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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국문인협회 증평지부 회원

사자들은 최종 퇴출자로 선정될 자를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분위기였다. 동방을 아예 투명사자 취급을 하는 자도 생겨났다.

"이제 우리가 같이 있을 시간도 얼마 안 남았군."

무심코 뱉어 낸 말이 내 심장에 와 박혀서 가슴이 욱신거렸다. 동방을 만나고 나서부터 내가 현재 이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걸 자각했던 것 같다. 그를 만나기 이전에는 그저 내 존재라는 건 저승세계 시스템의 일환으로 필요한 존재이기에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존재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만큼 내 자신의 가치도 내가 속한 이 세계의 가치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돌이켜보니 참으로 고마운 자였는데……."

이제 두어 달이 지나면 동방은 우리 곁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갔다. 진 선배가 한 말이 절실하게 와 닿았다. 동방을 만나기 전에는 그저 존재하니까, 맡은 일이 있으니까, 단순히 조직 시스템에 따라 살았지만 내 마음에 동방이 들어오고부터는 사자들 개인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사자들의 존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동방 그 자는 왜 이곳으로 온 걸까·"

나는 그를 만나고 얼마 안 되고부터 그런 의문을 품기 시작했었다. 나뿐만아니라 많은 사자들도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다보니 동방에 대해 온갖 해괴한 소문이 돌았고 삼삼오오 모이면 각자 자기들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서 누구 말이 더 사실에 가까울 것인지 은근히 기 싸움을 하곤 했었다.

"내가 누구한테 들은 말인데 동방이 염라대왕님의 숨겨 둔 아들이라고 하더라고."

"예끼, 말도 안 되는 소리."

"그건 말이 안 된다고 봐야지. 저승세계를 인간세계와 같을 수는 없잖나."

"그거야 우리같이 평범한 사자들이나 그렇지. 대왕님처럼 위대한 분은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말을 하면서 다른 사자들이 들을까 불안한지 여기저기 살피고는 다시 말씨름을 하기 시작했다.

"동방이 대왕님이 소중히 여기는 자라면 강림처사가 그를 퇴출자로 찍었겠어· 강림처사가 얼마나 영악한지 다들 알잖아."

"그건 그래."

그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누구의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서로의 얼굴을 보고 누군가 획기적인 말을 해주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것 같았다.

"우리끼리 이러지 말고 동방한테 직접 물어볼까·"

"에이, 우리가 물어본다고 그 자가 바른대로 불겠나· 더구나 대왕님이 특별히 쓰려고 보낸 자라면 더욱."

"하긴 그렇겠지."

어떤 자는 턱까지 괴고 생각에 몰두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 생각났다!"

턱을 괴고 앉아있던 사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모두의 눈이 그 자를 향해 화살촉처럼 날아갔다.

"그동안 동방이 한 행동을 보면 그 자는 인간들 입장에서 뭐든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 그리고 인간들을 대하는 태도도 유별나고."

"그게 뭐 어땠다는 건데·"

"이상하잖아· 사자가 사자들보다 인간들 편에 선다면……."

그 자가 말끝을 흐리며 생각에 잠겼다. 지켜보던 사자 하나가 화를 벌컥 냈다.

"어이! 답답해죽겠네. 말을 꺼냈으면 끝까지 해야지. 누구 숨 막히는 꼴을 봐야 시원한 겐가·"

나도 그들의 말을 엿들으면서 궁금해졌다. 그 자는 과연 동방을 어떤 역할을 맡은 자로 생각하는지.

"놀라지 말게나. 나의 이 기막히고 예리한 직감력에 대해."

"호들갑 떨지 말고 어서 말해 봐."

그 자는 눈을 지그시 감고 천천히 말했다.

"동방은 인간들이 보낸 자야. 우리가 자꾸 살아 있는 인간들의 혼을 조금씩 훔쳐가는 걸 눈치 채고 동방을 보낸 거지. 그런 일을 막으려고. 어때· 내 말이 그럴싸하지 않은가·"

그 말을 들은 다른 사자들이 김빠지는 비웃음을 보냈다.

"흐, 그럴싸한 생각이네만 인간들한테 그만한 능력이 없다는 건 자네도 알 텐데."

신이 나서 지껄여대던 사자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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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