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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성

충북인재양성재단

지금의 청주는 가늠하기가 참 어렵다. 원래 있던 도시만 해도 그런데 청주를 둘러싸고 있던 옛 청원군 지역까지 합쳐져 거대한 통합시가 되었으니 필경 그럴만도 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수십만의 인구가 북적대면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도시가 되었으니 그에 따른 변화야 오죽하겠는가. 그런 까닭에 청춘의 젊은 시절 본정통(성안길) 일대를 휘젓고 다녔던 '올드 보이'들이 느낄 격세지감은 매우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만히 보니 나 역시 그런 축에 속하여 어느 새 추억을 먹고사는 늙수그레한 장년이 되어 버렸다.

가끔 인파 속에 섞여 성안길을 걸을 때가 있다. 점심시간을 이용한 아주 짧은 동선으로 생각 없이 터벅터벅 말이다. 특별히 볼 일이 있어서가 아니다. 문득 무엇이 잡아당기듯 나를 유혹하는데 아마 생동감 넘치는 거리의 풍경이 발길을 이끄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거리를 장악한 발랄한 청춘들은 또한 어떠한가. 어딘가 무질서한 듯 보이면서도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어 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잊고 있던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이 시간만큼은 스스로를 위무하며 존재감을 확인하는 엄숙한 순례에 다름 아니다. 세월이 흘렀지만 성안길은 여전하다. 곳곳에 '추억'이라는 이름을 묻어두고.

무심천 다리를 뻔질나게도 건너다녔다. 자의보다는 대부분 타의에 의해서였다. 바야흐로 국민 동원의 시대, 7080세대가 그 중심에 있었다. 사직동 공설운동장에 모여 시키는 대로 함성을 지르고, 열병 분열로 군인 행세를 하고, 총검술에 화생방에 삼각건에, 무슨 의미인지도 모른 채 어린 학생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했다. 지금도 그 시절을 흠모(?)하는 시대착오적인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다. 심지어는 그 때로 회귀하려는 듯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이들도 있다고 하니 참으로 몹쓸 일이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천은 이제나 저제나 여전하다. 봄이면 화사한 벚꽃이 흐드러지고 유유한 물결은 오늘도 저 먼 바다를 향해 굽이친다.

내 동심의 현장은 문화동이다. 중앙초를 다니면서 안방처럼 누볐던 홈그라운드나 다름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文化洞'. 고상한 이름만큼이나 오랜 세월 청주의 행정, 교육,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곳. 당산을 품은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청주라는 도시의 연원을 정신적으로 떠받치고 있는 지역으로서 문화동은 당당히 그 품격을 유지해 왔었다. 그것은 골목골목 가지런한 모습으로 한옥과 양옥이 어우러져 청주 최고의 주택가로 꼽혀온 데서도 잘 드러난다. 조용하다 못해 정적이 감돌았던 문화동 골목길, 무슨 인연인지 수십 년의 시간을 돌고 돌아 그 언저리에 다시 둥지를 틀게 되었다.

그렇구나. 마른 흙에 먼지 풀풀 날리는 운동장에서 씨름하고 달음박질치던 소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단발머리 나풀거리며 까르르 까르르 고무줄 놀이하던 곱상한 소녀들은 다 어디로 숨었을까. 학교마저 이전하여 자동차로 가득한 옛 중앙초 운동장을 바라보면서 문화동 블루스, 아련한 기억으로 이 자리에 돌아와 너희들을 불러 보누나. 불조심 강조기간, 운동장 한 가운데 세워진 소방차를 보며 열심히 빨간 칠을 하던 전교생 그림대회, 청군으로 백군으로 갈려 높은 인간탑을 쌓고 제일 꼭대기에 올라선 작은 친구가 번쩍 드는 두 팔을 보며 환호하던 운동회의 추억, 이 모두 다 문화동 블루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 그 눈동자 입술은 / 내 가슴에 있네.(중략)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 여름날의 호숫가 / 가을의 공원
그 벤취 위에 / 나뭇잎은 떨어지고 / ...... / 우리들 사랑이 / 사라진다 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박인환 詩, 세월이 가면)

시인의 감상어린 읇조림처럼 시간은 사라져 흔적조차 없지만 끈질기게도 품어준 청주의 사랑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것이다. 성안길, 무심천, 문화동. 아름다운 우리들의 블루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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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황 충북바이오산학융합원장 인터뷰

[충북일보] 충북바이오산학융합원이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메카인 충북 오송에 둥지를 튼 충북바이오산학융합원은 지난 10년간 산업단지 기업지원과 R&D, 인력 양성이라는 목표달성을 위해 쉼없이 달려왔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토대로 제2의 도약을 앞둔 충북바이오산학융합원이 구상하는 미래를 정재황(54) 원장을 통해 들어봤다. 지난 2월 취임한 정 원장은 충북대 수의학 석사와 박사 출신으로 한국화학시험연구원 선임연구원, 충북도립대 기획협력처장을 역임했고, 현재 바이오국제협력연구소장, 충북도립대 바이오생명의약과 교수로 재직하는 등 충북의 대표적인 바이오 분야 전문가다. -먼저 바이오융합원에 대한 소개와 함께 창립 10주년 소감을 말씀해 달라. "충북바이오산학융합원(이하 바이오융합원)은 산업단지 기업지원과 R&D, 인력양성이융합된 산학협력 수행을 위해 2012년 6월에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바이오헬스 분야 산·학·연 간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창업 생태계 조성과 기업성장 지원, 현장 맞춤형 전문인력 양성 등의 다양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충북 바이오헬스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부 재정지원 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