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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증평군청 행정과

연일 계속되는 추위로 눈이 녹지 않았다. 마님네 마당에 쌓인 눈을 칼바람이 휩쓸고 지나간다. 마님은 창문에 얼굴을 대고 마당을 내려다보다가 호들갑을 떤다.

"어떡해, 어떡해."

삼돌씨가 뭘 보고 그러나 싶어 커피잔을 들고 마님 곁으로 다가와서 묻는다.

"마님, 왜 그래?"

"우리 마당에 쌀가루가 가득 쌓여서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는데 바람이 다 쓸고 가잖아."

"난 또 뭐라고."

삼돌씨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마시며 콧방귀를 뀐다.

"아, 하얀 눈을 보니까 어렸을 때 엄마가 해준 백설기가 먹고 싶다."

방금 전까지 천진난만한 얼굴로 호들갑을 떨던 마님 얼굴빛이 어두워진다. 삼돌씨가 왜 그러냐고 묻자 마님은 눈물까지 글썽거린다.

"그 시절 우리 엄마는 젊고, 힘도 세고, 일도 잘하는 슈퍼우먼 같았는데……."

마님은 며칠 전에 넘어져서 팔을 다친 어머니 생각을 하는지 말끝을 흐린다. 팔십이 넘은 마님 어머니는 지금도 마음만은 늘 슈퍼우먼이다. 자식들에게 예전처럼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어 하신다. 그러나 슬쩍 넘어졌을 뿐인데 팔이 부러지는 등 당신 몸도 당신 맘대로 되지 않자 속상해 하시던 모습이 떠오른 모양이다.

삼돌씨는 그런 마님을 달래려고 너스레를 떤다.

"마님, 조금만 기다려 봐. 내가 마당에 있는 쌀가루로 백설기는 못 만들지만, 밀가루로 호떡은 만들어 줄 수 있어."

삼돌씨는 호떡 반죽을 하고 황설탕에 땅콩을 으깨 넣어 속을 만든다고 주방을 난장판을 만들어 놓는다.

"이게 뭐야? 음식 가지고 장난해?"

어떤 호떡은 크고 어떤 건 아주 작고, 들쑥날쑥하게 만든 호떡을 보고 마님이 잔소리를 한다.

"마님, 큰 놈은 엄마 호떡이고 쪼끄만 놈은 아기 호떡이구먼유. 흐흐."

삼돌씨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작은 호떡을 올려놓더니 마님보고 잘 들어보란다.

"마님, 잘 들어 봐. 여기 애기 호떡이 '엄마, 뜨거워!' 하고 소리를 지르는 거 들리지? 그러니까 엄마 호떡이 '호떡 인생이니 참아야 한단다.' 하며 달래는 중이여. 아기호떡이 '엄마, 나 못 참겠어!' 하니까 엄마 호떡이 조금만 더 참으라고 다독이네."

삼돌씨는 말을 하면서 뒤집게로 아기 호떡을 톡톡 두드린다.

"아기 호떡이 '엄마! 나 도저히 못 참겠어!!!' 하고 소리를 지르자 엄마 호떡이 하는 말이…"

삼돌씨가 한참 뜸을 들이고 나서 "그럼, 뒤집어!" 하고 큰소리로 엄마 목소리를 흉내 내며 호떡을 뒤집는다. 조금 전까지 볼멘소리로 잔소리를 하던 마님이 풋, 하고 웃는다. 삼돌씨도 자기가 한 행동이 재미있는지 연신 흐흐거린다.

마님 부부가 장난을 치는 사이에 접시에는 아기 호떡과 엄마 호떡이 수북하게 쌓여간다. 마님은 접시에 담긴 호떡을 몇 개 덜어 코일로 꼭꼭 싼다. 그리고 식지 않도록 가슴에 품고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민희네 집으로 달려간다. 하얀 쌀가루 위에 마님 발자국이 콕콕 박힌다.

호떡처럼 따끈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이들이 함께 있으면 추위도 비껴갈 것이다.

- 천방지축 마님생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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