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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증평군 문화체육과장

이번 달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실적을 채웠다. 담당구역에서 자연사하는 자들이 많다보니 그런 행운이 온 것 같다.

아침 조회를 마치고 돌아서 나오는데 동료 사자들 몇이 부러움과 시기가 담겨있는 칭찬을 해주었다.

"우와! 김사자님은 별다른 노력도 안 하는 것 같은데 항상 앞서갑니다. 혼자만 먼저 나가지 말고 그 비결 좀 알려주시지요. 저는 실적 채우기가 힘들어 피가 바짝바짝 마를 지경입니다."

그의 말이 나를 후려쳤다. 그 말에 맞은 마음과 몸이 따가워 잠시 주춤거렸다.

"뭐 비결이랄 것도 없소. 다만 요즘에 자연사하는 인간들이 좀 있었을 뿐이오."

그들은 내 말에 토를 달았다.

"하, 맞네. 그곳은 자연사하는 인간들이 많은 지역이지. 김사자님이 좋은 구역을 맡은 건 특별대우를 받는 거지요· 염라대왕님께 어떻게 잘 보여야 그렇게 됩니까·"

"특별대우라니……. 그건 오해요."

나는 실적을 못 채워 안달복달하는 몇몇 사자들 보기가 불편해서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담당구역도 돌아가면서 바꿔야하는 거 아닌가·"

"맞아. 그래야 공평하지."

자기들끼리 돌아서 나오는 내 뒤통수에 대고 수군거렸다.

"잘 풀려도 걱정 안 풀려도 걱정이군."

"그렇구먼."

나는 스스로에게 말을 걸고 대답을 했다. 얼마 전까지도 저승세계에서 퇴출될까 겉으로는 태연한 척 했어도 속으로는 노심초사했었는데 이제는 다른 사자들보다 안정권에 든 것이 오히려 마음이 불편하다. 잘 산다는 게 어떤 건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문득, 그동안 잊고 있었던 인간과도 다르고 사자들과도 다른 그 여자가 떠올랐다.

"모처럼 어찌 지내는지 가봐야겠어."

혼자 그녀가 살고 있는 마을을 향해 걷고 있는데 조금 전에 그들이 떠들던 말이 따라왔다. 공연히 뭔가 켕기는 것 같고 민망스러워 자꾸 뒤통수에 손이 올라갔다.

"왜 이리 찝찝한 기분이 들까· 딱히 내가 뭘 잘 못 한 것 같지는 않은데. 이럴 때 동방이라도 옆에 있으면……."

그녀는 남편의 폭력으로 병원에 다녀 온 이후 다니던 공장도 그만두었다. 폭력의 후유증이 마음과 몸을 망가뜨린 모양이다.

온종일 담벼락에 앉아서 들녘을 바라보거나 졸고 있지 않으면 하루 종일 잠만 잔다.

물론 그녀의 남편과 시어머니의 폭력은 여전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사람이 아니라는 듯 아무런 저항도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듯 보였다.

그동안 짬짬이 그녀를 지켜보면서 이상한 생각을 했었다. 그녀 안에 그녀의 영혼이 맑고 생동감이 넘치는 것 같다가도 그녀 안에 그녀의 영혼이 들어있지 않아 텅 빈 것 같아 살아있는 사람이 맞나· 하는 의구심도 들었었다.

"음, 수천 년 동안 인간들을 살펴봤지만 아직도 알 수 없는 존재들이야."

"딩동댕! 정답!"

갑자기 언제 따라왔는지 동방이 짠, 하고 나타났다. 반가워서 와락 껴안아주고 싶었다.

"깜짝 놀랐잖은가· 언제 날 따라온 게야· 자넨 참으로 알 수가 없는 인물이야. 도깨비도 아니고."

"헤헤. 저, 기다리고 있으셨구나. 그쵸·"

"하하. 그래. 방금 전에도 자넬 생각하고 있었네."

"왜요·"

"수천 년간 인간들을 지켜봤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게 인간들인 것 같아서. 특히, 지난 번 병원에 실려 갔던 그 여자를 보면 더 그런 것 같아서."

동방의 낯빛이 순간 어두워졌다.

"왜· 무슨 일이 있는가·"

동방이 나와 눈이 마주치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는가·"

"아, 아무것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동방의 뒷덜미를 내려다보는데 동방이 품고 있는 감정이 오롯이 나에게 전달됐다.

동방에게서 풋사과에서 나는 아릿한 맛이 느껴졌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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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