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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증평군 문화체육과장

동방에게 떠밀려 여자를 태운 구급차를 따라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어? 김 사자님. 저기 아는 사자님들이 보이는데요."

동방의 말에 여자를 바라보던 눈을 거두고 응급실을 둘러보았다. 동방의 말대로 몇몇 아는 이들이 환자들 곁을 서성이고 있었다.

"사자님, 저이들이 여기 왜 왔을까요? 자기가 관리하던 인간이 아파서 실려 왔나?

동방은 연신 고개를 갸웃대며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들이 왜 이곳에 죽치고 있는지 감이 잡혔지만 동방에게는 모르겠다는 몸짓을 했다. 아직 때가 묻지 않은 동방에게 차마 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상하네. 하나 둘도 아니고…."

동방은 그 중 한 사자에게 쪼르르 달려가서 호들갑스럽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사자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어, 어. 그러는 자네는 여기 어쩐 일인가?"

동방은 생글거리며 대답했다.

"평소에 눈여겨보던 인간이 다쳐서 실려 왔거든요."

동방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 사자가 한쪽 입 꼬리를 삐뚜름하게 올리고 동방과 나를 보고 비아냥거렸다.

"하, 오래 살다 볼일이구먼. 세상 달관한 듯 고고하게 사는 김 사자께서도 정신 줄 놓은 인간의 혼을 몰래 떼러 오셨나."

동방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사자에게 따지듯 물었다.

"사자님. 그게 무슨 말이에요? 혼을 몰래 떼다니요?"

그 사자는 가소롭다는 듯이 동방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핀잔을 주었다.

"오호, 모르는 척 내숭을 떠네. 꼬마야. 네 이름이 뭐냐?"

"동방이요. 아직 새내기에요.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선배님."

"하, 이 자식 이거. 순진한 얼굴을 하고 넉살도 좋네."

"그런데 혼을 뗀다는 말은 무슨 뜻이죠?"

동방과 그가 이야기하는 걸 보고 다른 사자들도 고개를 돌려 우리를 보고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나도 그들의 인사에 손을 들어 대답했다. 지난 번 '미친놈' 사건 때 나에게 관심을 보였던 사자가 내게 다가와서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김 사자는 언제부터 응급실을 드나들었소· 전혀 뜻밖이라 반갑기도 하고…."

"하하. 저는 오늘 처음 왔습니다. 가끔 눈에 띄었던 저 여자가 다쳐서…."

"아니, 저 여자 다친 거와 김 사자가 무슨 상관이라고?"

"그게, 그러니까…."

입술이 자꾸 꼬여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때 동방이 그 사자 턱밑에 얼굴을 바짝 들이밀고 내 대신 대답을 했다.

"저 여자가 걱정돼서 왔어요. 배에 새로운 생명도 있는데 다쳤거든요."

"허허. 이거 들어선 안 될 말을 들었네. 저승사자 근무수칙 제10조 1항이 뭔지 아는가· 저승사자는 절대로 인간의 삶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거야."

동방이 머리를 흔들며 정색을 했다.

"김 사자님과 저는 절대로 인간의 삶에 간여하지 않았어요. 다만, 조금 걱정이 돼서…."

"그게 그거지? 왜, 우리가 인간들 걱정을 하냐고?"

동방은 머리를 긁적이며 변명을 했다.

"저 여자는 다른 인간들하고 달랐거든요. 인간 세상에 살고 있는 게 이상할 만큼이요. 그래서 자꾸만…."

그때 조금 전에 우리를 보고 빈정대던 사자가 동방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볼멘소리를 했다.

"어이, 꼬마. 뭔 말이 그리 많아. 혼 떼러 왔으면 혼이나 떼어가지."

동방이 벌게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응원을 해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나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떡이고 나서 그 자에게 한마디 던졌다.

"요즘 들어 인간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확실히 내가 미친놈인 것 같소. 그런데 내가 미친놈이긴 해도 혼을 주인 몰래 훔치는 도둑놈은 아니오. 물론 동방도. 그러니 동방에게 사과하시오."

동방의 얼굴이 환하게 변하는 사이에 그 자의 얼굴이 홍당무보다 더 벌겋게 변했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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