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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증평군청 행정과 근무

텔레비전에서는 연일 태풍 볼라벤 피해사례를 보도한다. 마님은 지역에 태풍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며 동료직원에게 출장을 가자고 한다. 들판을 가로지르는 도로에 접어들자 바람에 자동차가 휘청거리기 시작한다. 마님은 불안한 얼굴로 운전하는 동료 직원을 바라보며 묻는다.

"보슬씨, 설마 자동차가 바람에 넘어가는 건 아니겠지?"

"하하하, 우리 둘 몸무게가 얼만데요. 끄떡없으니까 염려 놓으세요."

"휴, 이럴 때를 대비해서 그동안 다이어트를 안 한 게 천만다행이다. 그치? 하하하."

마님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려고 너스레를 떨고 보슬씨는 걱정스러운 듯이 마님을 바라보며 묻는다.

"집에는 피해 없으세요?"

"우리 집? 설마 별 일이야 있겠어. 있어봐야 나뭇가지 몇 개 부러졌겠지."

마님은 동료 직원과 가로수 부러진 건 없나, 천변이나 농로는 괜찮은가? 상가 간판은 어떤가? 살피면서 돌아다닌다. 나무가 넘어진 곳도 몇 군데 있고, 홍보게시대가 쓰러지기도 했고, 보강천 미루나무 잔가지들이 나뒹굴고 있어 태풍의 무서운 위력을 실감한다. 혹시라도 시민들이 미루나무 숲에 들어갔다가 다치기라도 할까봐 벌써 관련부서 직원들이 안전대를 설치해 놓은 게 보인다. 마님은 이제야 나와 보는 것이 괜스레 미안하다는 듯이 콧등을 문지른다. 그때 핸드폰 벨이 울린다.

"마님, 우리 집 지붕이 날아갔어."

마님이 이게 무슨 소린가 하고 벙벙한 얼굴로 아무 대답도 못한다. 통화하는 소리를 듣고 있던 보슬씨가 마님을 차에 태우고 쏜살같이 마님네 집을 향해 달린다. 집에 도착해보니 한쪽이 벗겨진 채 알몸을 들어 낸 지붕이 보이고, 삼돌씨는 바람에 흔들리는 사다리를 타고 지붕에 올라가고 있다. 마님은 놀라서 후다닥 뛰어가며 소리를 지른다.

"삼돌씨! 사다리가 넘어지면 어쩌려고 이렇게 바람이 부는데 지붕에 올라가는 거야?"

마님은 겁먹은 얼굴을 하고 흔들리는 사다리를 두 손으로 꽉 잡는다. 마님 두 팔이 부르르 떨린다.

"나, 얼른 사무실에 들어가 봐야 돼. 얼른 내려오란 말이야!"

"내 걱정 말고 가 봐. 당신이 거기 버티고 있으니까 신경이 쓰여 일이 더 안 되잖아!"

삼돌씨는 흔들리는 사다리에 버티고 서서 마님을 내려다보고 짜증을 낸다. 마님은 어쩔 없이 사다리에서 손을 떼고 불안한 마음으로 뒷걸음을 치며 투덜댄다.

"거 봐. 내가 이럴 줄 알았어. 그러기에 미리 지붕 물받이를 정비했으면 이런 일이 없잖아."

마님은 사무실에 돌아와서도 정신이 하나도 없다. 삼돌씨가 지붕에 올라갔다가 바람에 떠밀려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앞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마님은 서둘러 시동생에게 전화를 건다.

"삼촌, 지금 우리 집에 긴급 상황이 발생했어요. 빨리 좀 오세요."

"형수님, 무슨 일인지 차근차근 얘기해 보세요."

"태풍에 지붕이 날아가서 형이 고친다고 지붕으로 올라갔는데 이 비바람에 형까지 날아가게 생겼어요."

"그 정도 바람으로는 우리 뚱댕이 형, 절대로 날지 못해요. 이참에 말도 징그럽게 안 듣는 형, 날아가라고 하지 그러세요. 푸하하하하."

마님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치며 재촉을 한다.

"삼촌! 지금 장난 칠 때가 아니란 말이에요. 암튼 얼른 출동 좀 해주세요."

"하하하, 제가 119입니까? 출동을 하게."

"삼촌은 원래 우리 집안 119잖아요. 30분 내로 도착하지 않으면 출동수당 없으니까 그런 줄 아세요!"

"허참, 떼쟁이 우리 형수님 덕분에 졸지에 내가 119가 됐네. 하하하."

수화기 너머로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마님은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쉰다.

누군가 당신을 긴급히 찾는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빛나는 별일 것이다.

- 천방지축 마님생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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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