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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증평군 문화체육과장

쨍! 하고 얼음보다 더 차갑고 단단하게 굳었던 장내 분위기는 나의 '미친놈!' 발언으로 순식간에 깨지고 말았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강림만 아직도 얼어붙어있었다. 나는 강림을 내려다보며 웃어주었다. 얼어있는 그의 눈동자에 웃고 있는 내가 비췄다.

"당신의 더러운 성취욕 때문에 상처 입는 사자들이 없었으면 좋겠네."

나는 그의 옆을 지나 천천히 내려와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여기저기서 수런거리는 마음의 소리가 내 뒷덜미를 잡고 늘어졌다.

'뭐야? 이왕 하려면 좀 더 세게 해서 강림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놓던지.'

'김 사자에게 저런 뚝심이 있는 줄 몰랐네.'

'저런 자가 우리의 리더가 되어야하는데….'

'겁 대가리 없는 놈이로군. 강림을 건드리다니. 저러다 영원히 사라져야 세상 무서운 줄 알지. 쯧쯧.'

그들의 속말이 내 뒤를 따라 나왔다. 나는 그것들을 탁탁 털어내고 밖으로 나왔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곧 소나기라도 쏟아낼 듯 잔뜩 찡그리고 있었다.

"당신은 알고 있었습니까? 알면서도 모르는 척 지켜만 보고 있는 겁니까? 우리의 최후가 불을 보듯 뻔한데도?"

당연히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모두 왜 침묵하고 있는가· 산 자의 영혼을 훔치려고 아귀다툼을 하는 사자들을 지켜보고만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억만 겁의 시간동안 유지해온 저승과 이승의 질서가 무너지는 걸 알면서도 왜,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것인가?

나는 이런 곳에서 내 영혼을 지키려고 아등바등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인간세상에서처럼 삶에 대한 희로애락을 특별히 느끼는 것이 아니니 집착할 필요도 없었다. 내 힘으로 저렇게 미친 듯 돌아가고 있는 걸 바꿀 수는 없지만 굳이 나까지 거기에 동조하고 싶지는 않았다.

"구차하게 붙들고 있어야 할 만큼 대단한 혼도 아니잖아."

혼자 중얼거리는데 문득, 버들강아지를 보고 행복해하던 그 여자가 궁금해졌다. 한 때는 그녀의 순수한 혼을 탐냈던 내가 부끄러워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녀에게 사과를 했다.

"그대의 혼을 탐냈던 건 혼이 너무 맑아서 그랬소. 미안하오."

그때, 행사장 문이 열리고 누군가 나를 부르면서 달려왔다.

"김 사자님! 잠깐만요!"

뒤를 돌아보니 얼마 전에 사자로 임명된 새내기 동방이었다.

"뭔 일인가?"

동방은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어디로 가시나요?"

"어디 갈 데가 있어야지. 어차피 조만간에 우주 밖으로 밀려날 신센걸."

동방은 내 눈을 보면서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누가 누구를 밀어낸다는 건 말도 안돼요. 우리는 여럿이지만 하나로 이루어진 조직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라서 너무 싫어요. 김 사자님 영혼이 소멸되면 저도 같이 소멸될래요."

나는 동방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허허. 무엇 때문에? 이제 겨우 사자의 삶을 시작한 자네가?"

"모르겠어요. 저는 이곳은 평등하고 편안한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아요. 인간들이 사는 곳과 조금도 다르지 않아요. 차라리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무의 상태가 되는 게 낫다는 생각을 종종 했거든요."

나는 그의 어깨에 내 팔을 둘렀다. 안쓰러운 마음이 울컥 올라왔다.

"난 사자 자격이 어차피 없다네. 인간이 품는 감정 따위를 가지고 있으면 사자 역할을 하는데 문제가 많거든."

동방은 입꼬리를 한껏 올리고 웃으며 말했다.

"헤헤. 저도 그래요. 그래서 김 사자님을 좋아하나 봐요."

"허, 이거 큰일 났군. 나 때문에 아까운 사자만 하나 잃게 생겼어."

조금 전에 행사장에서 얼어붙었던 내 가슴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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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