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4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홍성

충북인재양성재단 사무국장

가을의 하늘이 아름답다. 들판엔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한적한 시골길마다 한들한들 코스모스가 반긴다. 지독하게도 더웠던 지난여름을 생각하면 자연 속에서 누리는 이런 호사가 꿈인 듯 어리둥절하기까지 하다. 그 와중에 경주에서는 예상치 못한 지진이 일어나 적지 않은 피해를 가져왔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흔들림을 느낄 정도로 강력했던 이번 지진은 우리의 부실한 대비태세를 생각할 때 국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우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계속되는 여진은 한반도가 마냥 안전지대가 아님을 확인시켜 주는 것 같아 더욱 걱정스럽다.

예전에 몸담았던 일터에서 소비자운동을 한 적이 있다. 캠페인이나 정책개발을 위한 토론회, 교육과 실태조사 등은 물론 상시적인 상담 책임을 맡아 여러 해동안 일을 하였다. 정기적으로 방송에 나가 소비자 정보 또는 상담사례 등을 소개하며 건전한 소비문화 정착을 위한 일에 참여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다. 소비자 상담의 경우 주로 전화로 이루어졌지만 직접 찾아와 피해 구제를 요청하는 내방객도 심심치 않았다. 들어보면 대부분 상품을 사고파는데 있어서 발생하는 일로 그에 따르는 처리방법을 알려주고 종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의외로 머리 아픈 일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것은 분쟁 상대방과의 대면을 통해 중재를 해야 하는 경우였다.

세상 모든 일에는 상대가 있는 법, 그렇기에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설파하였을 것이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규범과 상식 아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도 마땅한 인간의 도리라고 보았을 것이기에 말이다. 그런데 앞서 말한 것처럼 고약한 것 중 하나가 막무가내로 우기기만 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이다. 제3자로서 중립적인 위치에서 양 당사자 간 적절한 중재를 하고자하나 들은 척도 아니하고 자기주장만 하는 이를 만나면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그런 이 앞에서는 아무 것도 소용이 없다. 아니 오히려 봉변을 당하지 않은 것을 고마워해야 할지도 모른다. 법이, 소비자보호규정이 무슨 대수란 말인가.

이와 비슷한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자동차를 몰고 나가보라. 법규고 흐름이고 아무런 상관없이 자기 본위로 난폭하게 운전하는 이가 아직도 도로를 질주하고 있지 않은가. 깜짝 놀라 한 마디라도 할라치면 두 배 세 배로 돌아올 무지막지한 욕설쯤은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또 가끔 목격하는데 길바닥을 나뒹구는 어린아이의 생떼도 그에 다름 아니다. 우스꽝스럽지만 목적 달성을 위하여 몸부림치는 그 고집을 당해낼 부모가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장기판을 뒤엎는 용감한 어른들은 또한 어떠한가. 자기 성에 차지 않는다고 부부싸움 끝에 밥상을 뒤엎었던 케케묵은 버릇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이들이 있으니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다 철이 드는 건 아닌 모양이다.

그런데 이쯤은 이도 나지 않은 것 같다. 요즘 돌아가는 나라꼴을 보면 말이다. 귀를 의심할, 눈을 의심할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게 우리 땅 대한민국이다. 여소야대가 되면서 기대했던 협치나 보편적 상식에 기초한 나라 운영은 어디로 가고 폭주기관차처럼 일방적으로 정국을 몰고 가는 정부 여당만 있을 뿐이다. 그 정점에 대통령이 있다. 법이고, 국회고, 야당이고 깡그리 무시하며 마이웨이를 외치는 대통령의 모습에서 우리는 절망을 본다. 추악한 과거로 얼룩진 자기들의 행태는 까마득히 잊은 채 적반하장, 점입가경 억지를 부리는 여당의 모습에서는 비애를 넘어 연민의 정을 느낀다.

이제 그만 하자. 가까스로 폭염을 뚫고 여기까지 왔는데 이 무슨 횡포란 말인가. 맑고 푸른 저 하늘을 담기에도 벅찬 가슴인데 왜 그리도 강고하게 후벼 판단 말인가. 자연재해까지 겹쳐 심약해진 국민을 생각한다면 더 이상 우기지 말고 모두를 순리대로 받아들일 것이라. 강퍅한 마음에 지는 걸 죽는 길로 접어드는 것으로 착각할지 모르나 모름지기 마음이 큰 자가 대인이라 했으니, 결국 지고도 이기는 것이리라. 그 간단한 진리를 왜 아니 알까. 답답하고 답답한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