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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4.29 15:04:41
  • 최종수정2021.04.29 19:54:41

임해종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본격적인 봄에 접어들었다. 여전히 아침엔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힘겨루기를 하듯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향긋한 봄 내음과 알록달록 빛깔을 뽐내는 꽃은 이제 봄의 한 가운데 있음을 알린다.

봄을 시점으로 한 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우리의 삶은 사계절과 농사일을 닮았다.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유년기는 봄. 청춘은 여름. 가정을 이뤄나가는 시기는 가을. 노년기는 겨울과 유사하다.

학문에 임하거나 직장에서의 한 해는 논갈이, 모내기, 벼 베기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쳐 수확의 기쁨을 만들어가는 농사의 과정과도 비슷하다.

그 해 농사의 성패는 봄철 영농준비 여하에 따라 달라진다. 밭을 잘 갈아놓지 않으면 그 해 수확도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부지런히 땀방울을 쏟고 인고의 시간을 버텨내면 풍작을 거둘 수도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인생의 농사를 지어갈 때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때와 기본이다. 이에 더해 세태를 읽을 수 있는 눈도 필요하다.

시기를 놓치면 모내기를 해도 수확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농가에서 봄이 되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밭갈이에 정성을 들이듯 우리 인생도 한 해를 잘 보내려면 때를 맞춰 기본을 잘 닦아놔야 한다.

매해 사계절이 지나가지만 한 번도 같은 봄을 경험한 적이 없는 것처럼 우리는 새로운 씨앗을 뿌리고 예기치 못한 숱한 고난을 헤쳐 나가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이전과는 다른 열매를 맺는다.

급변하는 산업환경, 코로나19 팬데믹, 세계경제 불황 등 사회 전반에 불확실성이 큰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수주대토(守株待·)하지 않고 세상이치에 밝아야 한다. 시대의 흐름을 예측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혜안을 기르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에서의 오랜 공직생활을 거쳐 수많은 봄을 마주했고 마침내 열매를 맺었다. 그간 국가경제를 살피고 책임지는 막중한 일을 맡아 경험과 지식을 현장에 녹여냈다.

지난 30여 년간 때에 맞게 씨를 뿌리고 밭을 갈고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며 하나둘 인생의 열매를 영글게 하고자 성실히 임했다. 특히 경제정책은 적기에 신속히 진행돼야 효과적이기 때문에 때와 세태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 소기의 성과 중 하나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다. 2010년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으로 재직할 때였다. 성과연봉제는 연공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호봉제와는 대립되는 개념으로 개인의 능력과 성과의 여하에 따라 급여에 차등을 두는 방식이다.

공공기관은 국가의 부채, 기관의 재정상황이나 자생력과는 무관하게 운영되다보니 기존의 호봉제 체제에서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은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 판단했다.

기존의 직원들은 성과연봉제를 반길리 없었다. 하지만 공공부문은 공익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했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공공부문의 존재 이유를 성과연봉제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한편 영국의 경우 1990년대부터 이미 공공부문에서 성과연봉제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공공부문 전반에 업무 효율 향상이라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런저런 이유로 성과에 맞는 임금 책정은 시대의 흐름에 맞는 개혁의 첫걸음이라 여겼고 공청회와 설명회를 통해 각 공공기관의 장을 설득하며 추진에 속도를 더했다.

성과연봉제는 초기 공공기관의 간부급 직원을 대상으로 도입돼 이후 점차 확대되었지만, 이후 2019년에 이르러 사실상 폐기됐다. 호봉제에 대한 대안은 여전히 논의되고 있으며, 현재는 그 절충안으로 공공부문 직무급제가 수면화되고 있다.

지금은 비록 폐기된 제도지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우리 헌법 제1조 1항을 공공정책의 기본으로 삼아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국외사례도 참고해 향후 국가 공공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추진했던 일들이다.

당시에는 녹록치 않았던 업무를 수행하며 밤잠을 설치기도 하고 수많은 고민과 중압감에 괴로워도 했지만 퇴직을 하고 나니 그 자리에 몇 가지 선물이 남겨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선물은 바로 공직자로서 견뎌낸 왕관의 무게와 사회에 던진 개혁의 방향성이다. 큰 성과는 아닐지 몰라도 나에게는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의 <순례자>라는 책에는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배가 만들어진 이유는 아니다" 라는 문구가 나온다.

우리의 삶은 항해해야 할 때를 알고 거친 바다를 건너 목적지에 도착해야 하는 배의 여정과도 닮았다.

지금 우리사회는 코로나19로 인해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놓여있고 전통에너지 위주의 경제에서 수소 중심 경제로의 전환점에 서있다. 개인과 기업 모두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나서야 할 때다.

처음 접해보는 상황과 확신이 서지 않는 미래로 한 발자국 나가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우리 인생과 한 해의 또 다른 열매를 준비하는 탄탄한 봄을 보내보는 것이 어떨까.

그러다보면 먼 훗날 세월의 자취를 닮아 성숙한 향기를 뿜어내는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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