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권영이

증평군 문화체육과장

교통사고 현장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으로 인해 가뜩이나 긴장된 분위기가 더 살벌해졌다. 이 사건으로 인해 터질지도 모를 폭탄 파편에 맞지 않으려고 서로 눈치를 보며 몸을 사렸다.

길을 가다 마주쳐도 고개만 숙이는 걸로 인사를 대신했다. 무슨 말이든 섞다가는 어떤 꼬투리를 잡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사자들을 한 묶음으로 묶어놓은 듯 했다.

나도 가능한 그 누구와도 마주치거나 엮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더구나 그 사건 이후 틈만 나면 나를 따라다니던 동방도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통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내 담당구역이 고령자가 많은 시골지역이라 감사해야겠어. 이 나이에 그들처럼 남의 몫이나 훔치다 잡히는 꼴을 상상만 하는데도 이렇게 끔찍한데……."

혼잣말로 신세한탄을 하며 앉아있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내 어깨를 껴안았다. 나는 화들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동방이 생글거리며 반가워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자님. 지금, 누구하고 애기 하시는 거예요·

"휴우. 자네 장난에 놀랐네."

"헤. 놀라시라고 한걸요. 그동안 저 없어서 심심하셨죠· 그죠· 아녜요· 아니라고 말 못하시죠·"

동방은 그동안 하고 싶은 말들을 뱃속에 담아두었던 걸 한꺼번에 토해내 듯 조잘댔다.

"어, 자네 왜 이러나. 이거야 원 정신이 사나워서……."

동방이 내 옆구리를 팔꿈치로 문지르며 놀렸다.

"에이, 사자님. 정신이 사나우신 게 아니고 정신이 황홀하신 것 같은데요· 제가 나타나서 너무 좋으시잖아요·"

"그래. 자네가 나타나서 기분이 좋네만 자네는 그동안 어딜 다녀온 겐가· 분위기가 이렇게 살벌한데."

동방은 내 말에는 대꾸도 안 하고 허리를 앞으로 굽혔다 뒤로 젖히고, 팔을 이리 저리 흔들고, 다리를 굽혔다 폈다하면서 몸을 푸는 시늉을 했다.

"정신 사납게 왜 또, 이러나·"

"헤헤. 앞으로 큰일을 하려면 힘을 모아둬야 하거든요. 시간 날 때마다 몸을 풀어줘야 해요. 사자님도 저를 따라 해보세요."

나는 동방의 뒷머리를 손바닥으로 톡톡 쳤다.

"정해진 일 하는 게 우리 역할인데 큰일 할 게 뭐가 있겠나·"

동방은 분주하게 움직이던 몸을 잠시 멈추더니 나를 돌아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며 물었다.

"김 사자님. 맡겨진 일을 잘 하는 거와 아무도 하지 못한 일을 찾아서 하는 거랑 어떤 게 더 중요한가요·"

나는 아직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라 무어라고 대답할지 난감했다. 그렇다고 새파란 후배 앞에서 모른다고 할 수도 없어 동방에게 되물었다.

"그러는 자네는 어찌 생각하는가·"

"음. 저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 맡겨진 일을 소홀히 하면 질서가 깨질 테고 그렇다고 맡겨진 일만 한다면 기계와 같은 처지일 테고. 어려워요. 그래서 저도 요즘 고민이 많아요. 무얼 먼저 해야 할지."

동방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지는 듯했다. 동방에게 제대로 된 대답을 해주지 못하는 처지가 씁쓸했다.

"동방. 선배라고 나이만 먹었지 별 도움이 안 돼 미안하이."

동방은 굳었던 얼굴을 펴며 정색을 했다.

"아, 아니에요. 사자님.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말씀드린 것뿐이에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네. 그런데 동방. 자네가 생각하고 있는 큰일은 대체 뭔가·"

동방이 눈동자를 요리조리 돌리며 겸연쩍게 웃었다.

"그렇게 웃지만 말고 말해보게나."

"에, 그게, 뭐냐면……. 그러니까 그게."

나는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버럭 질렀다.

"이 봐! 자네는 뜸을 들여서 내 궁금증에 불을 질러야 속이 시원한 겐가·"

동방이 나를 따라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질렀다.

"제가 뭐 일부러 사자님을 골탕 먹이려고 그런 줄 아세요· 여자문제니까 그렇죠. 김 사자님. 좋아하는 여자 있으세요·"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동방을 바라봤다.

"피, 없으시면서……." ⇒ 다음호에 계속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