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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에 가고 싶다 - 오대산

물빛·산빛 ·하늘빛 …억겁의 시간이 빚어낸 걸작

  • 웹출고시간2016.09.29 20:05:41
  • 최종수정2016.09.29 20:05:54

산행코스

진고개정상휴게소~진고개탐방지원센터~노인봉대피소~노인봉~낙영폭포~만물상~구룡폭포~금강사~소금강분소~소금강주차장(도상거리 15km)

오대산능선이 힘차게 뻗는다. 노인봉(1천338m)을 지나 황병산까지 이어달려 동해까지 간다.

[충북일보] 새벽 3시 적막을 깨며 새벽을 달린다. 청주를 떠나 강원도 진고개 정상휴게소에 도착한다. 승용차 두 대가 고요 속에 휴식중이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어두운 산 속으로 몸을 들이민다. 동트기 전 산속 고갯마루가 한산하다.

진고개 정상휴게소 왼쪽으로 계단을 오르면 매표소가 있다. 이번 산행의 들머리다. 이곳에서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고랭지 채소밭이 나온다.

쑥부쟁이.

하얀 쑥부쟁이와 보랏빛 쑥부쟁이가 무리로 반긴다. 그 옆에서 각시취가 손짓한다.

비가 오면 질퍽질퍽해 진고개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더 이상 '진' 고개가 아니다. 네모난 돌들이 바둑판처럼 놓여져 옛일을 알기가 어렵다. 이곳엔 예부터 바람이 많이 분다. 우리가 찾은 날에도 시원한 바람이 서성거렸다.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5분여를 지나니 고랭지 채소밭이다. 10여분을 더 가니 나무계단이 나온다. 나무계단이 끝나면 단풍나무 밭이 이어진다. 단풍은 이제 겨우 한잎 두잎 발그레 물들고 있다.

비교적 평탄한 길이다. 잘 다져진 길을 따라 2시간 가까이 오른다. 내내 우거진 숲길이다. 바위라곤 찾아볼 수 없는 육산의 모습이다. 드디어 노인봉(1천338m) 정상에 도착한다. 우뚝 솟은 정상이 기막힌 조망을 선물한다.

노인봉 정상은 화강암으로 이뤄진 거대 암봉이다. 멀리서 보면 백발노인의 형상이라고 한다. 저 멀리 소황병산과 황병산이 드넓게 펼쳐진다. 그 너머로 강릉과 주문진 시내, 동해바다까지 시원하게 보인다.

소금강으로 내려가는 길은 아주 아름답다. 계곡미를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진경산수화 감상이 비길 데 없이 좋다. 소금강 분소(탐방지원센터)로 향하면 곧 무인대피소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숲은 더욱 우거진다. 아름드리나무들이 많아진다.

귀면암.

백마봉입구에서 낙영폭포 푯말까지는 약 30분 거리다. 이곳에서 나무계단을 내려서면 2단 폭포인 낙영폭포를 만난다. 위아래 풍경이 모두 좋다. 그래도 철 계단을 내려서 보는 게 훨씬 더 멋지다.

좀 더 내려가면 광폭포가 있다. 큰 바위 옆으로 흘러내리는 폭포가 기묘하다. 구름다리를 두 차례 더 건넌다. 삼폭포를 만난다. 삼폭포를 지나니 백운대다. 큰 바위가 가마솥처럼 덩그러니 놓여 있다. 바위능선 위로 금강송이 줄지어 선다.

소금강의 하이라이트다. 여기서부턴 카메라만 들이대면 그림엽서가 된다. 바위들이 꿈틀대듯 솟아오른다. 앞을 가로막는 절벽들이 거대한 병풍과 같다. 금강송들이 계곡물과 바위틈으로 솟아 도열한다. 소금강 만물상을 완성한다.

급류와 청담(靑潭)이 이어진다. 넋을 잃고 앞으로 나아간다. 다시 배가 불룩한 구름다리를 지나 만물상 안내판에 선다. 거대한 사람의 얼굴을 한 기암 봉우리가 보인다. 귀면암이다. 놀란 가슴 진정하고 학유대까지 내쳐 간다.

오대산 소금강에 가을이 깊어간다. 바위 능선에 금강송이 도열한다. 환한 가을볕 받은 구룡폭포가 기운차다. 소금강 계곡이 맑은 물로 그득하다. 나무마다 서서히 홍엽을 준비한다. 청량한 물에 비칠 황홀경이 기대된다.

드디어 구룡폭포다. 제2의 금강산이란 이름으로 불리도록 만든 주인공이다. 절경은 계속 이어진다. 소금강의 유일한 사찰인 금강사에 잠시 머문다. 고요한 자태가 아름답다. 때마침 정목 스님의 명상 수업이 진행 중이다. 아름다운 한낮 풍경이다.

소금강은 지금 짙은 초록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가을 숲에 한결 더 원숙한 생기가 넘친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 따로 없다. 명성 그대로다. 감탄사를 멈출 수 없는 비경이 이어진다. 눈도 즐겁고 귀도 즐겁다.

하얀 화강암이 기기묘묘하다. 그 사이로 흐르는 계류가 너무 맑다. 주변 낙락장송들이 선경을 돕는다. 하얀 폭포와 푸른 물이 조화를 이룬다. 구간 군데군데가 제법 가파르다. 연화담과 십자모양의 십자소를 지난다.

마침내 무릉계로 내려온다. 무릉계 아래로도 외소금강이 펼쳐진다. 하지만 상가가 형성돼 '비경'이 말 그대로 '비경'이다. 상가를 따라 500여m 더 내려간다. 소금강 탐방지원센터에서 산행을 마무리한다.

힘찬 물줄기에 몸과 마음을 말갛게 씻는다.
■ 취재후기

산행, 스스로 주고받는 선물

산행은 비움의 철학을 체험하게 한다. 삶에서 여백의 미를 찾게 한다. 행간의 의미를 깨닫게 한다. 운 좋으면 무소유의 의미까지 받아들이게 한다.

그래서일까. 지난주 오대산 노인봉~소금강 산행은 아주 값지다. 무언가를 내려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걷는 내내 행복의 의미를 주억거렸다. '얼마나 많이 소유했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것으로부터 자유로운가'에 천착했다.

소금강에 단풍이 살짝 물든다. 장엄한 산세에 어울리는 중후한 단풍이 기대된다.

그렇다고 어느 스님의 말씀을 다 가슴에 담지는 못했다. 아직 비움의 참된 맛을 알지도 못한다. 다만 산행 내내 그 곳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작은 단풍잎 하나, 소나무 한 그루에 감사했다. 소금강 계곡에서 몸의 치유와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

자연은 사람의 마음을 비우게 한다. 비움은 상처를 치유하는 생명력을 갖는다.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하는 힘이다. 본래면목(本來面目)이다. 자가 치유 본능을 솟아나게 한다. 훌쩍 떠났다가 돌아오면 홀가분해 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산행은 자연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다. 머릿속을 가득 메운 잡념과 고민들을 떨쳐내게 한다. 그릇은 비워야 새것을 담을 수 있다. 북은 속이 비어야 소리가 우렁차다. 비우는 건 결코 미치지 못하는 게 아니다. 새롭게 하는 것이다.

자연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건 참 많다. 자연의 일부가 되어 숨 쉬며 걸을 때 비로소 '쉼'과 '비움'을 느끼게 된다. 또 '쉼'과 '비움'을 느낀 후 일상으로 돌아오면 활기찬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다.

산행은 그런 쉼과 비움을 느끼게 해준다. 그렇다고 무작정 떠나는 게 반드시 좋지는 않다. 하고 싶고 가고 싶은 목적과 목적지를 정해 나서는 게 좋다. 떠난 내내 늘 즐거운 일만 있는 건 아니다.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 데 산행만 한 게 없다. 뜻밖의 내 모습을 발견하게 한다. 스스로 살아 있는 존재감을 깨우쳐 준다. 궁극적으로 삶을 의미 있게 해준다. 스스로 주고받는 선물인 셈이다.

가을은 걷기에 좋은 계절이다. 물 흐르는 소리와 함께 오롯이 가을 정취를 맛 볼 수 있으면 더 없이 좋다. 오대산 노인봉~소금강 코스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굳이 눈 덮인 알프스나 히말라야로 떠날 필요가 없다.
며칠 있으면 단풍이 내린다. 고운 색을 감상하면서 절경에 빠질 수 있다. '노릇빨긋' 익어가는 소금강을 볼 수 있다. 내게 맞는 일정을 세우고 꼼꼼하게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열심히 일한 당신은 이제 떠나도 된다.
산행은 세상에서 받지 못한 보수를 지급한다. 도전과 치유, 휴식과 안식으로 행복에 이르는 길이다. 참 된 나를 찾아 걷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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