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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숙

옥천군 이원면 장찬리 이장

"와 , 저것 좀 봐 "

아무래도 저수지 깊은곳에서 장작을 활활 지펴서 아침을 준비하나 보다. 저 산속의 새들과 굶주린 산짐승들을 위해서...아침마다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나의 상상을 이렇게 자극하고, 마치 신선이라도 된 것처럼 장찬리의 이른 아침은 아름답기 그지 없다.

내가 장찬리와 인연이 된 것은 대학교 1학년때다.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마을을 걸어서 들어온 기억이 있다. 발뒷굼치에 물집이 생기는것도 모른채 , 길따라 그 길이 이뻐서 감탄을하며 걸었던 기억, 지금 생각해보니 조상님들이 나를 장찬리로 유인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그렇지않고서야 이 산중 장찬리를 어떻게 왔단 말인가!

미술을 전공한 나로써는 모든 것이 작업과 연결되어 있다. 나의 생각이 현실과 맞지 않을때도 있지만, 그런 갈등과 고민속에 마을 이장 이라는 역할로 삶을 엮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30년전 그때 지금의 시어머니는 빨간 홍시를 스테인레스 그릇에 소복히 담아 나에게 먹으라고 주셨다. 어찌나 색이 곱고 탐스럽던지 어쩌면 이렇게 친절하실까! 그것이 인연이 되었는지 몰라도 지금은 결국 고부간의 관계로 발전 되었다. 초기에 어머니는 농사를 지으시고 밭에 풀을 메고, 나는 그 밭 한켠에 백일홍 꽃씨를 심었다.

어느날 어머니가 밭을 메시며 내가 심은 백일홍을 아무렇지않게 깔아 뭉개버린걸 알았다. 나는 너무 당황스러웠고 화가 났었다. "어머니! 저는 깨소금 안먹어도 좋아요" 꽃이 더 소중하거든요! 라며 밭을 나오고 그땐 왜 그랬을까마는 그런 나를 바라보는 어머니는 "아이고 집안에 며느리가 잘못 들어 왔구나" 하셨을게다. 그후로 어머니는 내가 작품을 만드는걸 탐탁치 않으셨다. 만들어진 조각품들은 남사스럽다고 방향을 다른쪽으로 돌리라고 하셨고, 농사지을 생각은 안하고 맨날 쓸데 없는거만 만든다고 종종 말씀하셨는데, 그러시던 어머니는 이제 아흔을 넘기고 모든걸 체념하신 듯 오늘도 휠체어타고 거실을 유유히 돌아 다니신다.

같은 공간에서 서로의 시대를 달리 하면서…이렇듯 어떠한 갈등도 시간이 지나면 그땐 왜그랬을까 하고 미안한 마음의 여유를 찾곤 한다. 얼마전 장찬리 간선 임도가 준공돼 개통식을 마을주민들이 모여 소박하게 했다. 쉽게 말해서 깜깜한 장찬리 산속에 도로가 난 것이다. 간선임도란 도로를 연결하여 산림지역을 순환 시키고 산림을 보호하는 소방도로나 산림자원을 경영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임도를 말한다. 장찬리는 병풍처럼 산으로 둘러쌓여 있는 마을이기에. 산불이 날 경우 치명적으로 손해를 입게되는 구조다. 진작부터 임도를 요구하고 있던바에 이번에 준공이 난 것이다.

매년 밤이 떨어질 즈음 어머니는 말씀하신다. "여이 밤이 떨어졌을 텐디 빨리가서 주서와라", "인제 나는 다리가 아파서 못간다", "아버지 지사때 쓰게, 어여 갔다와라" 그당시에는 풀도 많고 모기도 많이 달라 들어서 밤을 줍는 것이 곤혹스러웠다."어머니 풀이 많아서 못가요", "모기가 물어서 엄청 따갑고 땀이 많이 나고 힘들고" 이런저런 핑개를 대며 "그냥 밤 안먹을래요"라고 말하곤 했는데 말이다. 이제는 길이 훤히 나서 밤을 주을때도 편해졌다. 그러나 맛있는 밤을 주던 나무도 많이 사라졌다. 그들이 있던 자리에는 길이 만들어지고 다른 작은 밤나무들을 살려주고 대신 사라졌다.

이제 장찬리는 권역사업으로 저수지 주변에 수변데크와 데크광장이 놓여지고 저수지 주변의 벚나무들도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다. 내년에는 두 번째로 치러지는 고래고래 봄꽃축제도 기대해볼만한 축제다. 수려한 산세의 경관과 깨끗하고 맑은 장찬저수지 물이 어울어져 장찬리를 찾아오시는 모든분들에게 편안한 휴식과 소박한 삶의 여유를 주는 곳이 내가 사는 장찬리다.

내삶의 절반 이상을 장찬리에서 인연으로 이어가고 새로 만들어진 그곳에 또 다른 예술의 영감을 가득가득 심어야겠다. 나의 작품과 자연이 함께 어울어져 그동안 살아온 나의 흔적을 하나씩 하나씩 모아서 커다란 예술의 산을 쌓아 봐야겠다. 지금보다 더 열심히 뛰고, 과거에 살았던 것 보다 더 열정적으로 일하기 위해 오늘도 나는 달린다. 산다람쥐 보다 더 빨리...내사랑 장찬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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