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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9.21 15:16:08
  • 최종수정2014.09.21 15:16:05

송보영

충북여성문인협회장

한국문학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박경리 문학의집 5층 세미나실에 도착하니 선생께서는 동영상을 통해 '문학보다는 개개인의 삶이 소중하고 사랑은 생명의 근원이며 설렘이 있는 아픔이라'시며 넉넉한 웃음으로 화면 속에서 방문객을 맞아주신다.

박경리 문학공원은 강원도 원주시 단구동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선생이 1980년부터 1998년까지 거주하면서 역사와 문명의 대 서사시인 소설 토지의 4,5부가 쓰여 진 옛집과, 작가에 관한 모든 자료를 한 곳에 모은 문학의 집이 있어 대 문호 박경리 선생의 삶과 문학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공원 정면에 있는 문학의집 2층에는 살아생전 선생께서 쓰던 유품들이 타임캡슐 안에 보관되어 방문객을 맞이한다. 소설 토지의 육필 원고와 만년필, 손때 묻은 국어사전, 손수 옷을 지을 때 썼던 재봉틀, 직접 만들어 즐겨 입으셨던 원피스, 텃밭을 일굴 때 쓰던 호미와 장갑 등이 작가 생전의 모습을 말 해준다. 전시실 3층에는 토지의 역사적 공간적 이미지와 등장인물들의 관계도, 하이라이트 등에 관한 이해를 돕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곳에서 서희와 길상이도, 임이 네와 용이 등 소설속의 많은 인물들과 만난다.

문학의집 현관 옆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작가의 옛집이 있다. 20여년 가까운 세월을 이곳에 살면서 토지 4부와 5부 대단원의 막을 내린 작가의 옛집은 정갈하고 아담하다. 18평의 작은 공간에는 할머니로 부터 유품으로 받았다는 귀납장, 낡은 소파. 평상시 즐겨 쓰시던 찾잔 등에선 아직도 선생의 온기가 느껴 질 것만 같다. 집필실에 놓여있는 짙은 갈색의 탁자위엔 만년필과 돋보기 재떨이도 있다. 선생의 손때 묻은 유품들을 보고 있으려니까 풍성한 원피스 차림의 선생이 틀어 올린 머리에 뿔테 안경을 쓰시고 탁자 앞에 앉아 집필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해질녘 동쪽에 위치한 작은 방에서 홀로 식사를 할 때면 슬프고 무서웠다는 말을 생전에 자주하셨다고 하는 해설자의 말을 듣고 있자니 가슴이 시려온다.

옛집 거실 유리창 밖으로 공원이 보인다. 공원으로 조성되기 이전에는 채마밭과 작은 꽃밭, 손자들과 고양이 강아지 닭들의 놀이터였다는 그곳. 땅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계분을 차로 사서 거름을 주어 땅 심을 높이고, 제초제 한 번 쓰지 않고 밭을 일구어 그 소산물로 찾아오는 지인들에게 먹을거리를 만들어 손 대접하기를 즐겨 하셨다고한다.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을 너무도 사랑하셨던 선생은 강아지와 들 고양이, 공중을 나는 새들의 먹이를 위해 정부미를 자루로 사들여 손수 밥을 지어 그들을 먹였다고 하니 사랑은 생명의 근윈 임을 강조하셨던 선생의 성품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토지이외에는 그간 발표한 작품들이 습작에 불과하다고 하는 선생의 문학의 흔적들을 살펴본다.

작가로서의 탄생은 단편 '계산'과 '흑흑백백'이 1955~56년에 걸쳐 김동리 선생에 의해 추천 되면서 시작되어 '불신시대' 애가. 김 약국의 딸들. 시장과 전장 등 수많은 장단 편을 발표하였고 이로 인하여 현대문학상. 내성문학상. 한국여류 문학상. 월탄 문학상등 많은 문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대하소설 토지는1969년 현대문학에 연재를 시작으로 1994년 8월15일에 대단원의 막을 내리기 까지 장장 25년에 걸쳐 탈고 되었으며 전5부 16권으로 완간되었고 이때에 이화 여자 대학교에서 명예 문학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토지의 집필기간동안 버린 원고지가 26만장이었다고 하니 그 고뇌의 깊이가 얼마나 컸을까를 미루어 집작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작가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 역시 고통의 연속이었고 눈물이 아니었나 싶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해 겪어야 했던 아픔. 남편과의 사별. 사고를 당한 어린 아들을 치료 한 번 제대로 받게 하지 못하고 떠나보내지 않으면 안 되었을 때의 모진 아픔. 사위 김지하 시인의 긴 옥중생활을 지켜보아야 했던 고통의 나날들. 이를 어찌 감당 하셨을까.

삶이 그렇게 고통스럽지 않았다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고 나의 글은 삶의 고통이 빚어낸 산물이라고 하셨다는 선생의 이야기가 새삼 시리게 닥아 온다.

아픔으로 빚어낸 글을 통해 이 나라의 역사와 문학에 찬란한 꽃을 피운 선생은 지금 시리고 아팠던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고향인 통영 미륵산 기슭에서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이곳 문학공원의 흙을 이불로 덮고 영면에 들어 있다.

이데올로기 돈 명예에 사로잡히면 영혼이 자유로울 수 없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는 선생을 생각하며 그의 시 한편을 떠 올려 본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나를 지켜주는 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늘 짐승들이 으르렁 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 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본문 옛날의 그 집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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