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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3.02 17:12:25
  • 최종수정2017.03.02 20:46:37

한정호

충북대병원 내과교수

북송(北宋)은 금나라와 힘을 합쳐 요나라를 침략하여 1121년 멸망시켰다. 하지만 뒤로는 금나라에 대항하기 위하여 요나라의 잔당들과 은밀하게 손을 잡은 것이 들통 나서 금나라는 북송을 침공하였다. 1126년 11월, 북송의 수도는 금군 12만명에 포위가 되었지만, 북송의 도성 수비군은 고작 3만명이었다. 지방의 병력을 요청하고 기다리며, 파상적인 금군의 공격을 간신히 막아내고 있었지만, 연일되는 한파와 성 밖으로 출정하여 금군을 기습공격한 책략이 번번히 실패하면서 민과 관의 사기는 모두 땅에 떨어졌다.

이때 혜성 같이 등장한 자가 있었으니, 역술인 곽경! 음양오행이나 기 등과 연관된 중국의 도교의 도사인 곽경은 '내가 도술의 힘으로 금군을 섬멸하리라.'고 선언을 하였고, 당시 황제 흠종은 도사 곽경을 도성 수비의 총책임자로 임명하였다. 곽경은 한날한시에 태어난 7천777명의 민간인을 선발하여 육갑신병(六甲神兵)을 조직했다. 육갑이란 60개의 갑자를 뜻하는 것으로, 60년을 살면 환갑이 된다 는 의미도 모두 여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사주팔자, 지관, 중의학이 모두 이러한 세계관과 이론에 기반하고 있다. 자, 이렇게 사주가 같은 신병(?)에게 흰옷을 입히고, 매일 금군을 물리쳐달라고 기도를 하늘에 올리며 부적에 물을 뿌리는 의식을 치렀다. 전투는 길일에 해야한다며, 차일피일 출병을 미루더니, 갑자기 길일이라며 신병의 총출전을 명하였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신병의 전투를 보면 부정이 탄다고 주장을 하며, 성 위의 병사를 모두 성 아래로 내려오도록 하여, 성 밖으로 출정한 육갑신병과 금군의 전투를 볼 수 없게 되었다. 곽경 홀로 성루에 서서 성문을 열고 돌격 명령을 내렸다. 결과는 여러분도 알다시피, 육갑신병은 금군에게 삽시간에 도륙당하고 성문은 간신히 닫았지만, 텅 빈 성곽 위로 금군이 타고 넘어와 도성은 순식간에 합락되고 말았다. 도사 곽정은 정말 신묘한 능력이 있었는지 혼란을 틈타 홀로 도성을 빠져나갔다.

재미난 옛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어리석은 군주와 사술을 믿으면 어떠한지 알 수 있는 무서운 교훈이 담긴 고사이다. 그런데, 과연 군주만 문제였을까· 당시 북송은 지도층이나 백성 할 것 없이 도교에 빠져 역술과 도사되기에 열중이었다. 병도 사주팔자에 따라 생기며 이를 사주팔자로 예방하고 치료한다거나, 현재의 중의학의 원조로서 수련을 하며 기를 느끼고 조절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중국에서 의사의 원형은 도사에 가까운 것 같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남의 나라 이야기이거나, 강 건너 무식한 사람들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이 들리지만, 곰곰이 우리 자신을 돌아보기를 부탁드립니다. 암에 좋다는 음식? 사주에 맞는 음식? 음양과 오행에 체질에 맞거나 반대되는 음식? 심지어 암이나 천식, 아토피를 치료하는 음식이 있다고? 그 근거가 십이간지, 육십갑자, 음양오행, 기와 같은 과거 중국의 믿음인 것을 알면서 지금 21세기에 그대로 믿고 는 당신은 천 년 전 사주팔자와 길일을 믿으며 죽거나 노예로 끌려간 북송의 수도권 주민과 무엇이 다른단 말인가? 차이가 있다면, 컴퓨터와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훨씬 더 많고 정확한 정보를 찾을 환경 속에 살고 있는데도 그러하다면, 더 부끄러운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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