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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11.19 18:06:41
  • 최종수정2020.11.19 18:06:41

한정호

충북대병원 내과교수

내가 팥이어도 콩을 심어 잘 키워보자.집에 4살 된 푸들과 같이 사는데, 내가 개집에 얹혀 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침이면 내 머리 맡에 공이나 인형을 쌓아놓고 내 손을 긁는다. 안 놀아주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으면, 이불 속을 기어이 기어들어와 내 손을 다시 긁으며 낑낑 대는 덕에 늦잠을 잘 수가 없다. 그리고 녀석이 집에서 쉬를 놓지 않고 공원에 나갈 때까지 낑낑대며 문을 긁는 통에 아침에는 아내가, 점심에는 어머니ㄱ, 저녁에는 내가 녀석을 데리고 집 앞 공원으로 산책을 나간다. 덕분에 공원에서 만나는 다른 집 강아지들과 그 주인을 몇 년째 만나고 관찰하면서 사람의 부모 자식처럼 참 닮은 점을 발견하며 배우고 있다. 오늘은 대형견이나 맹견을 키우는 분들 중에 가끔 과시욕을 풍기는 분들에 대한 이야기다. 간혹 만나는 사납게 짖어대는 크거나 사나운 개, 이 집 개는 매번 다른 개와 사람을 위협하건만 '우리 애가 원래 순한 애인데, 오늘따라 이상하네? 죄송해요.'라고 같은 말을 어제나 오늘이나 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미안하다기 보단 내심 자신의 개가 강한 모습을 보였다는 듯, 자랑스러워하는 느낌을 받는다. 저 큰 개가 저 아파트에서 뛰면 아래층도 울릴 텐데 그리고 집에서 대소변을 보면 그 양이나 냄새도 감당하기 어려울텐데 어떻게 키우는지 참 신기하다. 그리고 소형견보다 이런 대형견의 견주들이 수류탄 같은 큰 응가를 치우는 모습을 보기 더 어렵다. 개에게 끌려 다니는 산책을 하는 어려움은 알겠지만, 별로 치우려는 의지도 없어 보인다. '네 개 똥 굵다'고 칭찬을 해드려야겠지만, 우리 개의 목숨이 걸린 일이라 말을 아낀다. 한번은 고삐 풀린 대형견이 우리를 향해 전력질주로 날아오는데 우리 개를 감싸 안으며 슈퍼맨이 날아오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혹시 내 말에 기분이 상하셔서 실수로 끈을 놓칠까 무섭다. 이태원 클라스', '채수연' 같은 학교/성폭력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 웹툰이나 드라마를 보면 앞에서는 가해자의 부모로서 사과하지만 뒤돌아서면 '젊은 놈의 혈기로 그럴 수 있지, 기죽지 마라.'라거나, 성폭행을 하고 들어온 아들에게 '다음에는 꼬리친다고 넘어가지 말고, 들키지 마라.'고 훈계라기 보단 칭찬을 하는 멋진(?) 어버이의 개 키우기 확장판을 보는 것 같다. 저 분들은 자기 자식에게도 같은 상황에서 같은 반응을 했을 것 같다는 상상을 공원에 앉아서 하곤 한다. 그 부모에 그 자식이고, 그 주인에 그 개. 다음에 그 아이나 그 개의 부모나 주인이 바뀌어 있지 않는 한, 개과천선은 보기 어려울 듯하다.내 아이가 어려서 내가 혼을 낸 것을 곰곰이 되짚어보면 나의 단점을 아이가 그대로 배운 것에 과하게 분노하고 아이에게 투사했었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고, 내 자식이 똥오줌을 못 가리거나 안 가리고, 세 끗(혀, 주먹, 아랫도리' 하나 건사 못하여 타인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모두 부모에게 보고 배운 것이다. 나쁜 친구에게 탓이 아니라, 나쁜 친구를 선택하는 그 부모의 눈을 배운 덕인 것이다. '자식 둔 사람은 남의 자식의 흉을 보면 안 된다.'다고 한다. 오늘 남의 집 강아지 흉을 보다가 마지막에 이른 생각이다. 겸손하게 앞으로도 우리 강아지가 동네 강아지나 사람들에게 패를 끼치지 않도록 꾸준히 인내심 교육도 시키고, 개통령 강형욱의 강아지 교육 동영상을 보면서 개 주인으로서 교양과 품격을 높여야겠다. 우리 아이들이 유년기에 지금 내가 강아지에게 주는 관심의 반만 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후회하곤 한다. 나는 팥이어도 내 인성이 괜찮았다면 아이는 콩으로 키웠을 텐데, 아니면 내가 콩이 되려고 나를 다듬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중년에 개를 키우는 동지 여러분들! 우리 자식은 우리가 젊어서 철이 안 들어 반듯이 못 키웠어도, 이제부터 키우는 개라도 바른 견성을 가진 바른 콩, 바른 강아지로 키워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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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