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人性敎育)의 첫 단추

사잇길

최자운

세명대 교양대학 부교수

-인성교육진흥법과 학교 현실

날로 심각해지는 청소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 인성교육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2015년 제정된 이 법의 핵심은 '국가·지자체·학교에서 인성교육을 의무화하고, 그 교육성과를 평가하며, 이 교육을 담당할 인성교육 단체, 교육원, 프로그램을 정부 기관에서 인증 및 허가한다'이다.

우리나라는 정규교육 과정에 '도덕' 과목이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이다. 이 과목은 암기 내용이 많다 보니, 학생들이 시험을 칠 때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다른 과목과 비교하면 만점을 받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점수를 잘 받았다고 해서 이 학생들의 도덕 의식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을까.

학교에서 학생들은 여러 가지를 배운다. 그 중 하나가 친구들과의 교류를 통해 사회성을 익히고 연대를 훈련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학교는 단체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을 하는 곳이다. 그러나 이러한 학습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듯하다.

학생들이 배우는 내용이 삶과 밀착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현행 교육이 교육자 혹은 기성세대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현행 교과는 가르치기 용이한 것, 측정하기 수월한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런 이유로, 학생들은 지금 공부하는 것들이 내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생각해볼 기회가 적다. 인성교육을 예로 들면, 교육부 인증을 받기 위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인성교육 평가를 대비하기 위한 학원이 생기는 것에서 보듯, 국영수 과목과 같은 형태가 되고 말았다.

-기존 교육 관념에 대한 반성적 접근

필자는 어릴 때 부모님께 거짓말을 해서 혼난 적이 많다. 부모님은 거짓말은 나쁜 것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정직해야 한다고 훈육하셨다.

거짓말을 할 때는 마음을 읽는 능력과 자기통제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거짓말이 성립하려면 나는 알지만 상대방은 몰라야 한다. 상대방의 마음과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얼굴 표정과 말도 잘 조절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발달심리학 전문가들은 성장 과정에서의 거짓말은 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마음을 읽는 능력과 자기 통제력과 관련된 경험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한다는 것이다.

물론, 아이들의 거짓말을 권장하자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3학년 정도가 되면 거짓말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생길 수 있는 피해에 대해 알려줘야 한다. 아이가 자기가 한 말에 책임질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절제(節制) 혹은 인내심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 가능하다. 절제력과 관련된 연구로 '스탠퍼드 마시멜로 실험'이 있다. 이 연구의 실험 대상자였던 4~6세 아동들은 연구실로 들어가 마시멜로를 하나씩 받는다. 15분간 이것을 먹지 않으면 상으로 1개를 더 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진행자는 방 밖으로 나간다. 30% 가량의 아이들이 약속한 시간을 채우고, 마시멜로 1개를 더 받았다. 반면, 나머지 아이들은 그렇지 못했다. 실험에 참가했던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을 때 연구자들은 이들의 학습 상황을 추적했다. 그 결과, 마시멜로를 2개 먹은 아이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SAT)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기다리지 못한 아이들은 학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음을 확인하였다. 이 실험 이후 절제력이 교육의 핵심 덕목으로 자리잡았다. 실험 대상 선정 및 시간 책정에 대한 타당성은 논외로 치더라도, 절제력이 필요 이상으로 포장된 면이 있다.

-향후 인성교육의 방향

영재(英才)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장기적 관점에서의 영재가 되기 위해서는 암기력이나 사고력보다 모험심, 사회성, 긍정적 태도 등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잘 외우고 점수를 잘 받는 것도 필요하지만, 다른 학생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자신의 처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아이가 다가올 시대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정의적 요인이 뛰어난 아이로 자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모의 평소 생활이 중요하다. 부부 사이가 가깝고, 자녀와 약속을 잘 지키는 등 부모의 언행이 아이의 인성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