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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9.01 15:13:45
  • 최종수정2016.09.01 15:13:45

권영이

증평군 문화체육과장

동방의 밑에 깔렸던 남자가 일어나면서 여자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야! 너, 늦게 다니려면 그 공장인가 뭔가 당장 때려치워! 에이, 재수 없는 년."

여자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남자에게 엉거주춤 다가와서 남자의 바지를 털어주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어, 어. 괜, 괜찮아요?"

남자는 여자의 머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여자가 두 팔로 작은 머리를 감싸며 남자의 손을 피해 주저앉는 바람에 남자의 손이 허공에서 멈칫했다. 그때 방문이 열리면서 노인의 가래침이 욕설과 함께 튀어나왔다.

"애비야! 저 화상이 돈 번다는 핑계로 살림은 뒷전이구먼. 배고파 죽겄는디…. 어딜 싸댕기다 이제 기어 들어오는지. 원."

"조, 조금만 기다리세요. 얼른 밥 할게요."

여자는 남자를 피해 서둘러 부엌 쪽으로 발을 옮겼다. 남자는 그런 여자의 뒷덜미를 잡아채며 욕지거리를 해댔다.

"이 또라이년이 아직 내 말 안 끝났는데 어딜 도망가!"

여자는 남자의 억센 손에 질질 끌려나왔다. 남자가 손에 힘을 주고 바닥에 패대기를 쳤다. 여자의 몸이 붕 뜨는 순간 동방이 여자를 받으려고 몸을 날렸지만 이미 늦었다.

쿵, 소리와 함께 여자가 배를 부여잡고 뒹굴었다. 여자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노인과 남자는 그런 여자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여자의 비명 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이게 무슨 일이랴! 내 이럴 줄 알았지. 언젠가 사람 잡을 줄 알았다니께. 쯧쯧."

"뭐햐? 빨리 119 불러!"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와 여자가 고통을 참느라 끙끙대는 소리가 섞여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동방이 내 옆구리를 꾹꾹 찌르며 물었다.

"사자님, 저 여자 안에 꼼지락대는 혼이 하나 더 있는 것 같은데 맞나요·"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떡였다.

"그런데 저놈은 그걸 알면서 저런 짓을 하는 건가요·"

"아직 모르는 모양이네."

"혼도 썩은 놈이 아둔하기까지 하다니. 에이, 퉤!"

동방이 남자를 향해 침을 뱉는 시늉을 하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내가 여자를 처음 봤을 때 막 자리 잡은 태아의 혼을 감지했었다. 여자의 혼이 맑고 투명하니 태아의 혼 또한 맑을 것이라 여자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흡족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의 혼이 숨을 헐떡이며 위험한 상태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

동방과 내가 여자와 아이를 걱정하고 있는 사이에 구급차가 도착했다.

"사자님. 우리도 가봐야 되지 않을까요?"

"인간들 일에 너무 깊게 관여하지 말게. 자네는 그저 자네 몫의 혼만 저승으로 잘 인도하면 되는 것이야."

동방은 내 말에 콧방귀를 뀌듯 생글거리며 말대답을 했다.

"사자님 말씀처럼 내 몫의 혼만 저승으로 인도하고, 다시 와서 다른 혼 인도하고, 그런 일만 반복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해요. 사자님, 그러면 너무 지루할 것 같지 않아요? 제가 뭐 시계불알도 아니고…. 헤헤."

동방의 넉살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 사이에 여자를 실은 구급차가 마을을 벗어나고 있었다. 동방이 따라가자고 내 팔을 붙잡고 끌었다.

"어허, 우리가 거길 가서 뭘 하겠다는 건가?"

"사자님, 이러시면 안 되죠. 사자님이 저 여자 혼을 관리하는 거 아니었어요? 맞죠? 그런데도 모르는 척 하시면 고객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뭐라고? 고객? 허허헛."

헛웃음이 나왔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데려가는 혼을 고객이라고 생각하는 사자가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허허, 고객이라…. 이런 변화가 좋은 징조인지 아닌지 가늠이 되지 않는군."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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