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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운

세명대 교양대학 부교수

-고정관념

신체 장기의 질량을 보면, 두뇌는 2%, 심장은 10%, 허파는 10%, 신장은 7% 등이다. 두뇌는 전체 몸의 2%에 불과하지만, 생각에 몰두하거나 신경을 많이 쓰면 에너지 소모는 20%를 넘는다. 뇌는 질량 대비 에너지 소비가 높다. 우리 몸은 칼로리 소모 적게 하기 위해 고정관념에 의존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것을 알기 위해 10의 에너지를 소모했다면, 그 다음에 그것과 비슷한 상황이 되었을 때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 같은 것으로 판단함으로써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고정관념은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렇다고 이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우송당과 학봉의 일화

조선시대 임진왜란 관련 일화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정사 우송당 황윤길(1536~미상)과 부사 학봉 김성일(1538~1593)은 1590년 일본에 통신사로 갔을 때 당시 토요토미 히데요시 등 신하에게 예를 표하는 절차를 두고 서로의 의견이 대립하였다. 우송당은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비록 왕은 아니지만 실권자이니, 상황에 맞게 예우해야 한다고 했고, 학봉은 그가 일본 왕이 아니므로 국왕 대접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의견은 선조에게 올린 보고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우송당은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장차 일본이 조선을 침략할 것이므로 대비해야 한다고 했으나, 학봉은 민심 동요를 이유로 내침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당시 동인(東人) 세력이 강성했던 관계로, 서인인 우송당의 의견은 묵살되었고, 1592년 봄 당시 조선은 임진왜란을 겪게 되었다. 당시 일본은 조선에 비해 국력이나 문화뿐만 아니라, 무기 체제도 한수 아래로 취급되었다. 그런 선입견으로 인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학봉의 태도가 아쉬운 대목이다.

-소크라테스의 일화

자신의 선입견을 최대한 줄이고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하는 자세는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소크라테스에게서도 나타난다. 하루는 길을 가다가 하인을 심하게 매질하고 있는 그의 친구를 보았다.

"자네는 왜 이토록 심하게 하인을 벌하고 있나?"

"이놈은 게으름뱅이에다가 돈 욕심은 얼마나 많은지. 매밖에 답이 없다니까."

"그런데 말이야. 지금 자네의 기준대로라면 자네와 하인 중 누가 더 매를 맞아야 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

"……."

소크라테스는 집안 형편이 어려운 데다, 외모나 학벌도 좋지 않았다. 조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현실과 타협할 법도 한데,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지키고자 노력했다. 그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은 모른다고 이야기하고, 자신의 위치에 의지하여 방어적이지 않았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문제의 본질이 뭘까 고민하고, 알고 있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사무사(思無邪)

공자의 언행록인 논어(論語)를 보면, 위정(爲政)편에 사무사(思無邪)라는 글귀가 나온다. 원문은 '子曰 詩三百, 一言以蔽之, 曰思無邪'로, 시 삼백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사무사라는 뜻이다. 사무사(思無邪)는 '생각함에 사특함이 없다'로 뜻을 번역하기도 한다. 필자는 이 글귀에서 핵심인 사(私)가 '사악하다', '나쁘다'와 같은 윤리적 의미가 아니라, '선입견'이라고 생각한다. 제일 앞 글자인 사(思)는 어조사로, 큰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이 글자의 뜻은 '선입견을 최대한 줄이고,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으로 뜻을 새긴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려는 노력

내가 모르던 사람이나 대상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사람이나 대상에 대해 충분히 알아본 뒤 판단해도 늦지 않다. 이때 판단 근거는 가급적 사실에 기반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확증편향의 오류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경험한 것이나 아는 것이 많을수록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한다. 새로운 사람이나 대상을 접하게 되었을 때 귀찮아서, 내게 피해가 올 것 같아서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에 기대 섣불리 판단하고 행동하지는 않았는지 자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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