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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우

충북대 국문과 교수·시인

연구실 전화기 벨이 울린다. 다음 학기 '나는 교수다' 강의를 맡아줄 수 있느냐는 전화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이 강좌가 서바이벌 게임의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자기가 속한 단과대학에서 추천받은 일곱 명의 교수가 중간고사 전까지 교양 수준에서의 강의를 한 번씩 하고, 중간고사 기간에 학생들로부터 1차 평가를 받는다. 기말고사 전까지 앞서 했던 강의 주제를 발전시켜 강의를 한 번씩 더 한 뒤, 기말고사 기간에 학생들로부터 2차 평가를 받는다. 1, 2차 평가를 합산해서 교수들의 순위를 매기고 5,6,7위를 한 교수는 다음 학기에 다른 교수로 교체된다.

처음 이 강좌가 신설될 때 교수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았다. 강좌 신설을 반대하는 교수들은 안 그래도 외부에서 교수 사회에 비효율적인 경쟁을 강요하고 있는 마당에 스스로 과열 경쟁을 부추길 필요가 없다는 점, 교수들은 이미 전문가로 인정받은 사람들인데 이들의 우열을 가리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점, 강의 능력은 교수가 갖추어야 하는 능력의 일부인데 이것만으로 교수를 평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점 등을 내세웠다.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강좌 개설을 강행할 때만 하더라도 이 강좌가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게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학기가 거듭할수록 학생들은 더 열렬한 지지를 보냈고 강의를 맡은 교수들이 느끼는 자부심도 커졌다.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대학에 와서 이렇게 감동적인 강의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대학생이 된 것에 처음으로 보람을 느낀다고들 했다. 최선을 다해서 멋진 강의를 하는 교수님들이 너무나 존경스럽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강의를 들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수업을 들으려고 졸업을 늦추는 학생들이 많아져서 학사과에서 골머리를 앓을 정도다.

강의에 참여한 교수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이 강좌가 성공을 거둘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된다. 교수가 된 이후로 수업준비를 하는데 이렇게 공을 들인 수업이 없으며 강의시간 내내 이렇게 혼신의 힘을 다해서 수업을 한 적도 없었다고 한다. 이런 수업을 한번 해보니 다른 수업에서도 수업준비를 더 열심히 하게 되고 학생들을 감동시키는 수업을 하려고 애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 강좌가 개설되었을 당시에는 우리 학교 학생들만 들을 수 있었지만 이런 강좌가 있다는 소문이 퍼진 뒤에는 강의를 개방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됐다. 다른 학교 학생들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강의를 듣게 해달라고 간청을 해서 수강 인원을 배로 늘려 이들을 받아들이게 됐다. 일반인 자격으로 강의를 들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사회에서 교수와 대학과 대학의 교양교육이 왜 필요한지를 몸으로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강좌가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두자 방송계에서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모 방송사에서 방송권을 따내기 위해서 대학 측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주말 황금시간대로 방송시간을 잡아놨다는데, 이 강좌가 공중파를 타면 얼마 안 있어 다른 방송사에서 따라하게 될 것이니 우리사회의 문화수준이 한 두 단계 높아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초등학생 정도의 취향과 지적 수준에 맞춘 듯한 예능프로그램으로 넘쳐나는 텔레비전 화면을 대학 교양 수준의 프로그램이 장악하게 될 것을 상상해보시라!

바칼로레아 시험이 끝나면 프랑스 사람들은 철학 시험문제를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고 해서 부러워했는데, 이제 우리나라 사람들도 시장과 거리와 가정에서 학문적인 주제로 담화를 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술 대신 책을 찾으니 좋은 책이 날개가 돋친 듯 팔릴 테고, 동네마다 도서관이 생기고 도서관에는 볼만한 책들로 넘쳐나리라. 남들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보람을 찾게 되리라.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게 되리라. 헛된 공약을 내거는 정치인들을 외면하게 되리라. 작은 이익 때문에 정의를 저버리는 일이 없게 되리라.

이렇게 될 수 있다면! 이런 멋진 신세계가 열리기 위해서는 먼저 이 강좌가 방송을 타야하고, 방송을 타려면 강좌가 성공을 거두어야 하고, 성공을 거두려면 이런 강좌가 개설되어야 한다. 나에게 강의 제의가 오지 않는다 해도 삐치지 않으련다. 우리학교가 아니라도 대학에 이런 강좌가 개설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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