 이들이나 부모를 팽개친 채 돌아오지 않는 이들을 생각한다. 그 들이 두고 간 둥지에는 어미가 떠난 비인 자리를 지키며 기다림으로 목이 타는 어린 것들도 있을 것이고, 그리움으로 허리가 휘어져가며 대문 밖을 서성이는 어버이들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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