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1.05.20 16:25:21
  • 최종수정2021.05.20 16:25:28

장승구

세명대학교

빌 게이츠는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IT업계의 레전드다. 다른 CEO에 비해 가정에도 충실한 것으로 알려진 그가 27년간의 결혼 생활에 파경을 맞이했다는 소식은 사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남녀 간에 좋아할 때 분비되는 사랑 호르몬은 평균적으로 18개월에서 30개월 정도 밖에 지속되지 않는다고 한다. 세대가 젊어질수록 사랑의 유통 기한은 짧아지는 것 같다. 종교라는 가정의 버팀목이 사라진 현대사회에서 가정은 작은 풍파로도 언제든지 난파될 수 있는 조각배와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누구나 안정되고 행복한 가정을 꿈꾸지만 현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위기를 겪는 가정이 많다. 배우자와의 갈등, 실업, 질병, 자녀 문제, 고부 갈등 등등 수많은 지뢰가 가정의 평화를 위협한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평화로운 가정을 가꿀 수 있을까?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은 40세에 유배를 가기 전까지는 출세가도를 달렸다. 권력과 명예와 부를 동시에 지닌 그의 가정 역시 다른 사람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천주교 신앙 문제로 체포되어 심문을 받고 유배를 가면서 다산의 가정은 처참하게 나락으로 떨어졌다. 다산의 형제들 가운데 둘째형 정약전도 유배를 가게 되고, 셋째형 정약종은 극형을 당했다. 다산의 가문 전체가 하루아침에 폐족이 되어서 세상 사람들의 비난과 모멸의 대상이 되었다. 다산의 자식들은 과거 시험에 응시할 자격조차 상실했다. 잘 나갈 때는 수많은 친척과 친지와 이웃들이 수시로 찾아와 인사를 했다. 그러나 집안이 몰락하고 유배를 가게 되자 가까운 사람들조차도 나몰라 라고 외면했다.

유배지에서 다산은 자신의 생활도 힘들고 참담하였지만 몰락한 가정을 어떻게 하면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지 고민했다. 다산은 유배생활 중 어린 자식들이 희망을 잃고 자포자기하는 것을 제일 두려워했다. 비록 자신은 유배지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지만 자식들이라도 잘 자라기를 바랐다. 그래서 다산은 기회가 되는 대로 자식들에게 편지를 써서 통신으로 가정교육을 했다. 그리고 자식이 장성하자 멀리 유배지 강진까지 오게 해 함께 공부하면서 교양을 쌓게 하였다. 자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독서하지 않으면 자신은 병이 나서 죽게 될 것이라고 협박까지 했다.

가정 재생 프로젝트에서는 자녀교육뿐 아니라 경제적 문제도 중요했다. 유배를 가서 몰락해버린 가정에 살림살이가 어려운 것은 불문가지였다. 가장을 대신해서 다산의 부인이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다산은 편지를 보내서 부인과 자녀들에게 어떻게 무슨 농사를 지어서 먹고 살아야 하는지를 일일이 지도해 주었다. 당시로서는 고소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뽕나무를 심어서 누에를 치는 것이었는데 다산은 이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이러한 실제 농사 경험을 토대로 다산의 큰 아들 정학연은 '종축회통'이라는 농축서를 편찬하기도 했다.

다산의 눈물겨운 노력 덕분에 자식들도 배움에 힘썼다. 비록 과거시험은 못 보았지만 선비의 학문과 인품을 갖추어 사회적으로도 인정받게 되었다. 집안의 경제사정도 조금씩 좋아지게 되었다. 그래서 18년간의 유배생활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왔을 때 다산의 가정은 몰락의 위기를 딛고 다시 일어서서 예전의 명성과 품격을 조금씩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

다산의 가정 재생 프로젝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다산이 가정의 위기 속에서도 낙관적 신념을 가지고 가족에게 끊임없이 희망을 고취하고, 가장으로서 중심을 잡고 가족의 화합을 이끌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뜨거운 가족애와 간절한 정성, 불굴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산은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오늘의 가정의 위기가 더 큰 행복을 위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