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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근

(사)흙살림연구소

쌀이 남아돌고 있다. 적재 공간이 모자랄 정도로 남아도는 쌀 재고를 처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에서는 묵은 쌀을 가축 사료용으로 사용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2015년 말을 기준으로 정부 양곡 재고가 190만 톤(2천375만 가마)에 달한다고 한다. 이 중 2012년에 생산 된 현미 9만9천톤(약 124만 가마)을 소, 돼지, 산란용 닭에게 먹이게 될 예정인데 사료로 들어가는 쌀 가격은 1㎏ 당 200원 정도라고 한다. 쌀값이 그야말로 똥값이 되어버린 셈이다.

보릿고개를 넘어 1970년대 말 이뤄진 녹색혁명으로 우리나라는 비로소 쌀을 자급하기 시작했다. 70년대 초 부족한 쌀을 대신하기 위해 잡곡 혼식과 밀가루를 사용한 분식을 장려했고 학교에서는 매일 같이 도시락 검사를 하여 쌀밥을 싸오는 학생들에게 벌을 가했다. 우리와 상관없는 다른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얼마 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이야기이다.

쌀은 경상도 사투리로 살이라고 한다. 먹는 쌀과 우리 몸의 살은 같은 의미라고 해도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우리의 몸과 우리가 내는 에너지의 대부분은 쌀에 의해 만들어졌다. 쌀은 우리의 생명이고 삶이었다.

그러나 1년에 우리 국민들이 소비하는 쌀의 양은 매년 감소하는 추세이다. 2014년 국민 1인 당 연간 쌀 소비량은 65㎏내외였다. 가격으로 따지면 13만 원 정도 수준이다. 365일 세 끼를 거르지 않고 꼬박 먹는다고 가정하면 한 끼에 60g 정도의 쌀을 먹고 있고 이를 가격으로 따지면 밥 한 그릇에 120원 정도이다. 가격은 이토록 저렴한데 우리 국민들이 점점 쌀을 먹지 않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서구화 된 식습관과 외식 문화의 발달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 바탕에는 쌀이 부족한 시대를 살아 온 세대에서 고기 맛을 알게 된 세대로의 시대적인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굳이 쌀을 먹지 않아도 먹을 것이 넘쳐 나는 요즘, 식량 자급률 25%로 국민의 3분의 2 이상이 타국의 땅에서 나고 자란 농산물에 의존할 수 밖 에 없는 현실과 비교하면 참으로 모순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지금과 같은 이 시기에 매헌 윤봉길 의사가 쓴 농민 독본을 떠올려 본다. '농민은 인류의 생명 창고의 열쇠를 그 손에 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돌연히 상공업 나라로 변하여 하루아침에 농민이 그 자리를 잃어버린다 하더라도 이 변치 못할 생명창고의 열쇠는 지구 상 어느 나라의 농민이 잡고 있을 것입니다.' 윤봉길 의사가 예견한 것처럼 우리의 생명창고, 생명줄은 우리를 떠났고 그 열쇠는 결국 다국적 기업들의 손에 들어가 전 세계의 생명줄을 좌우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러한 사실을 잊고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생명줄 대부분을 남의 나라 국민에게 의존하고 있어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생명은 남의 나라 국민이 지켜주지 않는다. 논과 밭이 없어지고 가뭄이 들어 물이 없어져도 그것이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면 천천히 데워지고 있는 냄비 안에 들어간 개구리가 자신이 점점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스스로 위기 속에서 벗어날 생각조차 못한 채 그 속으로 서서히 걸어 들어가는 꼴이다.

쌀이 남아돌아 가축에게 먹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면서 한 번 쯤 우리 국민 모두가 스스로의 식생활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밥보다 밀가루가, 채소보다 고기가 각광받는 현재의 식생활로는 우리의 건강도,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도 살릴 수 없다. 고기 1㎏이 만들어 지기 위해서는 소는 8㎏, 돼지는 2.5㎏, 닭은 1.5㎏의 곡물이 필요하다. 쌀을 먹고 김치와 나물을 먹는 건강한 밥상을 되돌려야 우리의 몸은 물론이고 우리의 논과 밭이 살아난다. 똥이 밥이 되고 쌀이 곧 생명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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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