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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6.12 15:33:3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권영이

증평군청 행정과

마님이 눈 밑을 손수건으로 콕콕 찍어내며 책을 읽는다. 삼돌씨가 커피를 들고 안방에 들어오다 말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마님! 왜 그래?" 마님이 벌건 눈으로 삼돌씨를 올려다보며 헤~하고 웃는다. 마님은 겸연쩍을 때 주로 얼렁뚱땅 영구 웃음으로 얼버무리는 버릇이 있다.

"마님, 또 무슨 사고 쳤지? 그 웃음이 아무래도 수상쩍어." "난 뭐, 만날 사고만치는 줄 알아? 삼돌씨도 이 책 한번 읽어 봐. 가슴이 찡할걸." 마님이 '부엌새 아저씨'란 책을 삼돌씨 코앞에 쓱 내민다.

"부엌새? 이런 새도 있나·" 삼돌씨는 마님이 내민 책 표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다 말고 너스레를 떤다.

"이런 괘씸한 부엌새 녀석! 감히 우리 마님을 울리다니. 마님, 울 때 울더라도 커피나 먹고 웁시다." 삼돌씨가 허허거리며 마님에게 커피잔을 내민다. 마님은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말을 잇는다.

"이 책에 나오는 은행나무가 실제로 있는 나무거든. 근데 난 여태껏 그 나무 겉모습만 보았지 그 나무가 지닌 아픔을 못 봤어. 그래서 나무에게 너무 미안한 거야." "마님, 남들이 들으면 별 거에 다 의미를 부여한다고 비웃어." 삼돌씨가 핀잔을 주다말고 책 마지막 장에서 은행나무를 발견한다.

"아, 여기 있다! 사진만 봐도 꽤 오래된 나무네." "응, 작가는 천 살 먹은 할아버지 나무라고 그러지만 천 살은 내려오는 이야기이고, 실제로는 오백 살 된 충청북도 지정 나무야." 마님은 그렁그렁한 눈으로 삼돌씨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한다.

"지금도 이 나무가 마을 사람들 아픔을 고스란히 대신 앓고 있어서 밤마다 끙끙 앓는 소리를 낸다잖아." 삼돌씨가 마님 말을 듣고 풋, 하고 웃다가 입에 문 커피를 내뿜는다. 마님 얼굴에 커피가 잔뜩 튄다.

"에이, 지금 뭐하는 거야?" 마님이 짜증을 내자 삼돌씨가 마님 얼굴에 묻은 커피를 손등으로 닦아주며 사과를 한다.

"아, 미안. 나무가 운다고 하니까 그만 웃겨서……." "사람만 우는 게 아냐. 난 이 책을 읽으면서 할아버지 은행나무의 속울음이 들리는 것 같았단 말이야." 마님은 삼돌씨에게 도안면 은행정이 고향인 이상배 선생님이 쓴 책 '부엌새 아저씨'에 나오는 은행나무 이야기를 해준다.

마을 앞 은행나무는 오랜 세월동안 여러 번의 벼락을 맞아 검게 그을리고 밑동부터 윗동까지 구멍이 뚫려 있대. 굵은 밑동 나무 굴에 들어가 위를 쳐다보면 하늘이 보였다네. 전쟁 때는 마을 청년들이 그 속에 숨어 지내기도 했다나 봐. 아이들은 나무 굴에서 숨바꼭질도 하고, 나무에 올라가서 놀았다네.

6. 25 전쟁 때 부모와 형을 잃은 덕빙이라는 소년도 그 굴에서 숨어 지내다 공산군에게 발각되었대. 공산군이 총으로 협박해서 덕빙이는 어쩔 수 없이 마을 사람들의 피난처를 알려주었고, 그로인해 마을 사람들은 한꺼번에 총살당했지. 지금도 어린 소년 덕빙이의 공포와 자책감을 고스란히 껴안은 은행나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하네.

"삼돌씨! 오랜 세월 한자리에서 사람들의 삶과 고난을 지켜 본 할아버지 은행나무가 자기를 못 알아본다고 섭섭해 할 거야. 그치?" "그런 사연을 모르면 못 알아보는 건 당연한 거야. 너무 미안해하지 마." 삼돌씨는 마님 어깨에 손을 얹고 마님을 다독이며 중얼거린다.

"부엌새가 어떤 새인지 나도 얼른 읽어봐야겠군."

지금도 누군가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는 이가 있다는 걸 잊지 말자.

- 천방지축 마님생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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