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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기

충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충청북도 재난안전연구센터장

직업엔 귀천이 없지만, 우스갯소리로 관(棺) 장수가 제일 안 좋은 직업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오늘은 또 누가 안 죽나...' 하는 나쁜 생각을 매일같이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해마다 반복되는 다양한 재난발생과 안타까운 피해 소식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밖에 없는 직책을 가진 사람으로서, 비가 많이 오거나 날씨가 무덥거나 눈이 쌓이면 나도 모르게 혹시나 하며 이것저것 걱정이 되는 나는, 문득 우스갯소리 속의 관 장수와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요즘 기상예보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그 어느 때보다 저하되어 있다. 오죽하면 기상청 체육대회하는 날은 꼭 비가 온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차라리 외국예보가 더 정확하다는 논란도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는 독자적인 수치예보모델을 가지고 있고 강수예보 정확도(67%)도 갈수록 개선될 걸로 기대된다. 사실 나는 신의 영역인 날씨를 인간이 100%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상예보를 통해 혹시 모를 피해에 대비라도 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예고없이 다가오는 재난은 상상만으로 끔찍하니까.

올해 코로나19라는 난리속에서 최장기간 장마를 겪으면서 개인적으로 무력감을 넘어 서늘함을 느꼈다. 돌이켜보면 올해 초, 전 세계가 폭염을 전망했다. 미국국립해양대기청에서는 올해가 가장 기온이 높은 상위 10개 해에 속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고, 우리 기상청에서도 평년보다 여름철 기온이 1.5도 더 오르고 열대야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하지만, 실제는 6월 초 이른 폭염이 잠시 나타나긴 했지만, 7월에 장마가 지속되면서 전국 평균기온이 22.7도를 기록, 역대 하위 5위까지 떨어졌다. 더구나 중부지방의 경우 예상치 않게 1973년 이후 가장 긴 총 54일의 장마가 있었다. 장마철 전국 강수일수도 28.3일로 1973년 이후 1위였으며, 강수량도 686.9㎜로 2위를 기록했다. 늦은 태풍은 또 얼마나 자주 오는지, 7월에는 아예 태풍이 발생하지 않다가 8월에 8개나 되는 태풍이 발생했고, 이 중 3개(장미, 바비, 마이삭)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줬다. 사실 이렇게 역대급 이상기상은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경주·포항 지진, 조류독감, 구제역, 미세먼지, 집중호우, 폭염, 대형화재, 붕괴, 한파 피해, 코로나19 등 요즘은 언제 어디서 어떤 재난이 발생할지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고, 발생했다 하면 규모와 피해는 과거 경험치를 가뿐히 넘어선다. 더구나 어떻게 매해 새로운 재난이 발생하는지, 한 편으로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원망스럽기도 했다.

소위 전문가들은 대부분 과거의 자료를 기반으로 예측을 한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예측 모의도 하지만 과거 자료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굳이 복잡계(complexity)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갈수록 더 이상 과거의 자료를 기반으로 미래의 재난을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확신이 든다. 예측은 고사하고 일어난 재난 원인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만 있어도 다행아닐까. 혹자는 미래 4차 산업혁명으로 AI, ICT기술이 발전하면 정확한 재난 예측이 가능하다지만, 오히려 예측결과가 또 하나의 위험요인이 되는건 아닐까? 사실, 재난을 정확히 예측하고자 하는 목적은 재난으로 인한 생명과 재난 피해를 줄이고자 하는 것인데, 이 또한 장담할 수가 없다. 따지자면, 지금도 재난 발생 가능성을 전혀 몰라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재난이 가지는 다양한 발생 원인과 파급효과를 고려해 볼 때, 어느 한 원인만 막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으며, 누구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비하지 않는 무모함과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자만심, 남 일이라 치부하는 무관심, 나보다는 남의 탓을 하는 무책임이 어디선가 매일 쌓여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복잡한 재난 메커니즘 속에서 확실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나의 일상 어디에서든, 언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가까운 곳에, 어느 때보다 위험한 재난들이 다가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재난은 선의를 가진 그 누구도 나 대신 막아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재난 대응은 그 인식에서부터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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