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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7.06 16:51:11
  • 최종수정2021.07.06 16:51:11

임인숙

충주 부영아파트 입주자대표

자발적 외톨이라는 당당한 이름표를 마음에 내걸고 지내오던 중에, 몇 번 왕래하며 얼굴을 익힌 어르신이 동대표 선출 공고를 가리키며 말을 거셨다.

"여기 죄다 늙은이들만 있으니 젊은 사람이 봉사 좀 해요"

그 말이 부하에게 출전을 알린 황제의 하명처럼 들렸던 모양이다. 자발적 외톨이였던 내가 마음을 고쳐먹고 이왕 할 거면 책임지고 확실하게 하겠다고 입주자대표회장 자리를 떡하니 차지해 버렸으니 말이다.

그 이후로는 배움의 연속이었다. 입주민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공부해가며 참으로 무모한, 하지만 용기 있는 항해를 시작했다.

720세대의 다양한 사정을 가진 입주민들과 관리소 직원들의 뜻을 존중하고 아파트 전체의 이익과 개인의 인권 사이의 균형을 맞춰가며 운영을 이어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내 나름의 양심과 원칙을 따라 노력해 보니 어느새 1년이 지나 있었다.

그동안 느낀 점이 적지 않다.

첫째, 사람이라면 누구나 '리더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

그 자질을 소중히 여기고 키워줄 것인지 아니면 외면할 것인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자발적 외톨이를 자칭했던 내가 하는 말이니 믿어보시길 바란다.

잔뜩 위축돼 깊은 산속에 몰래 피었다 지는 들꽃 같은 삶을 살 줄 알았던 내가 많은 사람들과 부딪히며 울고 웃고 평생에 잊지 못할 시간을 보냈다.

훗날 돌이켜 보아도 자랑스러운 추억이 되리라.

둘째, 우리는 우리 생각보다 더 친하디 친한 사이다. 어느 작은 것 하나, 온전히 나 혼자 힘으로 이룰 수 없음을 뼛속 깊이 깨달았다.

내가 모르는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수고와 봉사를 이어왔기에 우리의 삶이 지금 이 순간에도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내 주변에 정말 다양한 분들이 계심을 알았다. 뉴스에나 나오는 줄 알았던 독거세대, 다문화가족, 소외계층 등이 바로 옆에 있음을 알았을 땐 부끄러워 쥐구멍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제는 이분들이 가지고 있는 고충을 조금이라도 더 알고 도와드릴 방법을 찾아 고민해 나가고 있다.

다섯째, 이토록 복잡하고 어려운 세상이지만 스스로가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자 노력한다면 반드시 도움이 손길이 찾아온다는 사실이다. 내게는 칠금금릉동행정복지센터가 그 도움의 손길이었다.

아직도 입주민들이 냈던 건의사항에 답하고자 김인숙 동장이 직접 관리사무소를 찾아왔을 때 기억이 선명하다.

막연하게 행정복지센터 깊숙한 곳 책상 너머에 가만히 앉아있는 모습으로만 생각되는 동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했단 사실에 기분 좋은 충격을 받았다.

그 후로 환경정비, 관리비 체납세대 안전 확인을 비롯한 여러 민원 해결을 위해 함께 일하며 소박하게나마 민관협동을 몸소 실천하는 자리에 있다는 책임감과 자부심도 느껴봤다.

짧은 1년의 시간 동안 50년 인생 처음으로 내가 아닌 단체를 위하고 대변하는 시간을 가져서일까.

혼자 잘 나서 헤쳐 온 것이 아닌 동대표님들, 관리소 직원분들, 충주시 공무원들과 충주시의회 의원분들까지 그동안 절대 접할 일 없던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일까.

입주자대표회장으로서 쌓아온 경험은 이웃, 마을, 지역사회가 함께 살아가는 유기체라는 것을 절실히 실감하게 했다.

처음 세웠던 원칙대로 나머지 임기를 잘 마치고, 이번에 얻은 새로운 시각으로 떳떳하고 당당하게 나머지 인생도 순항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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