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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증평군청 행정과

삼돌씨 성화에 못 이겨 마님은 모처럼 가까운 산을 찾았다. 삼돌씨 뒤를 쫓아가며 헉헉대는 마님 숨소리에 조용하던 산자락이 재채기를 해댄다. "삼돌씨, 좀 쉬었다 가며 안 돼? 힘들어 죽겠어." "마님, 조금만 더 가면 찻집이 나오니까 거기 가서 쉽시다." 마님은 기가 막혀 죽겠다는 듯 삼돌씨를 쏘아보며 투정을 부린다. "에이 씨, 산속에 찻집이 어딨어· 찻집은커녕 벤치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삼돌씨가 뒤쫓아 오는 마님을 보고 웃더니 손가락으로 어느 나무를 가리킨다.

"여기가 내가 말한 첫 번째 찻집이야. 어때? 근사하지?" 마님 얼굴이 굳어지며 벌게진다. 머리에 금방이라도 뿔이 솟을 것 같은 분위기다.

"지금, 누구 놀려· 이게 나무지, 무슨 찻집이야?" 삼돌씨가 껄껄 웃으며 손으로 나무 등걸을 더듬더니 갈라진 틈새로 손가락을 집어넣는다.

"고로쇠나무인데, 이른 봄이면 이런 틈새로 달착지근한 수액이 흘러나와." 마님은 고개를 들고 삼돌씨가 더듬고 있는 나무 틈새를 올려다본다. 나무 틈새로 손가락 굵기의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 보인다.

"이 곳이 사람들이 드릴로 구멍을 뚫어서 수액을 빼냈던 자리야." "드릴로? 살아 있는 나무를?" 마님은 말도 안 된다는 투로 삼돌씨에게 따지듯이 묻는다.

"그럼, 한 나무에 아마 서너 개씩은 뚫었을 걸." 마님은 '드르르' 소리를 지르며 나무속을 뚫고 들어가는 드릴 소리가 들리는 듯 얼굴을 찡그린다. 마님 팔뚝에 소름이 오싹 돋는다.

"삼돌씨! 그런데 왜 나무를 보고 뜬금없이 찻집이라고 한 거야?" "내가 어렸을 때는 새들이 나무껍질의 갈라진 틈새에서 배어 나오는 수액을 먹었거든. 제일 먼저 딱따구리가 먹고, 동고비, 곤줄박이가 다음 손님이 되어 먹고, 남은 건 사람들이 차지했지. 그때 우리는 대나무 갈대를 수액이 흐르는 곳에 대고 주전자에 받아서 먹었거든. 그 맛이 아주 기가 막혔는데……." 삼돌씨는 금방 수액을 먹은 것 마냥 입맛을 다신다.

"그게 찻집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이 나무가 산속에 사는 새들에게는 찻집이었거든. 찾아오는 손님 누구에게나 달착지근하고 시원한 음료를 공평하게 나누어주던 나무였는데……." 마님은 그제야 찻집의 의미를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떡이고는 나무를 다시 올려다본다.

"새들은 나무에서 흐르는 수액을 먹을 만큼 받아먹고는 다음 손님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떠나지만, 요즈음에는 사람들이 무지막지하게 구멍을 뚫고 강제로 빼가니까 나무껍질 밖으로 흘러나올 사이도 없어. 그래서 이젠 새들도 찻집을 찾지 않고 있지." 삼돌씨가 마님을 보고 안타까운 눈빛을 보낸다. 마님도 삼돌씨를 보고 고개를 끄떡거려 준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삼돌씨가 금방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다.

"마님, 이 삼돌이가 마님에게 고로쇠나무 역할을 해 줘야 할 텐데……." 삼돌씨는 마님을 바라보고 측은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삼돌씨! 달콤한 수액 따위는 안 줘도 괜찮으니까, 제발 마당에 풀이나 좀 뽑아 줘." 마님이 입을 비죽 내밀고 삼돌씨를 보고 눈을 흘긴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찻집뿐일까?

- 천방지축 마님생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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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