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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에 가고 싶다 - 태백산

장군봉 천제단에 시나브로 봄이 스친다

  • 웹출고시간2016.03.24 18:50:21
  • 최종수정2016.04.14 09:36:14

편집자

3월 중순 태백산은 봄을 맞고 있었다. 겨울과는 아주 대조적인 풍경이었다. 겨울과 같은 인산인해의 풍경은 없었다. 산행 소요시간은 약 5시간 정도였다. 난이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들머리는 유일사매표소, 날머리는 백단사매표소였다. 유일사 쉼터를 거쳐 태백산 최고봉인 장군봉과 천제단을 거쳤다.

태백산은 여전히 민족의 영산이다. 꿈과 희망을 찾아 오르는 성소다. 어느새 구름이 다가와 하늘을 인다. 능선을 따라 가는 길에 봄바람이 분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주목 군락지가 경외감을 준다.

일행 중 마지막 한 명이 도착한다. 망설일 시간도 없이 차 시동을 건다. 이내 청주 수름재카풀주차장을 떠난다. 휴대전화 시계를 보니 오전 6시15분이다. 달리던 차가 음성을 벗어날 즈음 해가 뜨기 시작한다. 자욱한 안개로 사위는 여전히 어둡다.

3시간을 쉼 없이 달린다. 유일사 매표소 주차장에 도착한다. 간단하게 라면과 김밥으로 아침 요기를 때운다. 서둘러 산행 준비를 마치고 발을 내딛는다. 매표소 입구에서 장군봉 쪽을 바라본다. 3월에도 여전히 버리지 못한 태백설경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낙엽송 숲길.

한산하게 산행을 이어간다. 쌓였던 눈이 녹아 질척하다. 낙엽송 길을 따라 유일사 쪽으로 길을 잇는다. 가풀막지게 한참을 오르니 능선이다. 유일사 450m 표지석이 보인다. 설경에 대한 기대감은 여기서 완전히 사라진다.

천년주목.

아름다운 설경과 상고대는 이미 없다. 사라진 지 오래다. 군데군데 응달에 남아 먼지를 뒤집어쓴 얼어붙은 눈이 있을 뿐이다. 산행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태백산 맑은 정기를 가슴 깊이 들이마신다.

정상을 1.7㎞ 정도 앞두고 길이 험해진다. 돌과 나무가 눈에 띄게 많아진다. 길의 너비도 좁아진다. 하지만 힘든 것도 잠시 뿐이다. 장군봉을 눈앞에 두고 주목 군락지가 나타난다. 평균 수령 200년의 고목들이다. 3천900여 그루가 능선을 덮는다.

하늘 위로 떠가는 하얀 뭉게구름을 만난다. 하늘에 핀 하얀 꽃이다. 선경으로 들어선 느낌이다. 그 아래 키가 15m, 가슴높이 직경이 1m의 주목들이 들어선다. 뭉게구름 지나가는 봄날 맑은 하늘을 찌르듯이 솟는다. 눈앞에 펼쳐진 마법 같은 세상이다.

장군봉 표지석

주목군락지 너머로 백두대간 능선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함백산 정상이 바로 눈앞에 있다. 매봉산 지나 두타산, 청옥산 고적대 능선이 힘차게 뻗는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힘차게 오른다. 마침내 태백산 최고봉 장군봉 표지석이 보인다.

기념촬영을 하고 천제단으로 향한다. 태백산 정상에는 장군봉 말고도 유명한 게 하나 더 있다. 정상의 천제단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겨울의 태백산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까닭도 천제단 때문이다.

태백산은 하늘과 땅, 조상을 숭배해온 고대 신앙의 성지다. 역사적이나 문화적으로 신성한 의미를 가진 성스러운 산이다. 매년 개천절에는 하늘에 제를 올린다.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12월과 1월엔 약 30만 명이 모여든다.

천제단.

겨울에 찾는 태백산 탐방객이 다른 계절에 비해 10배 이상 많다. 모두 천제단에 오르기 위해서다. 천제단은 신라시대부터 하늘에 제를 지낸 곳이다. 이곳에서 기도를 하면 소원을 이룬다는 속설이 있다.

태백산 장군봉과 천제단에 봄이 살포시 내려앉는다. 바람이 드세지 않아 춥지 않다. 봄바람에 되레 포근하다. 뭉게구름을 보면서 산을 내려온다. 내려가는 길이라 발걸음이 수월하다. 망경사를 지나니 원시림의 수목으로 빽빽하다.

태백의 숲에 봄이 깃든다. 바람도 멎어 봄맞이를 돕는다. 마음이 날개를 달고 훨훨 난다. 하늘을 오르는 기분을 느낀다. 봄기운이 사랑하는 연인의 가슴처럼 다가온다. 태백산에 분 봄바람을 가득 안고 청주로 발길을 돌린다.
■ 취재후기

"주목단지, 하늘이 빚은 걸작 전시장"

고사목.

태백산(1567m)은 민족의 영산이다. 그리고 누가 뭐래도 겨울의 명산이다. 장군봉 아래 군락을 이룬 주목단지는 하늘이 빚은 작품이다. 태백산은 그런 걸작들의 거대한 전시장이다.

태백산의 설경은 겨울의 진수다. 일망무제의 능선 위로 솟는 일출은 신비감을 준다. 하늘의 구름마저 예술이다. 찬란한 태양을 끝없이 숭배하는 천제단의 존재이유를 알게 한다. 주목군락과 철쭉군락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가릴 것 없이 사시사철 황홀하다.

주목은 백두대간의 고지대를 따라 군락을 이룬다. 완만한 능선 경관에 썩 잘 어울린다. 태백산의 주목 군락지는 국내 주목 서식지 중 가장 크다. 유일사 쉼터에서부터 장군봉까지 최고의 풍광을 자랑한다.

태백산엔 산양도 있다. 설악산 산양들이 이곳까지 오기도 한다. 복주머니란(개불알꽃) 등 멸종위기 종 26종은 보호수종이다. 이밖에 2천837종의 야생생물이 서식한다. 택백산 생태 유지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태백산 최고봉 장군봉에서 기념촬영한 모습.

태백산은 한반도 백두대간의 허리다. 백두산에서 시작된 백두대간이 다리쉼을 하는 곳이다. 백두대간의 허리를 지탱하는 요추다. 동시에 깊고 조용한 심원이다. 그래서 조상들이 아득한 옛날부터 그리워 해온 성지다.

지금도 새해 첫날이면 태백산을 찾는 이들로 활기가 넘친다. 한해를 살아갈 에너지를 찾는 인파로 입추의 여지가 없다. 태백산의 기를 받아 삶의 에너지로 사용하기 위함이다. 그런 태백산에 봄이 왔다.

태백산의 봄은 산 아래쪽에서부터 시작됐다. 3월 중순 계곡의 버들강아지가 가장 먼저 나와 자랑질을 해댄다. 더 아래쪽엔 꽃망울을 머금은 꽃나무들이 모여 수다 중이다. 민가 양지 바른 쪽엔 이미 꽃망울을 터트린 놈도 더러 있다.

그러나 태백산 중산간 응달엔 눈이 쌓인 채로 그냥 있다. 군데군데 까만 떼가 낀 채 얼음덩어리로 뭉쳐 있다. 장군봉이나 문수봉 쪽도 봄이 한창은 아니다. 아직 미련 남은 겨울의 흔적을 지우는 중이다. 눈 녹은 물을 산길로 흘려보내고 있다. 태백산의 봄이 언제나 질척한 까닭도 여기 있다.

3월의 태백산은 기대처럼 눈 닿는 곳곳마다 부드러운 연두 빛이 아니다. 능선은 3월이 다 가도록 여전히 연갈색의 색조를 띤다. 음지 깊은 곳은 진한 암갈색이다. 아직은 골짜기 색이 겨울 그대로다. 능선을 점령한 철쭉 등 꽃나무에도 아직 새순이 돋지 않았다.

태백산의 3월은 그저 계곡 언저리에서 봄의 향연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이때까지 야생화들은 땅 밑에 몸을 숨긴다. 곧 있을 천상화원을 꿈꿀 뿐이다. 굴참나무와 자작나무도 아직은 새 옷을 입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봄은 여전히 자연에 덧셈의 계절이다. 풍요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산 아래 농부는 농사준비로 바쁘다. 땅을 일구고 곡식을 파종한다. 그 사이 숲은 잎을 내고 열매 맺을 에너지를 준비한다. 스스로 많은 걸 채비한다.

맑은 하늘 아래 태고의 신비가 영원토록 유지되길 소망한다.

태백산 지도.

태백산도립공원은 해발 1천m 이상의 고산지역과 다양한 계곡들로 원시 자연생태계가 잘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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