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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3.08 18:14:2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미호 샛강길 2구간 (저산고개~덕고개)

저산고개~(20분)~망덕산~(30분)~유두고개~(30분)~은적산~(40분)~연정교회~(1시간50분)~청주성신학교~석실고개~(1시간20분)~팔봉산(291.9m)~(40분)~덕고개
한남금북정맥 줄기에서 갈라져 피반령을 거쳐 팔봉산과 은적산, 그리고 황우산을 끝으로 금강물줄기로 떨어지는 46.6km의 산줄기가 팔봉지맥(八峰枝脈)이다.

지도를 보며 나아갈 길을 확인하고 있다.

6년 전인가... 숫자적인 정확한 자료도 경험적인 친절한 안내서도 없이 달랑 지도 한 장, 나침반 그리고 좌충우돌 열정 하나로 외진 산줄기를 누비던 시절은 살면서 가끔 옛 시절 삼아 이야기하지만 고생도 즐거움이 되었던 시절이기에 변방의 작은 성취감도 기쁨이 되었던 시절이기에 더 그립고 애틋한 것인지도 모른다. 미호천 수계를 이루는 산줄기인 미호샛강길은 부강의 황우산을 시작으로 은적산과 팔봉산 그리고 피반령을 거슬러 한남금북정맥 마루 금으로 이어진다. 바로 팔봉지맥 마루 금이다. 다시 한 번 그 길을 걷게 될 줄이야... 감회가 남다르다. 아련하게 남아있는 우리들의 지난날과 보태어질 날들이 만나는 날. 서둘러 나서는 아침이 두서가 없는 건 설렘의 또 다른 모습이다.

저산고개에서 망덕산을 오르는 이순열, 정봉순, 신현섭대원.

'으스스' 얕은 한기가 옷깃을 파고든다. 각내와 부강을 잇는 저산고개에서 망덕산을 향해 오른다. 20여분이면 망덕산을 오를 수 있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팻말이 앙증맞다. 특징도 조망도 없는 그렇고 그런 동네뒷산의 평범함이 망덕 산의 모습이다. 오래전 우리들이 매달아놓았던 시그널은 찾아볼 수 없지만 간간이 눈에 띄는 시그널이 그 시절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반갑다. 애써 오른 길 한달음에 내려서니 유두고개다.

망덕산자락에 자리한 인삼밭을 지나면 유두고개다.

유두고개이후 또다시 시작된 오름길엔 죽은 자들의 땅 묘지가 많다. 분명 죽은 자들의 땅인데 왜 살아있는 자들의 땅 같단 생각이 드는 건 왜인지...30여분 만에 오른 은적산은 하나의 망루처럼 우뚝하다. 서쪽으로는 미호천 건너 조치원과 오송이 건너다보이고 동북쪽으로는 부모산이 동남쪽으로는 팔봉산 능선이 시원스레 조망된다. 은적산 정상에는 단군성전이 있다. 국조 단군의 얼이 서린 은적 산에선 나라를 세운 개천절과 음력 3월15일 국조 단군이 돌아가신 날을 기리는 어천제의 행사가 열리고 있다. 백두산에서 시작된 백두대간 줄기는 속리산 천황봉에서 한남금북정맥으로 가지를 치고 또다시 가지를 뻗어 금강줄기에 뿌리내린 지맥의 중심에 국조 단군을 기리는 단군성전을 안고 있는 은적산에 깃든 성스러움은 나누는 이야기도 걸음걸이도 조근조근 조심스럽다.

은적산에서 동북쪽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궁현터널을 지나 그림 같은 전원주택을 지나자 연궁교회 그리고 594번 지방도다. 594번 지방도를 건너 니끼다 소나무 숲길의 아늑함을 더듬어 삼각점이 있는 113봉을 지나 오른쪽 아래로 현암을 끼고 돈다. 현암마을 입구 고갯마루에선 새마을운동 시절 동네마다 세워져있었던 4H표석을 볼 수 있었다. 네잎클로버 문양에 근면·자조·협동의 익숙한 그러면서도 생소한 문구가 쓰여 있는 낡은 표석이다. 잊힌 세월의 흔적이지만 낡고 초라함마저도 반가운 건 그 시절에 대한 추억을 공유한 사람들 중에 한사람이기 때문일 게다.

구암을 지나 팔봉산 오름길에 뒤돌아본 조망. 부모산이 바라다보인다.

잠시 청주 성신학교 건물 앞으로 난 도로를 따라 걷는다. 요양원 시설과 장애인 시설 등 복합적 복지시설은 변신을 하듯 건물도 높아지고 주변도로도 뻥 뚫렸다. 594번 도로를 건넌 뒤 구암을 지나 혜화학교 뒤로 난 능선을 이용하여 등로는 팔봉산으로 이어진다. 넝쿨 우거진 등나무 숲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엉킨 실타래처럼 휘어감은 등나무들의 뒤엉킴이 날씨가 흐리거나 숲이 우거질 때면 귀곡 산장의 한 장면처럼 으스스할 것 같단 생각이 드는 건 나 혼자 만의 생각이 아닌 듯 대원들 "무섭다" 한마디씩 거든다. 그것도 잠깐 등나무 숲을 지나자 산길은 길도 숲도 제 모습을 찾아간다.

팔봉산 오름길에 만난 바위전망대. 미호평야, 부모산, 은적산. 청주의 서부일원이 시원스레 조망된다.

성황당 제단이 있는 석실고개를 지나며 시작된 오름길에 턱을 받치듯 바위전망대가 나타난다. 높이가 오십 길이나 된다고 하여 불리는 쉰질바위 전망대다. 조치원쪽 미호평야, 부모산, 은적산, 청주의 서쪽이 시원스레 조망된다. 8봉부터 시작되는 봉우리는 능선을 따라 오르락내리락이 반복되며 봉우리들을 연달아 지나게 된다. 이름대로 여덟 개의 봉우리가 남북으로 능선을 이루고 있다. 산 아래로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기 때문에 찻소리가 요란하다. 3봉에 '레저토피아금요회'에서 세운 표지석이 있다. 쉬었다 갈 수 있는 정자와 굵직한 훌라후프도 비치되어 있다.

예부터 부모산과 함께 청주 서쪽의 대표적인 산으로 꼽혀온 팔봉산은 산세가 빼어나지는 않지만 여러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즐거움이 있다. 사람들에게 길들여진 산길은 참빗으로 빗어 넘긴 가르마처럼 훤하다.

누군 정자에 누워 쉬고 누군 훌라후프를 돌리느라 온몸이 휘청거리고 또 누군 간식 찾아 배낭을 뒤적거리는 해찰 속에 팔봉산 정상에선 때 아닌 동네제기 놀이가 시작되었다. 이 사람이 차고 저 사람이 차고 몸보다 마음이 앞서는 둔한 몸짓에선 몸따로 제기 따로 몸개그가 따로 없다. 비록 발끝을 떠난 제기 수술의 풍성함을 맘껏 펼쳐보는 시간보다 땅바닥에 떨어진 제기 주으러가는 시간이 더많이 소요되지만 나이를 잊은 키 큰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까르르' 숨넘어간다. 동심이란 나이에서 오는 게 아니라 마음에서 오는 건지도...팔봉산이 떠나갈듯 왁자함은 갈 길도 잊은 듯 한참을 이어진다.

하산은 1봉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선다. 완만한 흙길이다. 걸음에도 마음에도 여유가 묻어나는 길 인적이 드물어 사색을 즐기기에 좋다. 적당히 멀어져있던 마을이 성큼 다가서는가싶더니 척북리 덕고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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