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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5.27 15:04:05
  • 최종수정2021.05.27 19:54:33

임해종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이제 가정의 달도 끝났다. 5월엔 가정과 관련된 날만 무려 3일(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날)에 달해 평소보다는 가족들을 살뜰히 챙기는 시간을 보냈다.

가정(家庭)은 사전적으로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공동생활체를 의미한다. 최근에는 가정의 범위가 혈연관계를 넘어 다양한 관계를 포괄하는 의미로 개념이 확대돼가는 추세다.

시대에 맞춰 가정을 규정짓는 울타리가 넓어지고 있지만 국가나 문화를 불문하고 가정은 누구에게나 가장 따스하고 끈끈한 곳이다.

가정의 달. 최근 화제를 몰고 온 영화를 통해 우리가정의 모습과 지난세기 겪었던 무수한 전쟁, 항쟁들을 지나 고속성장기를 이뤄낸 '강함'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요 몇 년간 우리문화가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며 '케이(K)-OO'라는 말도 유행처럼 등장했는데, 이번엔 한국 특유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 K-가정의 단면을 보여주는 우리영화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바로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 2021>다. 영화의 높은 완성도, 특유의 한국성을 바탕으로 감독과 배우들이 국제무대에서 주목받았고 또 수상의 기쁨을 안으며 외신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올해 3월 개봉한 <미나리>는 배우 윤여정의 오스카 여우주연상 수상과 유머있는 영어 인터뷰로 화제성을 더하고 있다.

<미나리>에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이민 간 7~80년대의 가정이 등장한다. 그들은 생계를 위해 한국 농작물을 심어 고향음식을 그리워 할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판매하고자 노력했다.

이민 간 딸네 부부의 아이들을 돌봐주러 한국에서 미국으로 날아간 할머니(윤여정)는 미나리 씨앗을 들고가 개울가에 심고 "미나리는 잡초처럼 아무데서나 잘 자라서 누구나 다 뽑아 먹을 수 있어"라는 말을 한다.

주인공들은 먼 타국에서 좋고 나쁜 일을 동시에 경험하며 삶의 희노애락을 보여준다. 머나먼 미국땅에서 이민자로서의 삶과 토종 한국 할머니의 삶이 서로 충돌하며 이질감을 보여주다가 그들은 어느덧 서로의 삶에 적응해나가고, 할머니가 잘 자란 미나리를 수확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 장면에서 고통과 우여곡절 속에서 미나리처럼 다시 잘 살아가는 우리가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미국에서도 잘 자란 미나리와는 달리 가족들이 정성들여 가꾼 농작물이 결국은 판매도 어려워지는 점에서 미나리의 상징성이 돋보인다.

영화를 상징하는 소재이자 제목인 미나리는 강한 은유성을 띄는데, 미나리가 뜻하는 바는 한국인의 '강한 생명력'이라고 본다.

미나리로 전해지는 한국 특유의 정서가 국제사회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는 점이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론 그간 우리선조들의 희생과 서러움이 전해져 가슴이 쓰라리기도 했다.

다가오는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강한 생명력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우리 민족의 기구한 역사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시기다. 6·6 현충일, 6·10 민주항쟁 기념일, 6·25 전쟁일, 6·29 민주화 선언 등이 지난 기억을 일깨워준다.

1950년 6·25 전쟁 당시 우리나라는 태국과 필리핀보다 가난한 국민소득 70불 정도의 세계 최빈국이었다. 또 그 시기 미국으로부터 받은 원조는 17억 달러로 당시 정부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였다.

연합군 총사령관이었던 맥아더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이 나라가 다시 일어서기까지 10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한 것만 봐도 당시 우리나라의 상황이 얼마나 처참했는지를 알 수 있다.

전쟁 후 불모지에서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의 꽃을 피우기 위해 우리 선조들은 희생을 아끼지 않았고 반세기 동안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이내 후손들의 삶을 크게 바꿔놓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는 선진국의 도움을 받는 국가에서 도움을 주는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첫 번째이자 유일한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이룩한 '한강의 기적'은 전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경제성장으로 불린다. 그간의 고속성장으로 누린 호황도 잠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지나 최근 우리는 코로나19로 발발된 세계대전을 맞이했다.

전보다 우리사회의 양극화는 더욱 뚜렷해졌고 백신주권 확보를 위한 각국의 치열한 경쟁도 시작됐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우리는 좌절하지 않고 전진해 결국 이 고난을 잘 이겨낼 것이다. 그 누구도 해낼 수 없는 것을 이뤄낸 위대한 민족이 아닌가.

5월 가정의 달을 보내고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우리가 경험한 가정의 의미와 숱한 고난을 겪으며 형성된 한국인의 DNA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이를 가슴에 새겨 현재 우리가 처한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고 지혜롭게 극복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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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