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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성

충북인재양성재단 사무국장

실로 오랜만에 글이랍시고 독자들께 선을 보이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졸필인 데다가 그나마 있었던 투지(?)마저 상실한 채 조용히 초야에 묻혀 산 지 꽤나 시간이 흐른 뒤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신문에 실리는 글쯤은 제목을 무어라 붙이든 세상 돌아가는 일을 예리하게 살펴 읽는 이들과 함께 공감하고 무릎을 칠 정도는 돼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일단 자신이 없기도 하다. 그러나 어쩌랴. 내 입으로 수락한 이상 정해진 일정에 맞춰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 염치불구하고 용기를 냈으니 만천하에 계신 여러분들의 혜량을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의 글쓰기는 몇 가지 원칙을 가지고 틀을 잡는다. 물론 글의 방향을 정하기까지 시나브로 끙끙대다가 이거다 싶은 게 떠오르면 그걸 주제로 살을 붙여 완성해 가는 스타일인데, 대체적으로 생산된 글들을 보면 맥락이나 구성, 형식에 있어서 대동소이한 걸 발견하게 된다. 뭐 긴 말할 것도 없이 그건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독일의 마르틴 하이데거가 말했듯이, 사유의 결과물로서 글쓴이의 색깔과 냄새가 자연스럽게 배어나는 것이야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때로는 그것이 지나쳐 '필화(筆禍)'나 '구설'을 낳는 경우도 있으니 한계를 가려 지혜를 발휘할 일이기도 하다.

앞서 글을 쓸 때 무슨 원칙을 가지고 틀을 잡아 나간다고 했는데 그건 어쩌면 틀린 말일지도 모른다. 굳이 말하자면 따로 설계하지 않아도 이미 머릿속에 익숙하게 자리 잡고 있는 글쓰기 습관이 작동한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그게 결국 하나의 유형이 되어 거울처럼 한 사람의 면모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축소판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기에 어디 이런 일 뿐이겠느냐만 자기를 세상에 드러낸다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다. 그에는 용기도 필요하거니와 그만한 수양이 되었는지 먼저 돌아볼 일이기도 할 것이다. 나는 용렬하여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그를 무릎 쓰고 하겠다고 한 이상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일단을 성심껏, 피력할 생각뿐이다.

그렇다. '성심껏', '솔직담백하게', 이런 고백이 내 글쓰기의 원천이 되어준다고 믿는다. 때로는 문맥 상 필요에 의해 미사여구가 들어가기도 하지만 옆 사람과 대화하듯, 동네 사랑방에서 생각을 나누듯 편안하게 풀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주제는 무엇이든 좋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부터 뉴스가 되는 세상 돌아가는 일에 이르기까지 두런두런 편안한 말로 교감하고 싶다. 한 때는 나도 시비 가리기를 즐기던(·) 사람이었다. 물론 지금도 어떤 상황에선 내 주장을 고집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 순간이 지난 후의 무망(無望)함에 후회가 밀려와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을 무시로 깨닫곤 한다. 져주면 그만인 걸, 양보하면 그만인 걸.

사회 곳곳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요즘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먹고 사는 것은 나아졌는데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말이다. 보릿고개에 끼니를 걱정하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는데 사람들 사이는 왜 이리 각박해졌느냐고 말이다. 현대사회의 모순적 상황이기도 할 터인데 그 배경에 대해 말할 수는 있어도 해법만큼은 쉽게 찾을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정치권을 비롯하여 수많은 현자(·)들이 백가쟁명(百家爭鳴) 식 대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그것 역시 진영 논리에 갇혀 끝내 파토나기 일쑤이니 애꿎은 서민만 등이 터질 지경이다.

또 다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어디를 가나 바쁘게 손을 내밀며 울긋불긋 차려입은 이들이 무에 그리 반가운지 반색을 하며 사람들을 맞는다. 바야흐로 선거판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한편에선 여러 가지 규칙이 정해지지 않아 아직 혼란스러운 가운데 답답한 면도 있다지만 레이스는 이미 총성을 울려 트랙 위를 질주하고 있는 형국이 되었다. 바라건대 그토록 원성을 듣는다 하더라도 정치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크므로 '선량'의 꿈을 안고 나선 이들은 성심을 가지고 위민정치를 실현해 주었으면 좋겠다. 유권자 역시 바른 인물을 제대로 뽑아 우리 일꾼 잘한다고 격려하고 응원하는 정치문화가 자리 잡기를 기원해 본다.

이처럼 비록 작은 목소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 그게 정치든, 생활이든 조곤조곤 다가간다면 지친 우리네 일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양보하고 수용하면서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그래, 맞아'라고 맞장구 칠 수 있게 된다면 오늘 우리의 고단한 삶마저도 매일매일 최고의 날들이 되지 않을까. 그런 원칙, 그런 내 나름대로의 글쓰기를 통해 여기저기 훈훈한 이야기꽃이 피는 맑고 정겨운 고을, 청주를 만들고 싶은 심정으로 독자들께 공손히 첫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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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