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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평영

수필가

하루의 시작을 시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늘은 강원석 시인의 〈너에게 꽃이다〉란 시를 읽었다. 큰소리로 여러 번 읽다 보면 공감과 감동이 두 배로 전해진다. 시는 우리의 삶을 위로해주고 시인의 언어로 치유를 해준다. 진실한 나와 만나고 또 다른 삶과 또 다른 나를 만나기도 한다. 수필을 쓰는 내가 시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작년에 가입한 'Zoom-人'이라는 독서 모임이 한몫을 하였다.

줌-인은 '사람과 삶을 깊고 따뜻한 시선으로 들여다보고 소통과 공감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아줌마 인문학'이라는 의미를 토대로 만들어진 모임이다. 월 2회 중 1회는 한 권 독서와 토의를 통한 내면의 성장을 함께 도모하고 1회는 좋아하는 시 한 편을 선정하여 낭독하고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는 시간을 갖는다.

올해 첫 모임은 권희돈 시집 「어디에서 핀들 꽃이 아니랴」를 가지고 '저자와 함께하는 詩 낭독회' 행사를 계획했다. 많은 사람과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자는 취지로 포스터를 만들어 홍보도 하였다. 장소도 시외에 위치한 한옥 카페에서 한다고 하니 여간 기대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다행히 많은 사람이 참가를 알려 와서 설레는 마음으로 행사를 기다릴 수 있었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달려간 카페 마당에는 여러 사람이 한옥을 구경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문학을 좋아하고 시를 좋아하고 또 작가를 좋아해서 모인 사람들이다. 아는 사람이거나 처음 보는 사람이거나 그 표정이 하나같이 밝았다. 서로 인사를 하며 들어간 카페는 커피 향과 대추차 향이 가득했다.

작가를 중심으로 삼십여 명의 사람들이 질서를 지키며 자리에 앉았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어찌나 따뜻한지 무엇에 홀린 듯 몽롱한 기분이었다. 회장이 진행하면서 〈채송화1〉이라는 시를 시작으로 낭독회 문을 열었다.

중략/1950년대 생 채송화//본적은 느티나무 두 구루/마주보며 늙어가는 내 고향마을//오빠 학비 보탠다고/코피 터지게 야근한다던 가발공장 미자/미싱을 돌리다 팔이 잘린 춘자/식모살이 가서는 이내/애 엄마가 되었다는 말순이/ 중략…….

시집의 제목을 대표하는 시 〈채송화〉는 언니와 누나들의 인생이 들어 있어 가슴 뭉클하고 절절한 아픔을 함께 느끼며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회자는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1950년대에 태어난 사람을 선택하여 두 번째 낭독자로 이어갔다. 삼십여 명의 사람들이 각기 다른 시 한 편씩을 고르고 가슴 조이며 순서를 기다렸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선택한 시를 천천히 또박또박 읽어 내려가는 목소리가 카페 안에 머물렀다. 때로는 떨리는 목소리로 때로는 낭랑한 목소리로 독자로서 풀어내는 인생 이야기가 진정성 있는 언어로 펼쳐졌다. 밖은 한파로 바람이 불고 추운 날씨였지만 카페 안은 사람들의 열정으로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렇게 두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

끝으로 저자는 "글은 독자가 읽는 순간 생명력을 갖게 됩니다. 작가가 주체가 아니라 읽는 사람이 주인공으로 살고 독자가 주인이 됩니다."라고 말씀하시며 먼 산에 큰 산이 보이듯이 먼 시간을 돌이켜 볼 때 먼 산의 큰 산처럼 오늘의 행사가 특별하게 소중한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행사가 끝나고 줌-인 회원들만 남았다. 상기된 얼굴엔 웃음기가 가득하다. 오늘의 행사를 성황리에 끝낸 기쁨과 시 낭독의 매력에 흠뻑 빠졌던 시간이 얼마나 큰 행복을 가져다주었는지를 서로의 얼굴을 보며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하늘에는 특별했던 하루가 별이 되어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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