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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까, 잊혀질까… 설이 다가올수록 서운합니다

80대 치매 노인의 '덧없는 기다림'
가족보고 싶은 마음에 창 밖만 주시
"얼마 남지 않은 생, 여기서 살다…"
스스로 애써 위로 '쓸쓸함'만 가득

  • 웹출고시간2017.01.23 21:45:56
  • 최종수정2017.01.23 21:45:56

23일 오전 급성횡단성척수염으로 거동이 불편해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한 요양원에 입소한 이모(여·82)씨가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창밖을 보고 있다. 스스로 힘으로 걷기조차 힘든 이씨는 매일 침대나 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 강준식기자
[충북일보] "설? 그냥 여기 있는 게 편해. 자식들한테 부담주기도 싫고…."

민족대명절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설은 가족들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새해 덕담을 나누는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이다.

그러나 혹여나 가족들의 얼굴을 잊을까 노심초사하며 자식들이 보러 와주기만 기다리는 노인들이 있다.

23일 오전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한 요양원. 이곳에서 생활하는 9명의 노인 중 8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

3명은 본인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중증 치매환자다.

조모(93)씨도 그중 한 명이다.

지난해 12월 요양원에 입소한 조 씨는 원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같은 질문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되풀이한다.

"오늘 며칠이야? 손주가 데리러 온다고 했어."

박미자 요양원장은 "아버님, 오늘 23일이에요"라며 익숙한 듯 대답했다.

대답을 들은 조 씨는 또 다른 요양보호사를 찾아가 같은 질문을 한다.

모든 기억을 잃어도 자식들만은 잊을 수 없는 조 씨에게 기다림은 언제나 익숙지 않아 보인다.

이런 기다림에도 조 씨의 가족들은 이번 설날 방문 계획이 없어 그의 질문은 더욱 서글프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치매가 아닌 이씨(여·82)도 '이번 설에는 가족들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창밖만 바라보고 있다.

이 씨는 지난해 8월 농사일을 하다 갑자기 쓰러진 뒤 병원에서 급성횡단성척수염을 진단받고 이곳에 입소했다. 급성횡단성척수염은 척수 손상으로 운동장애·감각장애 등이 일어나는 병이다.

이 씨는 병을 얻었을 당시 온몸에 힘이 없어 걸을 수조차 없었다고 한다.

"나는 걸을 수도 없지. 자식 내외는 맞벌이하느라 나를 돌볼 수도 없지. 그래서 여기로 오게 됐어."

입소 이유를 설명하는 이 씨의 얼굴에는 서운함이 드러났다.

이씨는 "최근 며느리가 내 옷을 잔뜩 싸 왔는데 여기서 평생 살라는 건가 싶다"며 "이번 설에 온다고는 하는데 집에 가도 다들 바빠서 얼굴 보기도 힘들다"고 했다.

아무도 없는 집보다 요양원이 좋다는 이씨는 "여기 이렇게 있는 게 속 편해"라며 애써 자신을 위로한다.

"얼마 남지도 않은 생, 여기서 살다 가면 되지. 아무도 안 오는 게 더 나아."

하지만 눈으로 새하얗게 뒤덮인 창밖을 바라보는 이 씨의 뒷모습에는 쓸쓸함이 묻어있었다.

/ 강준식기자 good12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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